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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소나 Jan 02. 2021

코로나시대, 위기의 돌준맘

뭐 이런 개떡같은 경우가

"우리는 못 갈거같다. 서운해도 어쩌겠니"


 돌잔치 전전날 걸려온 시어머니의 전화였다. 아기의 백일에도 코로나 때문이라며 안오셨었다. 시부모님 안오시면 남편형제들도 안오겠네. 그럼, 난 지금까지  한거지?


방역단계 격상 전인 지난 11월의 일이다. 예전같으면 떠들썩하게 치뤘겠지만 이제는 직계가족들만 모여 간단히 식사를 하는 자리로 바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그 안에서도 준비하고 결정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 식당예약과 시간대

 이제는 모두가 소규모로 하기때문에 돌잔치에 적합한 식당은 예약이 꽉 차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돌상을 차린만한 크기의 단독홀이 있으면서 어른들을 모실만한 식사가 차려지고 사진도 잘 나올 식당이 지역에 몇개나 있을까. 일찌감치 소규모로 진행할 생각이었던 나는 무려 다섯달전에 예약을 걸었다. 시간대는 멀리서오실 시댁식구가 오가기편한 1시로 잡았다. 아이가 밥먹을 시간이라 애매하긴했지만 일단 시댁식구들 동선에 맞췄다.


- 돌상과 스냅사진

 "주변에 사진 잘 찍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텐데." 남편의 개뼉다구같은 소리였다. 스냅작가가 찍어주는 사진과 일반인이 찍는 사진을 어떻게 비교한단말인가. 문득 남편이  결혼식 스냅을 고를때 얼마나 까다로웠었는지가 떠올랐다. 그에반해 돌잔치에는 너무 성의가 없는것같아 짜증이 치밀어올랐지만 굳이 싸움거리를 만들지 않기로했다.


- 한복과 헤어메이크업

  친정부모님과 아이한복을 골랐다. 낯선곳에서 낯선사람이 이옷 저옷 입히고 벗기는것이 심히 탐탁치않았던 아이를 어르고 달래 피팅을 했고 남편에게는 사진을 보냈다. "여보 마음에 드는걸로 해. 근데 그 치마같은건 싫어" 철릭을 두고 한 말이었는데 나는 요즘 유행하는 그 한복이 좋았다. 우겨보고 싶었으나 사위변호사인 친정엄마가  남편을 편들었기때문에 별수없이 바지한복으로 정했다.

  

 "여보 토요일에 결혼식이 많아서 샵 예약이 아침 일곱시밖에 안된대. 우리 엄청 일찍일어나야겠다"

 "나는 안할래. 가족끼리 밥먹는데 무슨 화장을 해."


그때 내 본래의 성질머리대로 화를 냈었어야했다. 아들 생일잔치하는데 싸우고싶지않아 삭혀왔던 작은 서운함들이 쌓여 이렇게 터지게 될 줄 몰랐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마!



나는 핸드폰을 집어던졌다. 코로나때문이라시는데 그럼 어떡하냐고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남편의 말은 귓바퀴 근처에도 닿지않았다. 결혼하고 처음 모이는 시댁식구들 잘 대접하겠다고 무리해서 잡은 고급식당이며 예약금 다 지불한 스냅돌상한복이며 식구 인원수대로 준비한 답례품이며 이제와서 나보고 어쩌라는건지 화가 치밀었다. 불 같은 원망이 갈곳을 찾아 망나니처럼 돌아다녔다.



아버님께 돌잔치 취소한다고 전화할게



 남편은 피 대신 휘발유가 흐르는 걸까? 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취소를 하냐고 따져물어야 하는데 화가 들불같이 일어나서 엉엉 울어버렸다. 내 나이가 몇살인데 아들 생일파티 안해준다고 꺽꺽거리면서 울었다. 남편과 통화를 마친 아빠가 나에게 전화를 해왔다.




 우리딸 애 키운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예쁘게하고 사진 한장도 못찍어서 어쩌누.
그동안 얼마나 잘해왔는지 엄마아빠가 다 봤잖아. 아빠가 친척들한테 지금 연락해서 부를테니까 가족들한테 박수 많이받자.
우리 예쁜 손주 놀래 그만울자.





 친가쪽분들은  전부 못 오셨다고 들었는데, 그럼 가족사진은 한 컷만 진행해도 괜찮으실까요?


결국 돌잔치는 나의 사촌들을 총출동시켜 치냈다. 시어머니께 전화를 받은 밤에 나는 눈이 퉁퉁붓도록 울었고 아빠 전화를 받고서는 눈알이 빠지도록 울었다. 남편과는 결혼하고나서 가장 크게 싸웠다. 돌잔치가 끝나고 시어머니는 축하한다고 고생했다고 사실 나도 너무너무 가고 싶었다고 훌쩍이며 전화를 주셨다. 이게 다 코로나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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