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왔으면 일을 하자.
"회사는 돈 받고 다니는 곳이다"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돈 받는 만큼 일해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몸값만큼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매달 들어오는 월급은 당연하게 여기고, 일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게 생각해 왔다. 일하기 싫으면 회사를 그만둬야겠지만 매달 받는 월급이 아쉬워 일하기 싫어도 회사를 계속 다닌다.
직장생활이 맞지 않아 퇴사 후 글을 쓰게 되셨다는 어느 작가분 일화가 생각난다. 작가분은 직장에서 일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불평을 달고 살았다고 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처리해야 할 일을 두고 불평하고 있던 어느 날, 옆자리 동료가 이렇게 말했단다. "우리는 회사에 일하러 오는 건데 왜 일 때문에 화를 내?" 그 말을 듣고는 "어! 너 천재?"라며 웃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회사는 일하려고 나오는 곳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임에도 모르던 것을 알게 된 것처럼 나는 신선함을 느꼈다.
나는 일하는 걸 싫어한다. 그동안 일하면서 즐거웠던 적이 있던가? 기억이 잘 안 난다. 언제까지 이렇게 괴로운 마음으로 회사를 다녀야 할지 하루하루를 괴롭게 보냈다. 근무시간을 단순히 8시간으로만 계산하더라도 하루의 1/3을 직장에서 보낸다. 수면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의 반이라는 엄청난 시간이다. 근무시간 외에 출퇴근시간, 점심시간, 야근 등 실질적으로 직장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하루에 10시간 이상이다. 이렇게 긴 시간을 불평과 불만으로만 지내다니 내 인생이 안타까웠다.
내가 20년 가까이 겪어온 직장생활을 돌아보니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은 삶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작은 인생이기도 했다. 인생을 유년기, 청년기, 노년기로 분류한다면 직장생활은 초반부, 중반부, 후반부로 나눌 수 있겠다. 초반부는 입사 후 회사에서 작은 역할을 하는 시기이고 중반부는 조직에서 중요 업무를 맡게 되는 실무자나 중간관리자로 일하는 시기, 후반부는 조직 피라미드 상단의 관리자 시기가 될 것이다. 인생에 희로애락이 있는 것처럼 직장생활에도 기쁨과 즐거움, 슬픔과 고통이 있다. 상사나 동료 때문에 힘든 날, 업무로 생기는 불안과 걱정으로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고통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날을 돌아보면 나는 직장인에게 가장 큰 기쁨인 승진을 여러 번 했고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지금 내 주위에는 마음을 나누는 친구 같은 동료도 있다. 회사에도 희로애락이 있었다.
회사는 돈 받고 다니는 곳이기에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일을 해야 한다. 일 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내 모습과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회사에서 내 모습은 가족이나 친구를 대할 때와 다르다. 회사는 전문성을 기본으로 한다.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은 아마추어처럼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연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직원 개개인이 전문성을 가진 하나의 객체로 서로를 대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아마추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불평하고 불만했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회사를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활용해 보자. 개인생활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내 모습을 회사에서 발견하고 매일 내 능력을 조금씩 발전시킨다면 회사생활이 힘들지만은 않을 것 같다. 돈 받고 다니는 회사에서 능력이 발전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괴롭게만 여기던 직장생활을 희로애락이 있는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자. 자아를 발견하고 기쁨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