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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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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 Nov 26. 2020

궁금할 땐 물어보고 불편하면 얘기하고,

두 달 전쯤 회식 때 일입니다.

전날 남편에게 화가 났던 일을 같이 일하는 분들께 했습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육아의 끝에 아이들 목욕을 시키던 중 남편이 퇴근을 하였습니다. 남편은 아이들과 같이 목욕을 하겠다며 아이들이 이미 들어가 있는 욕조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나에게도 쉬는 시간이 생겼구나 기분 좋게 누워 쉬고 있었는데, 남편이 들어간 지 5분도 안되어 아이들이 차례로 한 명씩 밖으로 나왔습니다. 분명 '아이들과 같이 목욕'을 하겠다고 들어갔는데, 5분도 안돼서 애들을 밖으로 내보냈다는 것이 기분이 나빴지만, 남편이 일하느라, 퇴근하느라 힘들었겠다 싶어서, 충분히 하고 나오도록 기다려야 줘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본인이 알아서 눈치껏 나오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10분, 20분이 지나자 조금씩 저의 인내심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30분, 40분이 지나가니 인내심은 분노로 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50분 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습니다.

"도대체 언제 나올 생각이야?"


이 얘기를 저와 함께 일하는 분들께 하자 다들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아마 남편은 아무 생각이 없었을 거야. 가만히 있었는데 네가 화를 내서 당황스러웠을걸?"

"화를 내기 전에 20분쯤 먼저 물어보면 왜 안돼?"

"얘기를 안 하면 절대로 몰라."


물론 평소에도 알고는 있었던 이론이었지만 이렇게 사례와 같이 설명을 들으니 깨달음이 더욱 명확히 왔습니다. 사실, 저나 다른 여자분들은 아마 '남편이 알아서 해주길' 바라고, '그런 얘기를 어떻게 내 입으로 해', '나는 굉장히 속이 넓은 와이프'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에도 '남편이 퇴근하고 왔으니 푹 쉬도록 두자' 고 혼자 속으로 생각을 했는데, 결국 그것은 남편이 알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나'에게 화낸 와이프만 남아 있는 것입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저는 성격이 매우 소심합니다. 그래서 먼저 말하거나, 무언가를 물어보거나 하는 것을 매우 불편해합니다. '상대방이 불편해하면 어떡하지?', '안 알려주면 어떻게 하지?', '화를 내서 일을 망쳐버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물어보지 않고 기다리곤 하였습니다. 얼마 전, 제가 회사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신청한 것이 있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혹시라도 전화를 하면 내가 너무 안달 나 보이면 어떻게 하나, 그리고 성가시다고 생각하고는 나를 떨어트리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오늘 동기를 만나 얘기를 하다가 들어보니 동기도 제가 신청한 것을 신청을 했었는데 본인은 궁금해서 곧바로 그 담당자에게 커피 들고 찾아가서 이것저것 물어봤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제야 용기를 내서 연락을 해 보니 술술 얘기를 해 줍니다. 지금까지 몇 주 동안 혼자서 끙끙 앓았던 제가 너무 못나 보였습니다.


항상 제가 아이들에게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위험한 일이 아니면 뭐든지 해보라고 얘기를 했는데, 막상 저는 그렇게 못하고 있던 것입니다. 세상에 좋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무조건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지만, 말을 한다고 물어본다고 돈이 드는 것은 아니니깐 혼자 힘들어하기보다는 남들에게 얘기를 하는 것에 익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언제나 진리와 같은 이야기이지만,


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나의 기분을 절대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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