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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Jun 04. 2024

THE MEANING OF MOBILE

키네틱 아트 | 장 팅겔리(Jean Tinguely), 움직임의 의미

<Untitled 1981, Jean Tinguely>


"인생은 놀이이자 운동이며 변화의 연속이다. 오직 죽음의 공포만이 우리로 하여금 삶을 멈추어 보게 하며,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삶을 영원히 고정시켜 보게끔 만든다." <장 팅겔리 Jean Tinguely>



사물인터넷이 등장했고 시각적으로 고정화된 것마저도 우주와 같은 동일한 숫자의 반복 속에서 미지의 커넥션을 갖게 되는 시대가 되었다. 움직이지만 미래에 움직이지 않을 것이 어디 있을 것이며, 움직이지 않지만 과거에 움직였던 것이 어디 없겠는가. 철학적으로는 더욱 복잡해졌지만 표면만은 더욱 명확해지는 세계에서 지적인 표류가 삶에서 필수적 일지는 개인의 선택에 맡겨지고 있다. 스틸 라이프(Still Life)로 고정된 사물로서의 대상과 운동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대상은 유사한 물질세계 속에 머물러있다 해도 동일한 존재감으로 남아있지 않다. 모빌(Mobile)의 매력은 관찰자의 응시 또한 공간 속에서만 머물러있지 않다는 에 있다.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삶에서 역동을 발견하는 과정은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긴 여정의 한 소절일지 모른다.

2006. 6. 4. SUNDAY




정지된 사물과 움직이는 예술
Still Life and Kinetic Art

예술의 표현방식은 다양하다. 작품 속에서 움직임과 강세, 방향을 표현하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는 대상과 그 주변의 움직임에 대한 동세를 포함하는 예술이다. 스위스 조각가 장 팅겔리(Jean Tinguely 1925-1991)는 키네틱 아트와 누보 레알리즘(Nouveau Réalism: 신사실주의)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설치미술과 조형미술, 시각미술에 대한 새로운 의식의 세계를 건설했다.


'키네틱(Kinetic)'은 동적이면서 운동과 관련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리학에서 '운동에너지'는 키네틱 에너지(Kinetic Energy)라는 용어로도 자주 사용되며, 이는 물체가 움직일 때 가지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운동'을 뜻하는 그리스어 '키네시스(Kinesis)'에서 유래한 '키네틱(Kinetic)'은 예술, 운동학, 생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각 분야에서 모두 움직임이나 활동과 관련된 의미를 내포한다.


키네틱 아트(Kinetic Art)는 면적과 공간을 함유하는 부피감의 형태가 있어야 진행과 역행, 회전이 가능하므로 보통 평면적인 그림보다는 조각의 형태가 대부분이다. 키네틱 아트의 최초 작품은 자전거 앞바퀴를 의자에 거꾸로 달아 만든 레디메이드(Ready-made) 개념의 창시자, 마르셸 뒤샹(Henri Robert Marcel Duchamp)의 <자전거바퀴 Bicycle Wheel 1913>이다. 일상의 용품을 새롭게 시각을 비틀어 관조하는 레디메이드(Ready-Made)는 기존에 만들어진 사물에 대한 창작적인 변형과 역변을 통해 관객의 호응과 감탄을 이끌어낸다. 다만, 요즘 보이는 회색 테이프로 붙여 놓은 1억 오천만 원짜리 '생 바나나' 레디-메이드 예술품은 2억으로 값어치가 상승되어도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근사한 옷을 입혔다고 거짓말을 한 사기꾼 재봉사가 만든 거짓 논리의 모방품으로 보인다. 예술품을 따먹고 다시 슈퍼에서 사다 붙여놓는다고 해도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 예술에 놀랍다고 거품을 물기엔 바블껌 같은 예술은 금세 의미조차 터져버리고 만다.

  

키네틱 아트는 레디-메이드의 비판적 시을 포용하며, 무의미한 의미를 추구하는 다다이즘의 허무적인 문명사조를 정방향으로 직시하는 생활 속의 가치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물리학적인 자연과 상호호응의 세계에 놓인 기존의 스틸라이프(Still Life)를 재해석하여 이를 역발상으로 재현하고 기존의 형태에 직간접적인 운동성을 부여한 신 사실주의의 관찰 장르(Genre)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시간과 화학시간에 모빌을 만들어 적이 있다. 미술시간에 만들었던 모빌은 당시 미술이 주는 '창의'에 대한 관념이 틀에 박힌 듯이 엄격한 느낌을 주었던 반면에, 화학시간에 만든 모빌은 분자를 구성하는 원자의 종류와 숫자의 조합 또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주었기에 그 기억이 특별했다. 빨갛고 파란 구체의 원자들을 연결하는 막대 어딘가에 실을 감으면 원구와 연결된 볼륨감이 균형적인 무게감을 이루며 허공 속에서 동적으로 변했다. 갓난아이들의 요람 위에 시선을 움직이 만드 완구 모빌 또한 키네틱 아트의 생활버전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많이 하는 방과 후 수업과정인 '레고 닥터' 키네틱 아트의 일상적 놀이의 표현으로 수 있다. 


키네틱 아트는 관의 직접적인 참여와 간섭으작품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 중력과 균형의 원리나 바람과 공기의 흐름과 같은 자연적인 력을 이용하여 작품을 움직이는 방법, 특수적인 전기장치나 모터와 같은 외부와 내부의 동력을 이용하여 모빌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방식이 있다. 모두 빛을 통한 반사와 그림자, 움직임, 색채, 소리형태를 분석하여 작품이 놓이는 공간과 이를 둘러싼 환경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며, 시공간적인 움직임을 생성하고 그에 대한 조형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예술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모든 것은 예술적인 관찰의 대상이 된다. 경직된 사회의 일률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사물에 놓인 관념을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물을 보는 한 사람의 시각적인 구도는 타인과 동시에 동일한 대상을 바라본다고 해도 같은 곳에 머물러 있지 않다. 색상과 빛, 그림자, 질감, 움직임, 위치, 각도, 소리, 방향, 형태는 각자의 삶에 따라 집중도를 달리하여 개별적인 내면으로 파고든다. 움직이지 않는 정물 또한 사물의 구성과 배치를 통해 세상에 놓인 존재의 상징(Symbol)을 변모시키고 추상적인 사고의 이변(Surprise)을 부른다. 하물며, 움직이는 인간이 함께 하는 세상이라면 그 안에 놓인 사물의 상대적인 복잡함과 유기적인 내용은 인간의 풍성한 사고와 기술적인 창의성에 대한 개발을 종용하고도 남는다. 움직임이란 죽음과 같은 정지의 침묵처럼 무거운 진실이 목을 가눌 수 없도록 짓누를 때까지 우리 삶을 동력하는 하나의 분출에너지이자 생생하게 살아있는 유기적이고 날카로운 증명이다.  



진실값 (TRUTH VALUE)

영어 단어 'Mobile'은 한글로 '모빌'과 '모바일'로 읽힐 때 다른 의미를 발산한다. 모빌(Mobile)은 여러 부품들의 균형과 중력에 의해 만들어진 예술작품이나 조형물을 뜻하며, 모바일(Mobile)은 이동이 가능한 휴대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휴대용 전자기기와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이동가능장치를 포함한다. 시간과 역사를 담고 있는 단어가 내재한 의미와 문맥상의 의미는 이미 사전적으로나 현상학적으로 예술과 기술이 근접한 이론의 형태를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논리적이고 기술적인 과학과 미학적이고 철학적인 예술은 현실에서는 굉장히 간극이 심한 것처럼 분야가 나누어져 있지만, 내부로 파고들어 갈수록 서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상통하다. 키네틱(Kinetic)이란 단어에서도 발견하듯이 움직이는 역동성은 관찰을 부른다. 진실값(Truth Value)은 인간의 언어로는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블랙홀처럼 모여지는 하나의 극점에서는 둘 다 벗어날 수 없게 같은 모양이다.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다면 물리적인 공식을 외우기보다 동력을 발생시키고 저지를 가능하게 한 현상을 탐구하고 싶다.

2014. 4. 9. Wedne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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