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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르노 Aug 29. 2020

모두가 함께 고른다구? '친자'소비시대의 등장

현재 세계 명품 시장의 성장은 중국이 이끌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친자 소비 경향이라는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러사람이 관련되면 가격보다 더 품질이 좋고 디자인이 좋은 제품을 선호하게 되죠. 명품이나 비싼 제품이 바로 이런 친자소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냅니다. 


친자 소비란 친한 관계가 있는 사람, 가족, 친구, 지인 등 소위 친자들이 소비 결정에 함께 참여하는 소비 경향으로 중국에서 쓰는 용어입니다. 하지만 이 현상은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핫한 명품 시장 중의 하나가 ‘아동 시장’입니다. 자녀가 있는 중국 가정의 80%가 자녀에게 30~50%의 수입을 쓴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교육 소비 인프라가 부족한 2~3선 도시는 아동 식품비만 15%에 달할 정도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교육비, 식비를 포함한 아동 전체 지출이 상당한 규모입니다. 중국 가정의 아동 소비는 사실상 아동 1명이 아니라 친가, 외가, 부모, 아이까지 총 7명이 결정하는 7인 친자 구조입니다. 7명의 취향이 반영되고, 각자의 기준과 눈높이가 반영되므로 이용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갈수록 판단 기준이 엄격해집니다. 자연스럽게 가격이 조금 비싸도 품질을 믿을 수 있는 프리미엄으로 점점 옮겨 가는 구조입니다. 


중국은 1970년대 이후 강력한 1자녀 정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이 조치를 위반하고 3자녀를 낳은 장예모 감독이 벌금으로 12억을 냈을 정도니 그 강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1자녀 정책 시기에 태어나서 중국경제 성장의 과실을 향유한 80년대 90년대 생들을 바이허우 (80), 지우링허우 (90년생)이라고 부릅니다. (한비야의 여행기에서는 이들을 소황제 세대라고 설명했답니다) 여러 자녀에게 갈 혜택을 집중해서 받게 되어 귀한 대접과 경제적 풍요를 한껏 누린 층으로 각국에서 밀레니얼이라고 부르는 층이 바로 이 세대입니다. 중국의 밀레니얼은 월광 족이라고도 불리기도 하는데요, 월급을 받으면서도 부모들에게 용돈을 받아서 쓴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적으로 밀레니얼, 그중에서도 중국의 밀레니얼들이 전 세계 제품의 가치소비화, 프리미엄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뜨는 레스토랑은 이제 부모를 위한, 자식을 위한 레스토랑이 아닙니다. 그들이 어떻게 레스토랑에서 작용하느냐를 고려한 상호작용 레스토랑입니다.  Peachade Family Tavern이라는 레스토랑은 1층은 식사, 2층은 어린이 놀이 공간으로 분리하고 아이들은 영화관을 즐기고, 코너에 있는 자그만 시장에서 과일을 사서 요리를 하는 체험을 즐깁니다. 이 모든 과정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며 전문보육사가 감독합니다.  Nairbo 레스토랑은 상하이에서 핫한 체험형 레스토랑입니다.  1층은 레스토랑과 아이 전용 독서공간, 수상 놀이 시설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2층은 전문 체험공간으로 축소된 거리와 집, 우체국, 주유소, 미니마켓 등이 있어 아이들의 체험과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한 체험형 레스토랑 홈페이지 

베이킹프로그램, 레스토랑만의 독특한 파티 등 음식과 공간을 이루어지는 것을 넘어선 4차원의 상호 관계, 경험의 질이 중국  레스토랑의 흥망을 가르고 있습니다.

중국 내 밀레니얼들이 키우고 있는 0~14세의 영유아들은 2억 4천만이 넘으며 아동 시장의 규모 또한 774조 원에 달합니다. 귀한 자식들이 키운 더 귀한 자녀들이 등장하고 있던 셈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쓰는 제품에 더해 자녀들이 쓰는 제품까지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명품급으로 구매합니다. 많이 사는 것이 아니라 혼이 담기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산 뒤에도 후회 없이 오래갈 제품을, 고르고 골라 산다는 의미가 더 큽니다. 이런 신중하고 가치 중심적 소비성향에 전 세계 산업 전반의 프리미엄 추세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베이비페어에 입장하는 조부모의 숫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50~70대의 유아용품 구매가 전년 대비 20%가 증가했습니다. 특히 카시트나 유모차같이 고가유아용품 판매는 60% 이상 급증했습니다. 친자 소비성향이 강한 유아학습교재, 고급 이유식, 유기농 종이 기저귀, 어린이 미니카 종류는 특히 상승 폭이 컸습니다. 소위 육아물가 지수는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 (0.55%)의 6.6배에 달하는 3.61%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저출생의 역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구매인구가 줄어 시장이 줄어들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양에 한정되며 질적으로는 더 성장해 시장 전체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저출생때문에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지만, 분야에 따라, 프리미엄이냐 일반형이냐의 구분에 따라 희비가 갈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4차산업혁명 이후 소비시대에는 이런 친자 소비형 경제가 부모와 자식 간의 친자관계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밀레니얼, Z세대들은 모바일과 네트워크로 실시간 연계되어 부모, 친구, 친척, 좋아하는 아이돌, 인플루언서 등 수많은 친자가 이들의 소비에 관계합니다.  너무 많은 제품, 너무 많은 정보 속에 우리는 신뢰의 대리자를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가족, 친구, 선후배, 믿을 수 있는 인플루언서, 브랜드 등이 그런 존재들인데 만약 브랜드가 그런 존재로 인정을 받는다면 이후 관계를 무척이나 곤고해집니다. 팔로워가 1억 1천만 명에 달하는 최고의 인스타그래머 카일리 제너는 단 1장의 사진을 올리는데 100만 달러 (12억 원)을 받을 정도이니 그 어마어마한 파워가 이해가 갑니다.

요즘 뜨는 대부분의 브랜드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소셜 네트워크 속에서 싹을 틔웁니다. 밀레니얼들은 공통으로 온라인에 친숙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온·오프를 통합한 신뢰 전략이 중요합니다. 80, 90년대생은 모든 부분에서 온라인 선호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런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는 중국의 경우 의류 구매 시 87%가 온라인을 선호하여 체험이 중요한 화장품, 신선도가 중요한 식품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온라인이 두각을 나타낸다는 조사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오프라인에서는 물론 온라인에서도 블로그, 인스타, 유튜브 정보 등 다양한 친자형 정보에 의존하여 비교하면서 영리한 소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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