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보아야 할 것은 '세대별 혼인율'이 아니라 '인구 대비 혼인율'
인스타를 돌아다니던 중 흥미로운 게시글을 봤다. 여러분들은 이 이미지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아, 확실히 한국 이제 결혼 안하는구나’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럽다. 실제로 내가 본 게시글에서도 출생연도별 혼인 비중을 나타내는 그래프를 통해, 89년생에 비해 92년생의 혼인 비중이 절반도 채 안된다는 우려를 낳고 있었다. 그래프의 출처는 통계청의 데이터를 뉴시스 기사의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덧글에서 많은 사람들은 혼인을 왜 하지 않는가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늘어 놓으며, 결혼하기 힘든 대한민국의 현실을 지적했다.
하지만 난 그래프를 보며 ‘이 정도인가?’라는 의심부터 들기 시작했고, 천천히 하나 하나 따져보며 이 그래프가 다소 과장하고 있는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실제로 보아야 할 통계를 따로 살펴보게 됐다.
먼저 든 생각은, 지금 한국의 평균 초혼 연령(처음 결혼하는 연령)이 생각보다 높다는 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서 발표한 자료를 많이 참고했는데, 2023년 기준 평균초혼연령은 남자 34.0세, 여자 31.5세다. 통계청의 통계는 만나이를 채택하므로, 2023년 기준 만 34세는 1989~1990년생이다. 즉, 평균적으로 1992년생 남성은 2023년에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92년생 남성의 혼인율은 아마 위 그래프에 나온 15%보다 더 증가할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대별 혼인율이 올라가는 건 89년생 남성도 마찬가지다. 2023년 나이대별 혼인율 비중을 보면, 남성의 혼인은 만35세를 넘어서도 꽤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2023년 전체 혼인 중 만35세 이상에서 이루어지는 비중은 약 38%이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재혼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해도, 특정 세대의 초혼율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선 그 연령대가 40대 후반이 될 때까지는 통계를 보아야 한다. 여성의 경우에도 2023년 기준 만 31.5세이려면 1991~1992년생이어야 하므로, 맨 처음 그래프에서 나타났던 29.5%보다 이후 몇 년 동안 혼인 비중이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혼인율은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방금 분석한 그래프가 통계적 오류를 범하기 좋아 비판하였을 뿐이지, 실제로 한국의 혼인율은 10년 동안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이제부터 살펴볼 ‘조혼인율’은 1000명 당 혼인한 건수로, 쉽게 말해 ‘인구 대비 혼인율’이다.
통계를 살펴본 결과, 조혼인율은 6.4에서 3.8로 변화하였으며, 10년 전에 비해 약 40.6% 감소했다. 2021-2023년 동안 더 감소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조혼인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로 제시되고 있는 출산율 추이와 비교해보고자 국가지표체계의 합계출산율 통계청 데이터도 가져와 함께 그래프를 그려보았다. 비혼인 출산 등 출산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낳는 출산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출산율과 혼인율은 항상 큰 상관관계가 존재할 것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합계출산율은 10년 간 39.5% 감소하며 조혼인율과 비슷하게 감소하였다. 다만, 최근 3년 간 조혼인율은 비슷한데 비해 합계출산율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혼인율 감소 외에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원인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특정 자료를 분석하거나 뉴스를 접할 때, 통계와 그래프를 항상 천천히 생각해보고 의심할 수 있는 힘을 시민들이 더 길러낼 수 있길 바란다. 또한, 기자를 포함해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들 역시 특정 기관이 제공하는 데이터와 해석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자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