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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Jun 03. 2024

THE AGE OF ADALINE

<아델라인 : 멈춰진 시간> | 교환불가한 시간의 대가

[THE AGE OF ADALINE 2015] MOVIE IMAGE COLLAGES. PHOTOSHOP. DESIGNED by CHRIS


변치 않는 가치란 영원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우린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가 들어감에 슬퍼한다. 싱싱한 젊음을 잡고 싶어서 생명연장의 꿈을 꾼다. 탄력 있고 윤기 있는 삶의 모습 속에서 사랑이나 이별, 우정과 만남에 깃들여진 화학적 감정들은 하루를 살아가는 에센스 한 방울이 된다. 


여기에 백 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아델라인에게 멈춰진 시간이란 잡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추억이라기보다 그녀의 주변이 쇠락해 가는 것을 통감하게 만드는 절망과도 같은 소식이다. 


삶은 항상 최고의 정점에 머무를 순 없다. 영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간들은 성장과 소멸의 과정을 통해 삶의 주기를 익히고 그 속에서 죽음과 같은 절대적 단념에 수긍하는 법을 배운다. 계속하여 스물아홉 살에 머무를 수 있다면, 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의 사랑하는 아이가 나보다 더 늙어서 감기 걸릴 걱정을 하거나 관절이 아파 계단을 오르락거리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가지고 있는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서로 가지고 있는 상대적인 절망감을 바라보면서 영원한 가치는 순간적으로 매력적이겠지만 영속적으로 매력적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가진 비밀스러운 아이러니는 부족함 없이 100%의 완벽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내뿜고 있다.


비행기 안에서의 피로를 부드러운 환상으로 마감해 준 영화 <아델라인의 시간 THE AGE OF ADALINE>은 여자의 멈춰버린 시간이 흰머리를 발견하는 기쁨으로 종영된다. 언젠가 보았던 중국드라마에서 늙음의 상징인 흰머리 때문에 왕에게 버림받은 후궁의 비애가 아델라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희망으로 바뀐 것이다.


아름답게 늙을 수 있을까. 나의 관심은 영원히 멋진 모습을 기대하기보다 만족스럽게 늙어가는 것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2015. 10. 16. FRIDAY



몇 년간은 피곤해도 비행기에서 눈을 뜨고 영화를 보았다. 멍하니 화면을 보면서 비행기가 싣고 가는 광속이 세계의 시간보다 빨라지면 비행기 속의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덜 늙게 될지 궁금해졌다. 일전에 우주에서 돌아온 비행사가 지구에서의 시간이 빨리 흘러가버려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현실을 보고 괴로워하는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다. 타인과 시간이 동시대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은 기쁜 일일까, 슬픈 일일까? 타인보다 시간이 늦게 가는 것도 괴롭지만, 시간이 빨리 가는 것 또한 괴로운 일이다. 사람마다 늙어가는 모습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매끄러운 아름다움과 현재의 시간을 교환한다면 약간의 고민 뒤에 선택은 명확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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