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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궁성 Nov 15. 2016

시간이 멈춘 곳, 강화 교동도 자전거여행

길위의 작은 여행

가깝고도 먼 곳,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강화 교동도에 다녀왔습니다. 오래전 원래 이름은 대운도였으나 신라 경덕왕때 교동현이라 한 것이 오늘에 이른 곳입니다.


영낙없이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이었다가 지난 2014년 7월 3.44km의 교동연육교가 개통되면서 훨씬 드나들기 수월해졌습니다. 그러나 민통선안에 있고 북한과도 불과 4km로 정도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출입통제를 받습니다. 그러나 출입금지를 하는 곳은 아니니 안심하고 다녀오셔도 됩니다.


심란한 마음도 떨쳐버리고 물러가는 가을도 느낄겸 남산다녀온다고 나온 길에 마음을 바꿔 간 곳이 바로 강화 교동도였습니다.  아래는 교동도내에 있는 2개의 강화나들길 코스 안내입니다. 두 코스 모두 합쳐 30여km이니 하루면 다 돌아볼 수 있습니다.


아직은 대중교통을 이어가야 하는 곳인지라 아침 8시에 집에서 나선 후 4시간만에 교동도에 도착하였습니다. 9코스는 시계방향으로 돌고 10코스는 시계반대 방향으로 돌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연육교를 건너서 바로 내려 시작했지만 혹시 가실 분이 있다면 아래 사항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교동도는 강화터미널에서 약 24km 정도 들어가야 합니다. 교동도가는 70번 버스가 강화터미널에서 출발하나 배차간격이 약 70~100분으로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택시를 타고 가면 25,000원정도 나옵니다.

교동도 중앙에 있는 대룡시장에서부터 시작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코스를 온전히 돌아보는 좋은 방법입니다. 강화나들길 제9코스를 대룡시장에서 시작해서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아 교동선착장을 지나 다시 대룡시장으로 돌아오신 뒤, 10코스를 시작하시면 됩니다. 대룡시장에서 시작하면 일단 점심요기를 하고 떠날 수 있으므로 훨씬 편안한 여행이 되실겁니다.


우선 첫 도착지인 교동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교동선착장입니다. 연육교가 건설되기 전에는 이곳을 배터라 하여 강화도와 섬을 잇는 배가 오고가던 나름 번잡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쌀이 많이 나는 곳이며 청정지역답게 먹음직하게 생긴 고구마와 채소 등을 팔고 있었습니다.


교동도에서 마주한 풍경들을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선착장 풍경속 사람들
김장에 쓸 새우를 잡는 어부아저씨
강화나들길 표지판..


갯벌을 따라 난 산책길, 강화나들길 9코스의 시작입니다.


멋진 산책로. 바닥마저 푹신합니다.


가을바람마저 담을 수 있다면..


300년이 넘은 느티나무


실로 엄청난 크기.. 나들길 코스를 따라가다 잘못들어선 길에서 만난 나무

교동 향교입니다. 교동 향교는 고려시대에 세워진 국내 최초의 향교라고 합니다. 대성전에 모신 공자의 초상은 1236년 안향이 원나라에서 들여와 봉안한 것으로 우리나라 처음으로 공자를 모신 향교라 하여 지금도 매년 유림들이 찾아와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시간이 멈춘 곳, 교동도 대룡시장 풍경입니다. 방송을 탄 뒤로 지금은 꽤 사람들이 찾고 있으며,  면사무소가 있는 교동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정부에서 지원받은 자재로 직은 집들이 다닥다닥 좁은 골목길을 이루고 있습니다. 60-70년대에 보던 이발소와 약국 등 추억에 잠시 잠겨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룡시장은 원도심 활성화 사업지로 선정돼 올해 사업비 2억 1000만원이.투입되어  60년대 실향민들의 애환이 흐르는 이야기 있는 골목길로서 먹거리촌, 추억거리 그리고 지역농산물판매점 등이 있는 골목길로 조성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뭔가 만들려 하지 말고 지역주민의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면서 그냥 있는 그대로 두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대룡시장 풍경입니다.


배가 고파 전어를 굽고 있던 한 선술집 앞에 잠시 앉았습니다. 전을 하나 지져달라고 부탁하고 시장골목을 잠시 돌아보고 오니 방금 해온 뜨거운 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후 주인아저씨가 오더니 술한잔 없이 전을 먹고 있는 저를 보더니 막걸리 주전자와 술잔을 옆에 두고 갑니다. 마시고 싶으면 언제든 한잔 마시라고... 시장의 인심.. 술한잔 없이 전만 먹고 있던 제가 애처로우셨나 봅니다. ㅎㅎ



교동도에서 가장 오래된 방앗간.. 교동정미소. 50년된 방앗간을 허물고 20여년전 그 자리에 세운 정미소입니다. 이제는 새 기계로 바꿀만도 한데 아직도 옛 방식을 고수하여 하루에 350가마를 도정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교동도는 간척사업으로 넓어진 평야로 가구당 경작면적이 전국에서 가장 넓은 곳입니다. 맛있는 쌀로 유명합니다


정미소안에 들어서니 쌀과 볏짐사이에서 놀고 있는 손자인듯한 꼬마아이들과 아주머니가 작은 자전거를 타고 들어오는 저를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뻘쭘해서 돌아나오다가 이대로 나가면 영영 이상한 사람으로 여길까 싶었습니다. 다시 돌아가 유명한 곳인듯 싶어 들렸다고 말씀드리니 대뜸 옆에 와서 앉으라고 합니다. 쌀집에 왔으니 쌀위에 앉아야 한다고.. ㅎㅎㅎ 주인아주머님과 정미소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식구가 몇이냐고 물으시더니 집안으로 들어가십니다. 잠시후 비닐봉지에 쌀을 가지고 나오셔서 내미시면서 이곳은 쌀밖에 남는 것이 없으니 가져가라고 하십니다. 쌀한가마니라도 주실 태세였지만 작은 자전거에 무거운 쌀을 싣고 갈 제가 안스러우셨던지 비닐봉지에 정을 담아주신 맛있는 교동쌀.. 교동도에 온 이유는 이것 하나로 모두 보상받은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다음에 꼭 다시 찾아올께요. 맛있는 과일 사들고.. ..


정미소를 떠나기 전, 밥은 얻어먹어본 적이 많지만 쌀을 선물받기는 난생 처음이라며 기념사진 찍자고 청했더니 수줍게 웃으면서 선뜻 응해주십니다. ^^ 좋은 추억이 하나 생겼습니다.


교동도에 있는 강화나들길 10코스에 있는 난정저수지. 물이 가득차 풍성하고 후련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보여행객들이 밟고 지나간 자리에 가로 누운 풀들이 푹신한 난정 저수지 둑방길을 천천히 달렸습니다. 가을바람이 포근하였고 가까이 다가설때마다 후두둑 날아오르는 오리떼들이 한폭의 그림이었습니다. 둑에 매어놓은 흑염소들이 너는 누구냐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고 어느새 하늘은 저녁을 맞이할 채비를 차리고 있는 듯 어두워져 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돌아갈 시간입니다.


이곳도 농촌인지라 여기저기 사람이 떠난 빈집들이 눈에 띕니다. 연육교가 개통되기 전에는 배로만 드나들 수 있었던 게다가 북한과 바로 인접한 오지아닌 오지라서 인구가 많이 줄고 있는 곳입니다. 이제는 연육교가 개통되고 외지 손님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으니 이곳에도 활기가 다시 찾아오길 기대해봅니다.


논둑길을 지나니 갯벌을 따라 가는 둑이 나왔습니다. 둑 끝에 놓였있는 신발 한쌍... 잠시 설마~ 하는 생각이 든 순간.. 아니겠지요.. 아니길 바랍니다.


둑길을 따라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 좁은 둑길을 작은 자전거를 타고 갔습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그림 한폭같을지도 모르겠으나 무서웠습니다. ㅎㅎㅎ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바다로 빠질 판.. 그렇다고 걸어가기에는 멀고... 자전거 타면서 동시에 롤러코스터타는 기분을 느낀다는 것..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


저물어가는 저녁 하늘이 만들어내는 그림들.. 그 풍경을 담아보았습니다.


이제 여행을 마칩니다. 공간도 인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교동도가 제게 다가올지는 몰랐습니다. 이곳을 소개해주신 미담재의 주인장께 고마운 마음입니다.


에필로그

한적한 시골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교동도 아가씨.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얼굴이 검게 그을린 여인이 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오는 버스이기에 택시를 불러놓고 기다리고 있는 참였습니다. 혹시 몰라 물어보니 버스가 10분후에 온다고 합니다. 이내 택시를 취소하고 고맙다고 하니 아저씨 택시비 굳었다고 활짝 웃습니다. 하마트면 굳은 택시비로 차나 한잔하자고 하는 대사(?)가 나도모르게 튀어나올 뻔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도착한 버스. 오래된 친구를 만나도 이렇게 반갑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왜그리도 시골 버스가 멋있어 보이던지요. ㅎㅎ


교동도를 다닌 흔적을 보니 8자가 그려졌습니다. 재미있습니다. 연육교를 건너 집으로 오는 길에 가득찬 차량들.. 갈 때도 오래걸렸는데 돌아갈 때도 여지없이 오랜 시간을 차안에서 보내야 했습니다. 그래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다리건너 집으로 향하는 길. 다리 위에서 보는 이 풍경이 눈에 들어오면 그제서야 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그럤던가요. 방황과 여행의 차이는 돌아올 곳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그리고 돌아올 수 있기에 여행이 즐거울 수가 있다는 말도 함께 기억납니다. 한편으로는 여행은 떠나기 위함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함이 아닐런지요.


함께 교동도의 추억속으로 동행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늘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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