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이성

인간은 어디까지 멍청할 수 있고, 어디까지 똑똑할 수 있는가?

by 한정원

우선, 이 글은 개인의 경험과 소위 '뇌피셜'을 많이 반영하였다. 만약 이 글을 보고 '그건 당신 생각이나 그렇지, 현실과는 다르다!'는 의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반박해주길 바란다.


우리는 생각보다 본능적이고 감정적인 존재다


인간은 본능에 충실한 동시에 감정에 쉽게 흔들리는 존재다. 굳은 의지로 욕구를 억누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만약 그런 사람이 대다수였다면, 지금처럼 담배와 술이 활발히 소비되는 사회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마주할 때 느끼는 두려움, 호기심, 동경 같은 감정들은 모두 우리의 본능을 반영한다. 그중에서도 분노와 두려움은 인간이 얼마나 본능에 가까운지 가장 잘 보여주는 감정이다. 생존 본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많은 감정적 행동과 판단이 결국 두려움과 분노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한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반복되는 사소한 행동, 그리고 감정의 파도

남편은 매일 양말을 뒤집어 벗어둔다. 아내는 이미 여러 차례 이를 지적했지만, 남편의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결국 어느 날, 아내는 남편에게 화를 낸다. 이 장면을 떠올리면 많은 사람들은 아내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남편을 나무라거나, 화를 내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런데 아내는 왜 화가 난 것일까? 단순히 뒤집힌 양말 때문일까? 아니면 그 이면에 숨겨진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아내의 감정을 세 가지 관점에서 들여다보자.


1. 원인 제공자가 바뀐다면?

만약 양말을 뒤집어 놓은 사람이 남편이 아니라 고등학생 아들이었다면, 아내는 여전히 화를 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같은 행동을 일곱 살 딸이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바로 이해 여부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편이 실제로 그녀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혹은 무심코 흘려들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무시당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감정을 표출했다. 확인되지 않은 추정 위에 쌓인 분노는 결국 논리적 비약을 불러온다.


2. 원인 사실만으로 판단할 때

양말을 뒤집어 둔 사실이 정말 문제였을까? 어쩌면 강아지가 양말을 가지고 놀다 뒤집어 놓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내는 이러한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오직 ‘양말이 뒤집혀 있었다’는 결과만 보고 화를 낸 것이다. 이처럼 행위의 원인을 확인하지 않은 채 결과만 보고 감정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감정의 파도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다.


3. 결과 행위자의 상태가 달라졌다면?

같은 상황이라도, 다른 사람이 목격했다면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뒤집힌 양말을 봤다면, 아내처럼 격하게 화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만약 전날 남편이 잊고 있던 기념일을 챙기며 멋진 선물을 준비했다면? 남편이 힘겹게 일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면? 아내는 같은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아내의 감정 상태와 남편에 대한 인식이 화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정리하자면 아내는 충분한 정보를 확인하지 않은 채, 단편적 사실만으로 감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본능적 감정에 쉽게 반응하는 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감정은 본능적이지만, 표현은 선택이다

우리는 누구나 분노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이 감정들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될 경우 주변과의 관계를 무너뜨리고 결국 자신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화가 나는 것은 본능적 반응이지만, 화를 내는 것은 스스로의 선택이다. 위의 예시에서 만약 남편이 과거 가정폭력을 행사했던 사람이었다면, 아내는 뒤집힌 양말을 보고도 화를 내기보다 두려움을 느끼며 침묵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상대에게 위협을 느끼지 않을 때에만 분노를 표출할 여유를 가진다. 반대로, 위협을 느낀다면 감정은 자연스럽게 분노가 아닌 두려움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에만 드러나는 감정이기 때문에 분노라는 감정은 어쩌면 비겁한 감정인지도 모른다.


본능을 넘어, 감정을 선택하는 존재

우리는 본능에 반응하지만, 동시에 이성적으로 판단해 감정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이성적 판단을 통해 감정을 통제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동물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화가 나는 순간, 본능에 휩쓸려 감정적으로 반응할 것인지, 혹은 한 걸음 물러나 상황을 돌아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것인지는 오롯이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어떤 선택이 더 ‘인간다운’ 선택인지, 그리고 더 나은 행복을 가져다줄지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가장 잘 알 것이라 믿는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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