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는 종목 추천
저 오늘 점심 뭐 먹을까요? 골라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가끔 단체 점심 메뉴나 회식 장소 고르기가 쉽지 않은 문제라 주변에 물어보기도 한다. 그래도 어떤 메뉴를 골라달라거나 대신 먹어달라고 하진 않는다. 또 우리는 다른 사람이 점심으로 뭘 먹었는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그런데 투자에서는 추천을 바라거나 남들이 뭘 샀는지 너무나 궁금해한다.
투자 의사 결정은 뭔가 이상하다. 예쁜 쓰레기를 사듯 막산다. 물건도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목적이나 계획 없이 사면 방구석 어딘가로 사라진다. 보이지 않는 투자상품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힘들게 번 돈을 너무 쉽게 결정하고 잃어선 안 된다.
투자를 왜 하냐고 물으면 그냥 돈 벌고 싶다는 사람이 태반이다. 정말 막연하다. 우리의 투자 목적 1순위는 쉽고 빠르게 돈을 벌거나 빨리 은퇴하는 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족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늘어난 평균 수명과 초저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투자 목적 1순위는 노후 준비가 되어야 한다. 부자처럼 소비하고 싶은 것은 그다음이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년 국민 이전 계정을 보면 국민 1인당 생애 주기 적자는 27세까지 이어지다 28세에 흑자로 전환한다. 이후 59세까지 약 30년간 흑자를 유지하다 60세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선다. 28세부터 59세까지의 30년 남짓 한 흑자 기간 동안 30년이 넘는 기간을 준비해야 한다. 부양가족까지 생각하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요즘 예금 금리는 1.5%보다 낮다. 금리가 1%면 원금이 2배 되는 데 70년이 걸린다. 앞으로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고 평균 수명은 더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의 2019년 남자 평균 수명은 80.3세, 여자는 86.3세다. 정년이 60세니 은퇴 후 적자 기간 20~26년을 준비해야 한다. 출생률이 1도 넘지 않는데 누가 누구를 부양할 수 있을까? 점차 부모를 부양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자기 노후는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사람이 노후에 관해 이렇게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지도 5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원래도 우리는 장기적인 것보다 단기적인 것을 더 신경 쓰고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나보다 시간이 많을 것이라 막연히 긍정한다. 지금 해야 할 일도 미루는데 노후는 얼마나 더 멀게 느껴지고 미루기 쉬운가? 어렵지만 투자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생 배운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자.
단타로 얼마를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종목 추천은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종목이나 투자 대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그 종목을 선택했는지 그 관점과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 스스로 선택하고 경험하며 실력을 쌓아야 한다. 평생 남이 알려주는 종목만 쫓아다닐 것인가? 쫓아오라는 사람이나 있을까?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선택한 종목으로 이익을 얻으면 운을 실력으로 착각해서 투자로 돈 버는 일이 쉽게 느껴진다. 투자 금액이 점점 커지다가 실수로 잃기 쉽다. 또 내가 확신하기도 어렵다. 변동성이 심하거나 조금만 올라도 금방 팔아버려 큰 이익을 얻지도 못한다. 남의 말을 듣고 큰돈을 번 사람도 없다.
투자는 평생 해야 한다. 한 번 사고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화분을 키우듯 물도 주고 잘 자라는지 살펴봐야 한다. 내가 얼마만큼 키우고 싶은지, 어떤 종류를 키우는지에 따라 살펴보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투자를 직접 해야 하는 이유는 2가지다.
1.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나도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 나의 소득, 나이, 상황에 따라 투자는 변한다. 세상도 변한다. 현재 시총 10위 기업은 10년 전과 다르다. 많은 지역이 개발로 인기 있는 지역으로 바뀌기도 한다. 변화에 함께하려면 평소에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2. 더 나은 선택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투자 한 번 성공했다고 인생이 바뀌지 않는다. 내 집이 20억 됐다고, 주식 수익률이 한번 100% 됐다고, 로또에 당첨됐다고 큰 변화가 있을까?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둘 수 있을까? 투자는 평생 반복해야 한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배운다. 그다음에 점차 투자 금액과 수익률을 높여나간다. 이 과정들은 내가 직접 공부하고 생각해서 선택해야만 경험치가 쌓인다. 내가 직접 고민하고 선택한 경험이 쌓여야 다음에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처음 투자를 결심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강의, 책, 유튜브, 각종 홈페이지 등등 정보가 너무 많다. 이런 정보를 얻고 공부하는 것보다 자신에 관해 생각해보는 것이 먼저다. 투자를 왜 하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준비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생각한다.
1. 나만의 동기를 생각한다.
그냥 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100억이 있었으면 좋겠다 같이 막연한 생각으로는 현재 상태만 유지할 뿐이다. 대충 건물주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 지금 건물이 없어도 그럭저럭 살고 있기에 조금 공부하다 그만둔다. 내가 어떤 이유로 투자를 시작하고 공부하는지 자신만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 나의 노후 준비가 될 수도 있고, 가족이 될 수도 있다. 구체적인 생각이 행동을 만든다. 왜 가 없으면 투자를 반복할 수 없다.
2. 나의 상태와 목표를 파악한다.
지도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곳은 현 위치다. 먼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목적지에 찾아갈 수 있다. 나의 현재 상황과 내가 노후에 필요한 금액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한다. 요즘 경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새벽에 미국 시장도 보고 미 연준의 발표도 눈여겨본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은 나의 현재 상태다. 먼 나라 뉴스부터 찾아볼 것이 아니라 가까운 내 사정에 밝아야 한다. 해외 소식은 요약하고 정리해서 알려주는 사람도 많지만 내 상황을 브리핑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내가 한 달에 얼마를 저축할 수 있고, 새는 돈은 없는지, 투자할 비중은 얼마인지 등 나의 상황을 제대로 기록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수익, 노후에 구체적으로 필요한 금액, 내가 원하는 것 등을 적는다. 나의 상태를 파악해야 소비를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소득을 더 늘릴 것인지, 어떤 목표 수익률의 투자를 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10억이 커 보이기도 하고 작아 보이기도 한다. 10억은 혼자 월 300만 원씩 30년 동안 쓸 수 있는 돈이다. 생각만 하지 말고 구체적인 숫자로 기록해야 와 닿는다.
3. 내 선택에 확신이 생길 때 투자한다.
확신은 대중이나 전문가가 주는 것이 아니다. 확신은 내가 공부한 만큼 생긴다. 투자는 좋은 것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저평가된 것을 고르는 게 핵심이다. 어느 분야든 유명한 투자자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두 가지다. 잃지 않는 것과 싸게 사는 것. 싸게 사야 혹시나 내 예상과 달리 조정이 왔을 때 타격이 적기 때문이다. 일단 살아남아야 다음 기회를 살릴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엔 작게 내가 감당할 수 있게 시작한다. 잃지 않을 확신이 생길 때 어렵게 모은 내 돈을 투자해도 늦지 않다.
투자는 화분을 키우는 것과 같다. 내 자산이 잘 자라는지 틈틈이 살피고 돌봐야 한다. 내가 키우고 싶은 대로, 관리할 수 있는 만큼 가꾸고 관리하는 것이다. 관리도 적당해야 한다. 내 화분에 너무 많은 물을 주거나 과도하게 관리하면 오히려 못 자라기도 한다. 내가 왜 투자를 하는지 무엇이 먼저인지 잊지 말자. 투자에만 너무 매몰되어 본인의 삶이나 주변 사람을 챙기지 못하는 실수는 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