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때문에 직원과 함께 내 차로 이동하고 있었다. 목적지 건물 지하 주차장 코너, 주차공간이 아닌 위치에 차량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코너에 세워놓은 그 차와 건너편에 있는 차량 사이를 통과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내 뒤로 차가 줄을 이어 들어오고 있었다. 어쨌든 내가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종이 한 장 정도 여유를 보고 겨우 핸들을 꺾었지만 내 차 왼쪽 범퍼가 주차된 차량 오른쪽 범퍼에 닿고 말았다. 차가 닿는 순간 멈췄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고, 급기야 옆에 앉은 직원이 "팀장님! 더 가면 안 될 거 같아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그 상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직원의 다급한 외침에도 차를 움직였고 쿠쿠쿵 쇠가 찌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앞이 깜깜했다. 정신없이 차에서 내려 상대방 차로 달려갔다. 세워진 차에는 연락처가 없었다. 시간이 없었지만 그냥 가면 안 되는 상황이다.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당황했다. 급할 때 생각나는 사람은 역시 남편이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사고를 냈다는 나의 다급한 목소리에 남편은 일단 나를 진정시켰다. 남편과 통화를 하고 있는데 차량 운전자가 나타났다. 교행이 안 되는 이런 곳에 주차하시면 어떡하냐는 나의 원망에도 상대방은 당당했고,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사고처리 경험이 없는 나는 경황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때 수호신처럼 남편이 나타났다. 남편은 상대 운전자와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능숙하게 보험 처리 절차를 밟았다.
사고장소에 함께 있던 직원 J가 "남편분이 계셔서 정말 든든하시겠어요."라고 한다. J는 30대 초반 미혼이다. 남자 친구가 있지만 결혼은 고민한다. 혼자 지내는 게 좋아서 당분간 결혼할 생각이 없단다. 그리고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30대 후반쯤 하고 싶다고 한다.
J뿐 아니라 함께 근무하는 다른 직원도 결혼에 회의적이다. 남자친구 없어도 같이 놀 친구가 있어 외롭지 않단다. 회사 다니고 일하기도 힘든데, 결혼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신경 쓸 자신이 없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육아까지 할 자신은 더더욱 없다고 한다. 출산과 육아의 과정을 모두 겪은 나는 젊은 친구들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결혼을 안 하려는 젊은 세대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평소 후배들이 결혼에 대해 고민하면 나는 적극적으로 결혼을 추천한다. 세상에 태어났으면 남들 하는 거 다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어른들의 말씀을 나도 똑같이 하게 된다. 결혼 전 나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그전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가슴 저릿한 모성애와 부모 자식 간 사랑을 알게 되었다. 아이의 작은 손짓과 표정 하나에도 울고웃는 내 모습이 놀라웠다. 그리고 나와 함께 인생을 같이할 영원한 내 편인 배우자가 있어 든든하다.
결혼에 대해 질문하는 후배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결혼의 장점을 이야기하지만 그들 생각에 큰 변화를 주지는 못하는 거 같다. 어떤 이들은 결혼 추천하는 사람은 주위에서 나밖에 없다며 내 진심을 의심하기도 한다.
차량 사고 후 나와 함께 현장에 있던 J와 다른 직원이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 J는 직원에게 사고 이야기를 하며 팀장님 남편이 현장에 와 사고 처리를 해주셨고, 엄청 든든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결혼하는 게 좋아. 남편 아니면 누가 그렇게 바로 달려와 처리해 주겠어..."라는 나의 말에 직원들은 또 시작이라는 듯 막 웃는다. 그러면서 어떻게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결혼할 사람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 건지, 결혼이 꼭 필요한 건지, 결혼생활에서 중요한 건 무엇인지 등 작심한 듯 질문을 쏟아냈다.
대답이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정성스럽게 답변을 했다.
언제 결혼을 해야겠다고 미리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다. 지금 남편을 만나고 사랑이 깊어질수록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평생을 같이할 사람이니 배우자는 그 무엇보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돈보다 그 사람의 인품과 능력이 중요하다. 물론 결혼은 현실이기에 돈이 너무 없으면 힘들다. 그리고 자라온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사랑받아본 사람이 사랑 주는 법도 안다. 정상적인 가정환경,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면 더 좋다. 그리고 결혼생활은 현실이기에 늘 좋을 순 없다. 살면서 당연히 부딪힐 수밖에 없으며 힘든 일도 생긴다. 다른 환경에서 몇십 년을 살아왔기에 싸우는 게 당연하다. 결혼 전보다 결혼 후 챙겨야 할 사람이 훨씬 많아져 번거롭기도 하다. 그래도 혼자일 때보다 둘이 있으면 더 행복하다. 가정을 꾸리고 배우자와 인생을 함께 할 수 있음이 든든하고 감사하다. 직원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였지만 내 이야기가 그들이 원하는 답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결혼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다. 당사자 외에 누구도 결혼을 강요할 수 없고 강요해서도 안된다. 세상 사람 모두가 같은 모양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결혼을 추천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세상에서 하나뿐인 귀한 아이와 함께 삶의 진정한 행복을 알아가면 좋겠다. 물론 결혼하지 않더라도 행복한 순간은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행복은 내 가정을 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순간이다. 누군가는 라떼시절 꼰대생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또 언젠가 세월이 흘러 내 생각이 지금과 달라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청춘들에게 결혼을 추천하고 싶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고 삶의 진정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