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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바름 Jun 07. 2024

고등학생 학부모 상담

학교상담을 신청하는 고등학생 학부모는 유별나다?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다. 며칠 전 1학기 학부모 상담을 다녀왔다. 아이 초등학교 입학 이후 학교에서 실시하는 학부모 상담은 빠짐없이 신청했다. 아이가 중학생이었을 때는 코로나 때문에 전화 상담을 했고, 그때를 제외하고는 모두 방문상담을 했다.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작년, 상담 신청서를 작성하며 "상담 날짜 언제로 할까?"라고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눈이 동그래지며 "엄마, 방문 상담 하시게요?"라고 되묻는다. 나는  "응. 가야지~ 왜?"라고 되물었고, 아이 질문이 낯설었다.


- 선생님께서는 특별한 내용이 없으면 전화 상담을 추천한다고 하셨어요. 엄마는 특별히 물어볼 내용이 있으세요?

-  음.. 전화보다는 얼굴 보고 상담하는 게 엄마는 더 도움이 되던데... 1년 동안 우리 딸 담임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도 궁금하고.. OO이가 고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여쭤보고 싶기도 하고.. 

- 그렇구나... 알겠어요. 


그렇게 상담신청서를 제출하고 선생님이 조율해 주신 일정에 맞춰 학교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였고, 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아이의 시험결과에 실망했다.  "그 성적으로는 서울에 있는 대학은 가지도 못해. 그게 현실이야!."와 같은 말을 쏟아내며 나는 딸아이와 눈만 마주치면 공부 이야기만 해댔다. 그럴수록 아이는 나와 함께 있는 걸 불편해했다.


드디어 상담하는 날이 되었고 학교에서 만난 담임 선생님은 친절하셨다. 학교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아이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하며 아이 성적과 아이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말씀 드렸다. 선생님께서는 세상에 공부 잘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없다고 하시며, 지금 열심히 하고 있으니 어머니는 격려를 많이 해주면 좋겠다는 조언을 주셨다. 그리고 언제라도 문의사항이 있으면 연락하시라 말씀해 주셨다. 따뜻한 선생님께 감사했다. 신기하게도 상담 이후 내 마음이 좀 편해졌다. 나는 아이에게 더 이상 성적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아이와의 관계를 되찾을 수 있었다.


또래가 비슷한 직장 동료들이 있다. 나보다 자녀 교육에 100배는 더 열성적인 엄마들이다. 어느 날  내가 학부모 상담을 다녀왔다는 말을 꺼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진다.


- 고등학교 학부모 상담을 갔다고? 고등학교 상담 가는 사람 주변에서 처음 봤어. 평소 교육에  관심 없는 척하더니 실상은 극성 엄마였네!!! 

- 왜? 고등학생 엄마들은 학부모 상담 안 가? 난 몰랐어~

- 특별한 문제없으면  대부분 안 가지 않아? 

- 아.. 어쩐지 아이에게 신청서를 줬더니 아이가 뭘 상담할 거냐고 되묻긴 하더라.. 나는 다른 엄마들도 다들 상담하는 줄 알았지...

-  깔깔깔깔깔~~~ 자기 진짜 특이하다~~~


나는 그날 모임에서 아이가 고등학생인데도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는 특이하고 극성인 엄마가 되어버렸다.

유치원, 초등학생 때까지는 모든 엄마들이 아이 학교 생활을 궁금해하고 선생님과 상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왜 중고등학생이 되면 부모들의 태도가 달라질까?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학교생활보다는 입시와 공부가 중요하니까?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이지만 나는 여전히 아이의 학교생활과 우리 아이가 1년간 함께 보내게 될 담임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 궁금하다. 이런 걸 보고 극성엄마라고 한다면, 그래 나는 극성엄마라고 해야겠다. 


대부분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지인들을 보면 학교 선생님보다 입시학원 강사, 컨설팅 전문가, 과외 강사를 더 신뢰하는 것 같다. 또래의 학부모들을 만나면 사교육 정보를 주고받느라 바쁘다. 물론 나도 아이 학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학원보다는 학교를 신뢰하고 싶다. 선생님께서 해주시는 한마디 말씀을 신뢰하려고 한다. 누구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노력해 주시는 분들이 학교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도 학부모 상담을 다녀왔고 2학년 담임 선생님도 우리 아이를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셨다. 나는 불안하고 걱정 많은 학부모다. 이에 반해 선생님은 우리 아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계셨다. 입시와 진로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상담해 주셨다. 나는 올해도 학부모 상담 신청을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가 학교 생활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선생님께 들었다. 아이에 대한 대견함과 믿음이 더 커졌다. 내가 아는 우리 아이와 선생님이 보는 우리 아이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 안심이 됐다. 학부모 상담 후 아이와 더 많이 대화하고 소통했다.


공교육과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뉴스가 이제는 전혀 새롭지 않을 정도로 익숙하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 인성 교육은 가정과 학교에서 대부분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대학 입시는 중요하다. 그래도 아이들 인생에 가장 맑고 빛나는 학창 시절을 오로지 입시 하나만을 목적으로 살아가게 하고 싶지는 않다.

 

학교 선생님 입장에서는 학부모 상담이 수업 외 행정업무이자 귀찮은 민원업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담신청을 하면 선생님이 싫어하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내가 만난 학교 선생님들은 우리 아이 교육과 학교 생활 지도에 모두 진심이셨다. 선생님들께서 해주신 말씀들이 내겐 무척 소중했고, 상담은 내게 귀한 시간이었다. 


남들이 나를 유별난 엄마로 보는 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며 엄마들 말에 휘둘리지 않았고, 사교육 열풍과 소문을 따라다니지 않았다.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인생에서 학창 시절과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진심으로 아이들을 위해 노력해 주시는 선생님은 앞으로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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