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속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이 속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

by 한정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을 속이고 시작하였다. 난 논리나 철학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 내가 이런 글을 쓰며 전문가인 척하는 이유는 이러한 글을 쓰며 내 생각을 정리하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받아 내가 성장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두 번째 목적은 이 글을 보는 독자가 자신이 속고 있다는 의심을 통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속는다는 것은 남의 거짓이나 꾀에 넘어간다는 뜻이다. 또는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잘못 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근래는 미디어와 SNS를 통해 과거에 비해 너무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현대인들은 오히려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워졌다. 그 중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이나 꾀를 부리는 개인과 집단이 아주 많다. 우리가 거짓과 꾀에 넘어갈 확률도 자연히 높아졌다. 허위 또는 과장광고를 하는 기업이나 명확한 사실확인없이 만든 뉴스나 신문기사, 정치인 혹은 이익집단의 의도가 명확히 담긴 메시지나 발언 등이 그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어떻게, 얼마나 속고 있는지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내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최근 미디어나 SNS의 글을 접한 후 직접 찾아본 결과 속았다고 느낀 경우가 많았다. 댓글창을 보면 거기에 속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심지어 네이버, 구글 등의 검색엔진에 잠깐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음에도 사람들은 속았다. 그 사람들을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일일이 판단하고 파악하고 거르기에는 우리네 인생이 너무나 힘들고 피곤하지 않은가. 모든 것을 의심하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의심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살다보면 내 주관, 내 취향 등 내 주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고 이는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시작이 될 것이다. 주체적인 사람이 많아진다면 이 세상이 좀 더 살기 좋을 것이라는 내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 글을 쓰게 되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2019년 1월 말 경의 기사를 보며 우리가 생각하는 진실(세상에 진실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무언가가 있을 뿐이다.)과 미디어의 거리를 알아보자. 2019년 1월 20일 동아일보의 한 기사로 제목은 "소맥에 양폭까지...폭탄주는 왜 빨리 취할까"는 기사로 뉴스1의 기사이다. 구글에 검색하면 기사가 아주 많이 나오며 많은 언론사에서 게재하였다.

기사의 내용을 간략히 하면 논리는 다음과 같다.


- 폭탄주를 마시면 금세 취한다는 느낌이 든다.

- 과학 학술지 '뉴사이언티스트'에 프란 리도웃 교수(영국 서레이대학교)에 따르면 거품(이산화탄소)가 들어간 음료나 술은 위장에서 알코올을 빠르게 흡수한다. 프란 교수는 샴페인으로 실험했다.

- 소맥, 양폭은 거품이 많아 금방 취한다.

- 술은 각종 화학성분이 많아 간이 해독하는데 오래걸린다.

- 발효주는 증류주와 달리 메탄올이 포함되어있다. 색이 탁할수록 메탄올의 농도가 짙다.

- 음주 후 두통을 일으키는 것은 과음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잠깐 읽어봐도 문제가 굉장히 많다. 대표적인 것들만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0) 메탄올이 '미량' 포함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메탄올은 인체에 치명적으로 섭취 시 실명 등을 야기한다. 살면서 술 마시다 눈 멀었다는 사람이나 사건을 본 적이 있는가?
1) 거품이 많은 술이 빨리 취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샴페인으로 한 실험이기 때문에 샴페인과 소맥, 양폭은 성질이 너무 다르다. 같은 발효주라고 묶으려면 소맥이나 양폭을 비교할 게 아니라 샴페인과 맥주, 샴페인과 막걸리로 비교했어야 한다. 기사에서 밝힌 실험을 통한 연구결과는 '거품이 있는 샴페인이 거품이 없는 샴페인보다 더 잘 취한다.' 정도일 것이다.

2) 한 개인의 연구결과는 진실이 될 수 없다. 심지어 2001년의 실험결과이고 기사를 쓴 당시는 2019년이다. 그 사이에 어떤 연구가 발표되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3) 어디까지 화학성분인가? 물도 수소분자와 산소분자로 이루어져있으니 물도 화학성분인가? 저 논리대로라면 세상 모든 물질은 화학물질이다. 몸에 좋지 않은 화학성분과 그 명칭을 표기해야 한다.

4) 갑자기 음주 후 두통의 원인은 과음이라는 문장은 뜬금없이 등장한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열심히, 공들여 쓴 기사라면 등장할 수 없는 문장이며 논리 전개과정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구글에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만 9개다. 그 중엔 동아일보, KBS뉴스 등 대형 언론도 포함되어있다. 문제는 이런 기사를 인용하며 이게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아주 많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기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대형언론이라고, 전문가가 한 말이 다 옳은 것이 아니다.
교수, 실험결과 등을 언급한다고 그대로 믿을 수 없다. 뉴사이언티스트지에 실렸다는데 어떤 학술지인지 모른다. 프란 리도웃교수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실험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이 그 논문을 읽어보기 전까지는 실험결과를 믿을 수 없다. 대형언론사라고 믿을 만한 기사만 내보내지 않는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2) 당연한 것 같지만 당연하지 않다.

'화학성분'이라는 말만 들으면 몸에 굉장히 좋지 않을 것 같다. '천연물질'은 몸에 좋을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뱀의 독, 해파리의 독, 복어의 독도 천연물질이라고 몸에 좋을까? 앞서 언급한 듯 물도 화학성분이니 몸에 해로울까?

3) 모르는 단어는 검색해보자.

메탄올을 나무위키에 간단히 검색해봐도 펙틴이 발효되며 만들어지기에 곡물주에는 거의 없다는 말이 나온다. 기사에서 말한 것처럼 색이 진할수록 함량이 높다는 헛소리는 없다. 심지어 대한주정판매주식회사(국내의 모든 주정은 이 곳을 통한다.)의 주정분석표에 따르면 메탄올 허용 기준치는 0.5g/ml이며 취급하는 주정은 0.0199ppm으로 문제없다고 밝혔다.


물론 메탄올은 숙취의 주 원인이기도 하다. 아마 이 기사는 소맥, 양폭 등 섞어마신 술은 빨리 취하는 걸 보니 그 원인이 메탄올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쓴 기사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 기사가 인용되서 각종 블로그, SNS에 퍼진 것을 보면 속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최대한 속지 않는 삶을 살기를 간곡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