재미있었던 잠깐의 인터뷰
얼마 전, 한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잠깐의 인터뷰에 참여했다. 나와 비슷한 자기 일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 함께 한다기에, 열정 ENFP가 가만히 있을쏘냐 싶어 덥석 참여했다. 오늘 글은 그 인터뷰 내용에 기초한 나의 이야기다.
오롤리데이에서는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르다 보니, 제 이름보다는 호섭이라는 닉네임이 더 친근해요. 그래서 외부에서 활동할 때도 ‘호섭’이라는 이름으로 통일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호섭’할 때의 떠오르는 그 피식하는 이미지를 저에게 대입시키고 싶어서 그 닉네임으로 정했어요. 한 번은 주위에 제 이미지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친해지면 괜찮은데 처음 볼때는 조금 날카로워 보인다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일할 때도 그렇지만 우린 항상 누군가와 함께 무엇인가를 하잖아요? 그럴 때 그런 모습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좀 완충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죠.
오롤리데이에 입사 후, 닉네임을 정해야 하는는 순간이 왔을 때 고민했어요. 다들 영어 이름으로 멋있는 닉네임을 하고 있었는데,나도 영어 닉네임을 정할 까 하던 차에 위에 했던 고민이 또 다시 생각났어요. 그 때 문득, 제 아내가 밖에서는 좀 호섭이처럼 하고 다녀라는 말을 해주던게 떠올랐어요. 좀 둥글둥글한 이미지로 보이면 더 좋겠다고요. 그래서 그날 집에 돌아와서 어떤 이름을 닉네임으로 할지 아내와 이야기를 했죠. 대답은 당연히 ‘호섭’이었어요. 누군가 100% ‘왜 기섭님은 호섭인가요?’라고 물어볼 거라고. 그러면 그 때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할 수 있을테니 첫 느낌도 부드러워지지 않겠냐는 거였죠. 그 때 잘 정한 것 같아요. 지금도 이야기의 첫 시작이 ‘왜 호섭이에요?’라는 거잖아요?(웃음)
‘마케터 일기’를 기록하게 된 건, 이전에 잡지사에서 마케터로 일하면서 부터였어요. 제가 브랜드를 취재하거나 인터뷰 대상인 사람들을 만났을 때 ‘이 포인트는 좋다’고 느낀 것들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거든요? 대략 30여개 정도의 브랜드를 만났었는데, 그 때마다 적어둔 그 이야기들이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데 너무 아까웠어요. 이걸 어디에 기록을 해두면 필요한 어느 순간에 꺼내 볼수 있을 텐데.. 하다 못해 일할 때도 나에게 대입하거나 하는 식으로 활용 할 수 있을 텐데하고 생각했죠. 그래서 적기 시작했어요.
‘화려한 브랜드’는 마케터 일기를 적으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한 가지 주제로 모은 이야기예요. 잡지사를 퇴사하고 오롤리데이 마케팅팀에 합류하면서 적기 시작했죠. 마케터 일기는 초점이 특정 한 브랜드에 잡혀 있어요. 근데 이런 특정 브랜드에만 초점을 맞춘 글들을 10편 정도 적다보니 어떤 공통점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여기서 보이는 공통점들이 어쩌면 좋은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기초겠구나’하고요. 그래서 그 공통점을 나름대로 분석해서 글을 적기 시작했어요. 정리하다보면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필요한 누군가에게도 좋은 소스가 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글 제목에 ‘화려한’이라는 형용사를 넣은 건, 이런 공통점들이 잘 보이는, 안과 밖이 모두 다 화려한 브랜드가 많아지길 바란다는 의미예요. 겉이 화려한 브랜드는 참 많잖아요? 근데 전 겉만 화려한 브랜드는 절대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곳도 못되고요. 그래서 100년 이상 갈 수 있는, 우리가 소비하면 할 수록 행복해지는 그런 브랜드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기 시작했어요.
아직은 엄청나게 많은 글들이 쌓여있진 않지만, 자칫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었던 인사이트를 다시 정리하고 갈무리 할 수 있어서 참 잘한 일인 것 같아요. 브런치라는 오픈된 플랫폼에 적으면서 필요하신 분에게 참고용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단순 독후감이 아닌 제 경험을 적어 놓았기 때문에, 읽는 입장에서는 제가 겪었던 과정이나 고민 등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아주 대단한 사람이 적은 글이 아니기 때문에 읽는 사람이 받아들이기도 쉬울 것이고요. 때에 따라서는 대단한 사람들의 책을 읽으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어떨 때는 너무 크고 대단한 경험들은 내가 처한 현실에 적용하기 힘든 경우도 있잖아요? 제 글을 읽고난 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랬어요. 그저, ‘나랑 비슷해 보이는 이 사람은 이때 이런 걸 했고, 결과는 이랬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정도면 족하다는 생각으로 적고 있어요.
음.. 이건 좀 솔직한 이야기인데요. 몇년 전의 저는 항상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면서 살았어요.나도 저들처럼 멋진 삶을 살고 싶다고요. 근데 현실의 나는 그렇지 못했죠. 그러니 어떨 땐 자괴감이 느껴지고, 어떤 멋진 인물의 책을 읽으면 동경하는 마음이 생기다가도 현타가 왔어요. 나중엔 그래서 그런 자기개발서는 잘 읽지 않게 되었죠.
물론, 지금은 어떤 책이든 잘 읽어요.(웃음) 예전의 제가 건강하지 못했기 때문에, 남과 나를 비교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했다는 것도 알고요. 근데 마케터 숭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만의 마케터 이야기가 담긴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나의 책은 ‘현타’가 오는 책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아요. 그냥 나의 솔직하고 부족했던 모습과 함께 태어날 때부터 천재는 아니었지만, 노력형 천재가 되어가는(될수 있겠..죠?ㅎㅎ) 모습을 기록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책 제목을 <태어날 때부터 천재였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이라고 정했어요.
읽은 분들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겪으며 책을 썼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당신들과 다를 바가 없는 사람이다. 나도 태어날 때부터 천재는 아니었지만, 이런 과정을 밝아가다보니 이런 책을 쓸 수잇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 여러분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용기를 내고, 도전해보고, 실패를 딛고 나아가보라. 더 나은 삶을 향해 노력해보라’라는 말을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어요.
뭐 저도 사실은 책 제목이 정해지기 전에는 짧은 글자로 멋있게 끝내고 싶었어요.(웃음) 제가 진짜 좋아하는 임태수 님의 <날마다 브랜드>처럼 딱 멋들어지게 끝내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저랑은 잘 안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제가 진짜 전하고 싶은 건 나의 멋짐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으니까요.
맞아요. 퍼포먼스를 내야하는 욕심과, 선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에는 조금 괴리감이 있어요. 그래도 저는 왠만하면 많은 브랜드 마케터가 선한 영향력에 대해 고민하면 좋겠어요. 마케터는 누군가를 설득하는 직업이잖아요? 근데 그런 설득의 과정에서 Selling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으면 해요. 가령 어떤 컵을 판매한다고 했을 때, 단순히 ‘이 컵이 타 제품보다 이런 점이 좋아요’만을 전달하기 보다, ‘이 컵을 쓰면서 일회용 컵 사용을 줄여보세요’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비자에게 당신이 하는 행동이 가치있는 것이라고 전달하는 거죠.
이게 마케터가 할 수 있는 선항 영향력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캠페인을 기획해서 더 많은 이들에게 좋은 가치를 전달하는 일이요. 마케터가 판매 데이터나 피드백 수치같은 퍼포먼스적인 부분만 신경쓰다보면, 이런 부분은 놓치기 쉽거든요.(절대 퍼모먼스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에요. 퍼포먼스에만 집중하지 말자는 것이죠.)
근데 이런 부분이 조심스러운 것은 어떤 기업은 가치관을 전달하는 것에 중점인 곳도 있지만, 또 아닌 곳도 있다는 거예요. 판매에만 집중된 플랫폼을 통해서 운영을 하고 계신 분들은 그런 가치를 전달하는 게 분명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런 브랜드가 나쁜 곳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또 그건 아니죠. 기업의 목적 중 하나는 영속성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모든 브랜드는 전달하고 싶은 가치와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꼭 앞에서 언급한 예시가 아니더라도, ‘당신은 정말 경제적인 소비를 하고 있어요’와 같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메시지를 전달 할 수 있는 건 마케터의 기획이고요.
우리 브랜드가 진짜 영속성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 단순히 이쁘고 멋지다는 것만을 강조한 순간적인 퍼포먼스에 취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어요.(근데 이게 매번 유혹적이긴 하죠.) 하지만 우리, 그 매력에만 너무 취하지는 말자고요. 분명 마케터는 가치가 아닌 제품 Selling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현타가 올 거에요. 내가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생각해야 해요.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직접 물어보시기도 해요. 일단 마케터를 꿈꾸는 분들이 가장 먼저 아셔야 하는게, 자신의 기질에 마케터가 맞는지를 아는게 정말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마케팅 분야에는 그로스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 등등 정말 많은 직군이 있어요. 근데 결국 그 모든 파타의 공통점은 피드백을 관리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이거든요.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에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데이터가 어떤 것이 의미있는 것인지를 볼 수 있는 눈도 중요하고요.
그 다음으로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마케터인지 파악해야 해요. 저는 크리에이티브가 엄청 강한 타입의 마케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언뜻생각해보면 마케팅에는 크리에이티브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다보면 전체적인 기획이나 프로젝트를 이끄는 능력이 강한 타입의 마케터가 필요할 때도 있거든요. 이처럼 마케터의 영역은 다양해요. 글을 정말 잘 써서 콘텐츠나 카피를 만들어내는 영역, 특정 데이터를 분석하고 나온 결과로 광고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퍼포먼스 적인 영역도 있어요. CRM 데이터를 활용해 자사몰에서 특정 이벤트를 만들어 구매 주기와 재구매율을 올리는 영역도 있고요.
누군가를 설득하고, 데이터를 보는데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성향이 자신에게 강점인지 파악해보고, 빨리 그 분야에 대한 역량을 키워보시길 바라요. 실무를 해보는 게 가장 빠르긴 하지만 요즘에는 사이드 프로젝트 등으로 간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들도 찾으면 있으니,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자신을 파악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마케터니까 남의 데이터를 분석하기 전, 나에 대한 분석은 끝나야 하잖아요?
역량에 관한 고민이에요. 특히 리더로서, 마케터로서 더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요. 어떻게 하면 좋은 가치를 전달하면서 좋은 마케팅 선례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거든요. 근데 이런 건 많이 시도해보고 그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하더라고요. 내가 하는 것에 100이 모두 답이라고 할 수 없다면, 1을 찾아도 확실한 것을 찾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과정 속에서 99번의 실패도 경험하겠지만, 그게 절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99번의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컨펌이 두렵지도, 실행이 무섭지도 않을 것 같아요.(물론 공부도 많이해야 하고요.)
마케터 호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