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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 Mar 22. 2021

1. 정말 기회는 준비된 사람의 것이었다.

새로운 시작

어떤 이야기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저에게는 몇 가지 로망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아이 초등학교 때 외국에서 살아보기"


이런 로망을 가지고 있는 저를 보며 사람이란 본인이 배우고 생활했던 틀을 벗기가 쉽지 않다고 해야 할까요?

저도 6살부터 초등학교 1학년까지 약 2년 정도를 외국에서 살았습니다. 굉장히 어린 시절이라도 그때의 자유로웠던 분위기는 잊히지 않습니다. 그때 배운 영어 덕에 평생을 먹고살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평생 편하게 살았습니다. 워낙 어린 시절이라 그 후 꾸준히 영어공부를 하긴 했지만, 발음이나 듣기는 확실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끔 외국인들과 얘기하면

"너 외국에서 공부하다 왔구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듣기와 말하기는 확실히 편합니다.


그런데 로망에서 끝내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인생의 로드맵을 세워놨습니다. 지금 석사과정을 꾸역꾸역 하고 있는 것도 그 로드맵의 일부였습니다. 물론 목표는 '외국'에 가는 것이기에 주재원이 되거나 현지 취업을 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재원이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아서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주재원을 가신 여자 선배들도 간혹 있지만, 정말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많지 않은 일이었고, 정말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유명할 정도로 일을 잘하신다고 소문이 난 분들이었습니다. 게다가 보통 주재원은 기존에 다녀온 분이 다음 내정자를 정해 놓는데, 제가 맡은 업무는 주재원 자리도 없었습니다.



그랬는데 작년 10월 말, 저희 본부에 미국 주재원 공고가 떴습니다.

조건은 과장급 이상, 해당 경력 3년 이상, 영어능통자


'이것은 나를 위한 자리구나'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저희 실장님께서도

"이거 딱 너다. 써봐."

라고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저희 실장님은 정말 제가 만났던 보직자 중에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좋으신 분이십니다. 나중에 되고 싶은 리더상이 있다면 바로 저희 실장님입니다. 실장님께서도 주재원을 다녀오셨는데, 본인 회사 생활 중 가장 좋았던 것을 꼽자면 주재원 일정도로 기회가 된다면 꼭 다녀와야 하는 것이라며, 당장은 업무보다도 이력서를 쓰는데 집중하라고까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혹시 서류 통과를 하게 되면 인터뷰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본인도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면 힘이 되어 주겠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력서를 인사팀에 제출하며 실장님을 참조에 넣고 보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기대는 거의 안 했습니다. 저희 회사는 그래도 아직 보수적이고, 영어가 한국어보다 편한 동료들도 많고, 심지어 미국 시민권이 있는 친구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주재원이 예전만큼 인기가 없고, 코로나이긴 하지만 미국 주재원이기에 제 나이 또래 조건이 맞는 직원들은 거의 다 쓴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중 애가 둘이나 있는 여직원인 내가 과연 될 것인가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었습니다. 게다가 회사 생활 11년을 돌아보니 논문 하나, 특허 하나 없이 뭘 했었는지 이력서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저 제가 몸 담았던 프로젝트를 나열할 뿐이었습니다. 그저 지원을 해 보았다는 것에 만족하려 했습니다.




그랬는데 그다음 날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과장님 서류 통과이십니다. 인터뷰 진행 예정이시니 준비해 주세요. 아마 좋은 결과 얻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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