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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현 Jul 27. 2020

남성 판타지는 죄가 아니다.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논란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951139.html 

‘편의점 샛별이’ 시작부터 노골적인 ‘남성 판타지’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가 남성 판타지 드라마라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주장 중 일부는 사실이다. 일단 모든 드라마는 판타지다. 그중에서 편의점 샛별이는 다른 드라마에 비해 더 남성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요소들이 들어가 있다. 물론 드라마를 남성 판타지, 여성 판타지 이분법으로 구분할 순 없지만 사실 지금까지 여성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드라마들은 꽤 많았다. 아마도 드라마의 주 시청층은 여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생각나는 것만 해도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 그 외 평범한 일반인 여자 주인공간 재벌, 전무, 사장 높은 지위를 가진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들이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었다. 

드라마 <열혈 사제> 한 장면

왜 남성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드라마가 문제가 되는 걸까? 편의점 샛별이를 연출한 이명우 PD의 전작인 '열혈 사제'란 드라마도 남성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요소가 있었다. 불의를 보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는 주인공이 시원하게 문제들을 해결하는 장면들, 불량배한테 매일 괴롭힘을 당하던 배달부가 사실 태국 왕실 보디가드라는 힘순찐 설정은 남성들이 좋아하고 평소에 상상하던 판타지다. 편의점 샛별이도 마찬가지다. 이쁘고 능동적이며, 싹싹한 여성이 착하지만 수동적인 남성에게 호감을 품는다는 설정과 호감을 숨기지 않고 맘껏 표현하는 장면들은 남성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요소들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잘못된 점이 있나?  하지만 위 기사에서 보듯 남성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만 위의 링크 같은 기사 제목이 나올 수 있는 거다. 


거창한 대의를 들이밀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이런 말은 하지 않겠다. 편의점 샛별이 드라마의 민원이 6000건 이상 접수되었다는 기사를 보니 그냥 한국 문화 사업에 대한 걱정부터 앞선다. 물론 이 걱정도 한국 문화 사업의 발전을 통한 국위 선양과 경제 발전 같은 거창한 걱정은 아니고, 불편러들에 의해 재미있는 작품들이 세상에 나올 기회를 조금씩 잃어갈지도 모른다는 작은 걱정이다.


다양한 설정, 다양한 캐릭터가 나올 수 있도록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버려야 한다. 어렵다면 자신한테 좀 불편한 구석이 존재하는 작품이라도 그것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동성애를 싫어한다. 하지만 수많은 동성애 관련 작품들을 불편하다고 민원을 제기하거나 작품을 만들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들이 나와 같이 자신의 취향이나 가치관이 있지만 그에 맞지 않는 작품들을 그만 내보내라고 떼쓰지 않는다. 예를 들어 조폭은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고 싫어하더라도 그들을 미화하는 야인시대를 방송하지 말라고 떼쓰지 않는다.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방송이나 콘텐츠에 사사건건 불편하다는 이유로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의 행동은 문화 예술 활동에 방해만 되며, 억지로 만드는 논란들은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시킬 뿐이다. 자신들의 행동을 한 번쯤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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