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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궁성 Nov 29. 2016

브롬톤을 타고 마주하는 세상

일상같은 여행, 여행같은 일상

캠브리지 대학을 나온 컴퓨터 엔지니어 앤드류 리치는 대중교통과 연계하여 어디던 갈 수 있는 자전거를 만듭니다.  16인치 바퀴의 작은 자전거, 브롬톤(Brompton)은 그렇게 탄생하여 1977년 첫 프로토타입이 나온 뒤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지금은 연간 2만대를 생산하는 규모를 갖추고 세계 각국에 주행성능과 접이식 휴대성을 갖춘 최고의 자전거로서 사람들의 깊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오랜동안 발이 되어온 자동차에서 벗어나 이 작은 자전거와 함께 한지 만 7년이 넘었습니다. 높은 휴대성때문에 지하철, 버스, 기차, 택시 등 그 어떤 교통수단과 연계가 가능하고 게다가 주행성능까지 갖추어 하루 100km이상의 여행도 가능합니다. 말 그대로 일상을 여행처럼 그리고 여행을 일상처럼 만들어 준 고마운 도구이기도 합니다.


일반 자전거가 선을 이어가는 여행을 해야만 한다면 이 자전거는 점간을 연결하는 여행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따라서 생각지 못한 폭넓은 세상과 만나게 해줍니다.


브롬톤과 함께 한 시간동안 만난 세상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사진 몇장으로 하고 싶은 말과 마주한 세상의 전부를 보여드릴 수는 없으나 그 일면을 통해 혹시나 저와 같은 세상을 만날 분이 있길 바라는 작은 소망을 가져봅니다.



새벽을 사랑하게 됩니다. 도보에 비해 같은 시간 5배이상의 활동영역을 갖게 해줍니다. 게다가 대중교통과 연계가 되니 인사동, 광화문, 서촌, 강남 등 그 어떤 곳이라도 마치 옆동네로 만들어줍니다. 그러다 보니 동네산책가듯 마음먹고 가야만 했던 공간을 이어줍니다. 그리하여 새벽과 아침을 사랑으로 품게 됩니다.

이른 아침 브롬톤과 함께 떠나는 일상속 작은여행, 집앞에서 인사동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담은 사진입니다.


화천 산소길의 부상교 길, 잊을 수 없었던 순간

어디던 가방가지고 다니는 이 작은 자전거 덕분에 이처럼 뜻밖의 여행이 가능해집니다. 출장가서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비가 그친 후 상쾌한 섬강변의 꽃길입니다.

섬강변 꽃길


골목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걸어서라면 그리고 차를 타고 다녔다면 결국 보지 못했을 골목풍경입니다. 효자동 인근 세종마을 골목 한구석입니다.

세종마을 골목

한마디로 어디던 갑니다. 가다보면 숲을 만나고 그리고 그곳으로 향하는 숲길에 들어서게 됩니다. 아무도 없는 숲속으로 희미하게 나있는 길위에 있게되었을 때의 느낌이란 직접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래에서 왼쪽 사진은 광주 경안리에서 분당으로 넘어오는 산길 (사유지)이었으며 오른 쪽은 안동에 지인의 결혼식 축하겸 갔다가 오는 길에 들린 서원에서 한옥마을로 가는 숲길에서 담은 풍경입니다.


뜻 밖의 여행을 하곤 합니다. 세종시에서 오천길(길을 따라가다보면 5개의 천을 따라가게 된다고 해서 붙인 "오천길")을 따라 고향 청주로 가는 길입니다. 푸른 하늘에 비늘처럼 퍼져있는 구름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오천길따라 세종에서 청주로 가는 질. 금강에서 미호천으로.


새벽에 오른 구름위의 동네 안반데기입니다. 발아래, 아니 자전거 두바퀴아래 구름을 두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안반데기에서 맞이한 아침

브롬톤과 함께 라면 어디던 갈 수 있습니다. 크루즈를 타고 기항하는 항구에서 낯선 도시에서 하루의 여행을 해보기도 했고, 비행기에 태워 나간 멀고먼 어느 나라의 골목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파리에서 어느날 회의가 오후 4시에 끝나 나선 길에 고개를 돌리니 오른쪽에는 라데팡스 신개선문 그리고 왼쪽을 보니 쭉 뻗은 도로 끝에 자그마한 개선문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호텔에 둔 브롬톤을 꺼내 달려가보았던 그때 그시간.


매일 아침 지나는 어느 다리위 겨울맞이.

가을과 겨울사이

가을과 겨울사이 그리고 아침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져버린 꽃과 아직 피어서 견디고 있는 꽃

낯선 여행이 주는 묘한 쾌감이 있습니다. 고속도로변에서 시작한 어느 시골길에서 만난 풍경입니다.


항상 같은 길을 다니다 보면 같은 풍경만을 보게 됩니다. 브롬톤을 타고 다니는 길은 비록 늘 살아오던 동네도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어느 가을 풍경.


사진과 그 앞의 브롬톤 사이는 100년의 세월이...

광화문에서 집으로 가던 중에..

멀고먼 강화 교동도에서 여행을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던 중입니다. 이 순간의 무게와 충만감은 대단합니다.

말고도 가까운 강화 교동도

교동도에서 만난 갯벌을 따라가는 멋진 길입니다. 가끔 이렇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길을 만나게 됩니다.

강화 나들길 제9코스의 일부

늘 살아온 동네라 하더라도 모르고 살아가는 공간들이 많습니다. 10년이상 살아온 동네에 이런 가을 풍경이 있을줄 미처 몰랐습니다.

우리동네 가을 풍경


아침에 브롬톤을 타고 갖 구운 빵을 사러가곤 합니다. 가끔 원하는 빵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이렇게 커피를 한잔 합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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