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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May 30. 2024

THE FOUNDER

<파운더> 설립자의 문어발 | 맥도날드에는 맥도날드가 없다

[Founder's Octopus Way] 2024. 5. 11. PROCREATE. IPAD DRAWING by CHRIS


돈을 버는 기업들의 본질은 임대업이다. 한마디로 땅따먹기다. 패스트푸드건, 옷이건, 가구건, 식품이건, 잡화건 간에 브랜드를 정하면 돈을 버는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돈의 지렛대 원리를 이용하여 대리점을 만들고, 은행 대출을 이용하여 연속적으로 지점을 확장한다. 효율적인 사업구조와 수평적 시스템은 브랜드의 형태를 임대업으로의 전환하는 것임을 알려준 영화 <파운더 THE FOUNDER>는 자본의 비극적인 속성과 성공에만 매진하는 사람은 결코 인간적일 수 없는 인간이 될 수밖에 없음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맥도날드(McDonald)의 창립자 레이 크록(Ray Kroc)의 삶을 다룬 영화 비행기에서 보고는 새로운 사실을 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물간 세일즈맨, 쉰두 살의 레이 크록은 밀크셰이크 기계 외판원으로 힘들게 삶을 꾸려가있었다. 1954년, 멀티 믹서 6대를 주문한 맥도날드 형제의 햄버거가게를 방문한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으면서 간편하면서도 중독적이고 독특한 맛에 반하고 만다. 그는 여러 차례 맥도날드 형제를 찾아가 적은 수의 인원으로 조직된 효율적인 작업라인, 주방동선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30초 만에 햄버거를 만들어내는 스피디 시스템(Speedy System)을 보면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안한다. 1955년, 맥도날드 형제와의 협업 아래 일리노이주의 데스플레인스(Des Plaines)에 맥도날드의 첫 정식 프랜차이즈 매장을 차린 이후, 5년 만에 17개 주에 200개의 점포로 늘리게 되고, 얼마 되지 않아 1600개의 점포로 확장하며 연간 7억 달러의 수입을 거두는 프랜차이즈 제국의 성공신화를 써 내려간 레이 크록은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쓰는 슈퍼파워 브랜드를 만들어낸다. 현재 지구촌에 뿌려진 맥도날드의 점포수는 2022년 말 기준 4만 275개인데, 맥도날드는 2027년까지 5만 개 점포로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레이 크록은 시든 인생이 화려하게 꽃피던 무렵, 식인 선인장처럼 킬러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다. 자신을 지지해 주던 조강지처도 버리고, 이혼과 재혼을 번갈아 하며, 맥도날드 형제의 브랜드도 우회적으로 가로채고, 모리스 맥도날드를 혈압에 쓰러지게 만들며 피도 눈물도 없는 대기업 총수만의 갑질을 드러낸다. 맥도날드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사업의 체질을 임대업으로 변환하면서 맥도날드 오리지널 브랜드 명도 사버리며 전무후무한 승승장구의 스토리를 써 내려간 한 남자의 일생은 성공의 본질에 대해 묻게 한다.


맥도날드 주식회사의 설립자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 형제는 아니다. 우리가 먹고 있는 맥도날드에는 맥도날드가 없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과 같다. 사람들이 추종하는 브랜드의 현실이다. 며느리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맛의 개발과 획기적인 제조시스템은 최고였어도 유통과 마케팅에서 사업적인 재능은 없었던 맥도날드 형제와, 성공에 대한 일념으로 자신의 인간성을 내다 버리면서 문어발 프랜차이즈 제국을 만들어낸 레이 크록의 대조적인 모습은 설립자들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속성에 질문을 던진다.


영화를 보면서 레이 크록의 삶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가 없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맥도날드 햄버거는 지금처럼 전 세계에서 빅맥지수(Big Mac Index)로 회자되며 경제적 기본지수로 작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 제목 '파운더(Founder)'는 영어를 풀이하면 '창업자, 설립자'라는 의미와 함께, '특정한 문제점 때문에 실패하다, 가라앉다, 좌초되다'라는 뜻도 있다. 가난한 제작자와 거대한 유통 재벌의 현실은 오늘날에도 이상없이 진행되고 있다. 인생의 설계적인 면과 흘러가는 과정에서 내면과 외면의 불일치, 현실과 이상의 불균형은 레이 크록과 맥도날드 형제의 삶에서 바라보듯이 어긋나고 합치될 수 없는 형태로 우리의 삶에 기묘하게 함축되어 있다.  



햄버거는 취향이 아니어서 찾아서 먹지 않는다. 묘하게도 햄버거를 먹으면 수면제 가루약을 먹은 듯이 메슥거림과 함께 졸리고 머리가 아프다. 한 번은 한입 먹고선 비위가 상해서 토한 뒤로는 햄버거에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동글납작하게 응축하여 눌러놓은 고기 패티와 주먹만 한 햄버거 크기에 비해서 위장에 기별이 가기 전에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형태는 심리적인 소화측면에서 가성비에 한참 못 미친다. 새삼 민감성 체질에다 음식 기호도 있는 편임을 인지하게 된다. 무던한 식성인 줄 알았던 시절에는 먹겠다 안 먹겠다만 고르면 됐으니까, 사람들이 뭘 먹을지 고르든 말든 신경을 안 썼다. 사람들이 까탈스럽다고 할 때도 아니라고 손사래 쳤는데, 결국 표현하지 않으면 무난한 거고 표현하면 까칠할 수 있겠다.


삶의 끝을 어떻게 비추느냐에 따라 사람의 일생은 좋아 보일 있고 별로일 수도 있다. 우리의 생은 스스로 후회하지 않는다면 잘 살았다고 할 수 있다. 혹여 후회하더라도 돌아갈 수 없다는 것만 인지하면 된다. 이 생에서 죽으면 남겨진 기억은 살아있는 자에게만 유효하다. 후대의 평가는 죽은 는 알 수 없다. 그가 성공했건 아니건 간에 말이다.

 




There's no McDonald's at McDonald's. 

There's no fish in fish-shaped bread.


브랜드의 창립자는 유한한 생명 때문에 살아남기 어렵다. 예술을 만든 예술가도 역시 생의 유한성 때문에 살아남기 어렵다. 만든 이가 사라진 상태에서 브랜드는 살아남기 위해서 돈을 퍼부어야 하고, 예술은 살아남는다면 돈을 벌어들인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성공이란 개념이 어느 순간부터 잘 보이지 않는다. 유명함으로 가득 채워숫자 또한 의미로운지 모르겠다. 말 한마디라도 진심으로 나눌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발걸음을 따라가기엔 선명하게 예견되는 인생의 행로는 살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지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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