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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 아저씨 May 29. 2024

천천히 오물오물 씹자!!


12일간의 북유럽여행을 떠나기 위해 2024년 5월 9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3주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몸관리에 들어갔다.

무리한 운동을 피하며 적당한 근육운동과 트랙킹을 통해 몸상태를 여행에 최적의 상태로 만들었다.

끈질기게 나를 괴롭혔던 감기도 거의 나았고 오십견으로 인한 어깨통증 외에 특별히 몸에 불편한 사항은 없었다.


이제 여행을 즐길 일만 남았다!!


출국수속을 일찍 마치고 공항 내 식당에서 아내와 함께 라면을 먹었다.

비행기를 타면 바로 기내식으로 저녁식사가 나오니 가볍게 허기만 채우기로 한 것이다.

해외에 나가보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 중의 하나가 라면 아니었던가?

식당 배식대에서 라면을 받아 들고 맛있게 몇 젓가락을 먹던 중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입볼과 혀를 동시에 씹어 버렸다.


다행스러운 것은 두 달 전에 혀를 깨물 때처럼 피가 나진 않았다.

입안에 구내염이 자주 나고 음식을 먹다가 이번처럼 깨무는 경우가 종종 있어 집에는 늘 구내염을 치료하는 약이 종류별로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여행을 다닐 때 늘 상비약으로 갖고 다니는데 이번에는 깜빡 잊어버린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쩌랴!!

심해지면 해외에서 약을 사야지! 하고 마음을 다독이며 핀란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렇지만 좋지 않은 일은 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구내염이 생겨 자연치유가 되기까지 보통 10일이 소요되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없었다.

노르웨이에서 연고를 사 발랐는데도 불구하고 여행 내내 혀와 입볼에 난 상처는 계속 진행이 되어 노랗게 둥근 원이 되어 버렸다.

귀국시점이 되어서야 상처가 희미해지며 입안의 통증이 거의 사라졌다.

입안의 상처로 인해 당연히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없었고 상처 난 곳을 또다시 씹을까 겁이 나 여행 내내 음식을 천천히 오물오물 씹어 먹을 수밖에 없었다.


노르웨이에서 구입한 구내염증 치료연고


그런데 음식을 오물오물 씹으며 먹어보니 혀나 입볼을 씹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22개월이 된 외손녀가 늘 음식을 귀엽게 오물오물 씹어 먹는 모습이 생각났다.



아!!!  아기들에게도 배울 것이 있구나!


나이가 들며 음식을 먹으면서 말이 많아지고 입을 벌리고 음식을 씹으니 입안을 자주 깨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대부분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성격이 급해지고 말이 많아진다.

여행 내내 힘겹게 식사를 하는 내게 앞으로는 음식을 먹을 때 입을 다물고 천천히 먹으라고 아내가 조언을 했다.

"먹을 때면 오물거리는 귀여운 똥꾸 입이 되는 우리 아기(외손녀)처럼 입을 다물고 천천히 먹으라" 며.



귀국 후 조심스럽게 오물거리며 음식을 먹는 내게 아내는 또 다른 핀잔을 준다.

"가 만든 음식을 맛이 없게 먹는 것 같다고."

그렇지만 입안을 씹어 구내염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음식을 천천히 오물오물 씹어 먹는 것이 그래도 낫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은 늘 그렇게 음식을 먹는다.

입안을 깨물지 않는 외손녀처럼.


그런데 며칠 전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외손녀가 혀를 깨물어 음식을 먹을 때마다 혀를 내밀며 아파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아기들은 입안을 깨물지 않을 거라는 나의 생각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입안을 깨무는 것은 이빨을 가진 사람들의 숙명처럼 느껴졌다.

앞으로는 입안의 안녕을 위해 "천천히 오물거리며 씹기"를 항상 생각하며 음식을 먹으리라 다짐을 해 본다.

마지막으로 궁금증 하나.

동물들도 먹이를 먹다가 입안을 깨무는 경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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