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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수진 Sep 04. 2023

바쁜데도 하고 싶은 것

시 쓰기와 꽃다발 만들기

  가장 먼저 상권이 형성된 신축  아파트 앞 작은 카페, 카페 051에 꽃다발을 내어놓고 장사를 시작했다. 오늘이 장사 3일째다. 이곳으로 이사 온 지도 벌써 4년이나 지났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카페 051 사장님이 중간에  번 바뀌었다. 언젠가부터 다정한 부부가 헥헥 거리는 우리 강아지가 안타깝다며 물을 챙겨 나와서 바닥에 놓아두기도 했고, 아기가 귀엽다며 군고구마 하나를 꺼내 쥐어주시기도 했다. 그래서 제안해 볼 용기도 생겼던 것 같다.


"꽃을 갖다 놓고 팔아볼 수 있을까요?"


  시작은 한 다발에 5천 원의 수익을 남겨보는 것으로 해본다. 도매시장에서 꽃을 받아다가 손질하고 물 올림을 했다. 용달비가 2만 원이라 더욱 저렴하게 만들기는 어렵지 싶다. 택배로 받으려면 20단을 주문해야 해서 양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꽃이 상할 수도 있어 용달로 받는다. 미리 사둔 포장 부자재까지 하면 한 다발의 수익이 5천 원이 안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어쨌든 시작을 해본다.


  내가 직접 가게를 차렸다면 매달 만만치 않게 지급해야 하는 임대료, 그냥 눈만 뜨고 있어도 나가는 돈, 그만큼은 안 팔리고 남은 꽃을 떠안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혹은 꽃을 만지고 싶어서 플라워레슨을 듣게 되면 한 회에 대략 5만 원-7만 원선의 수업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 돈으로 꽃을 사면 적어도 50송이는 내손에 떨어진다. 한 달 네 번의 레슨을 듣는 셈 치면 꽃 사느라 쓰는 돈이 조금 줄어드는 느낌이다.


  장사 첫날, 아무도 꽃을 사지 않았다. 051 카페 사장님이 한 다발을 샀다.

  장사 둘째 날, 아는 분이 소식을 듣고 한 다발을 사주셨다.

  별로 인기가 없다. 이렇다 할 홍보가 없으니 그럴만하다. 갑자기 꽃을 사서 갈 만큼의 이유가 고객에게 없을만한 장소기도 하다. 출근길에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픽업해 가고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집에 돌아가는 초등저학년 엄마들이 바깥에 서서 아메리카노를 많이 사가는 곳이다. 초등학교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계속 꾸준히 해나가면 입소문이 나고 꽃이 필요한 분들이 찾아주실  같다.


  시댁에 놀러 가는 길, 꽃통에 꽂힌 꽃들을 모아 한 아름 챙겼다. 어머니가 무슨 꽃이냐 묻자, 꽃장사를 시작했다 답했다. 맨날 바쁜 사람이 시간이 어딨냐 하시니, 바빠도 하고 싶은 건 하고 살아야죠 했다. 바빠도 하고 싶은 걸 해야 에너지가 생기고, 나를 바쁘게 만드는 일들에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내어줄 수 있다.


  아무래도 용달비가 부담이 되어 카페 한 군데를 더 뚫어보기로 했다. 두 군데로 분산하면 꽃의 양을 늘려서 용달받는 횟수를 줄일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오늘이 좋아서 하는 카페 장사 1일 차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좋아서 하는 카페의 사장님이자 신간 <커피의 위로> 작가님인 정인한 님의 피드를 받아보고 있었다. 한적한 유럽 느낌이 물씬 풍기는 덕정카페거리한 중간, '좋아서 하는 카페'라는 이름을 달고 10년째 영업 중인 곳이다. 작가님은 꾸준한 루틴을 지키고 있었다. 매일 새벽 6시 30분 카페 출근, 책 읽기, 글 쓰기. 나도 작가님의 기운을 받아 아침 글쓰기 루틴을 만들었다. 매일 새벽 7시 꽃 진열, 30분 카페에 앉아서 글쓰기. 지금 이 글도 카페에서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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