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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chstellar Sep 08. 2020

[마케팅 re:cord] _ 청하(淸河)

아재술의 주름펴기

N씨는 곱창전골을 먹다가 국물인력의 법칙으로 술을 마셨다. 국물이 있으니 아주 쭉쭉 들어갔다. 매우 몹시 아주 많이 마셨다. 술병이 났다. 웨액-! 술병이 또 났다. 일주일 간격으로 먹은 곱창전골에 일주일 간격으로 위액을 미친듯이 토했다. 위장을 탈탈 털다 융털까지 토할 것 같았다. 토한 융털로 걸레질도 가능할 것 같았다. 술은 더이상 못 먹겠다 했지만 육체와 정신은 다른 얘기를 한다. 그럼 독한 참이슬 말고 좀 약한 술 없을까. 편의점을 어슬렁거리던 그때 N씨의 눈에 청하가 들어온다. 술 못 먹는 아빠가 먹는 술. 아재 감성으로 먹어보자 하다가 앞선 손님들이 청하를 꺼내가는 것을 목격한다. N씨보다 어려보이는 손님들이다. "우리 어몽어술 하자!" 계산대로 우르르 몰려가는 그들을 보며 N씨는 슬쩍 스마트폰을 꺼내 검색한다. 어몽어술이 뭐야?


SEE

상대적으로 약하고 알콜향이 적은 청하는 새내기들이 소주 대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술이다. 그러한 새내기의 상황을 빗대어 청하는 자사브랜드 SNS 계정에 술꾼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댓글에 엄마아빠 문자인 척 엄빠 말투로 댓글을 달았다. 전화 받거라-. 또 통금이 있는 자의 심정을 부재중 통화 수로 간략하게 표현했다. 엄빠 부재중 10통 이상= 가출 결심, 오히려 평온함. 정말 웃으면서도 섬뜩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다.


어떤 게시글은 요새 유행하는 밸런스 게임을 가져와 A. 만수르와 초호화 별장에서 고급 와인 vs B.청하 담당자와 동네술집에서 청하 라는 식으로 고객의 참여를 유도했다. 해당 게시물 댓글에는 재밌게도 청하 담당자가 'A. 만수르와 초호화 별장에서 고급와인'을 선택한 댓글을 볼 수 있다. 또 술이 함께 할 수 있는 순간들 중 공감을 얻을 만한 소재로 밸런스 문제를 내기도 한다. 다음 중 술이 더 땡기는 상황은? A.현애인의 전애인이 가까운 지인 vs 전애인의 현애인이 가까운 지인 과 같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식을 불러일으키며 댓글을 달게 만든다.


또 술자리에서 한번쯤 있었을 법한 상황을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해결을 유쾌하게 푸는 동영상 컨텐츠도 있다. 누구나 과일은 좋아한다. 하지만 술상에 올라온다면? 허여멀건 국물에 담긴 채 등장한다면? 하고 호불호 강한 화채 안주에 대한 공감을 끌어올린다. 뒤로 이어지는 내용은 셀프로 먹을 테니 재료를 다 따로 달라고 한다(사장님이 욕할 수 있음), 시킨 사람에게 다 먹으라고 통째로 준다 등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면 댓글창엔 화채가 무시당했다면서 전국의 화채파가 달려온다. '다음 안주는 처음처럼으로 가자' 라는 화채파의 댓글에 청하 담당자는 나쁘지 않은데? 라고 대댓글을 단다. 그런가 하면 일반 사람이 SNS에 일기처럼 올리는 소재를 사용하기도 한다. 친구한테 쓸만한 안주 사진 보내달라했더니 이런 거 주네. 무슨 뜻이냐? 라는 게시글엔 프레쉬를 터트린 망한 골뱅이무침 사진이 달려있다. 고객 눈높이에 맞춘,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정말로 활발하다.


청하가 고객과의 소통에 어찌나 적극적인지 청하 페이스북 페이지 유저 메시지란에 '오늘 청하가 반응 안 해줘서 비뚤어짐'이라고 적어놓고 참이슬 사진을 올린 유저도 있다.


또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게임, 어몽어스를 차용하여 청하는 '어몽어술' 이라는 술게임도 만들어냈다. 온라인에서만 즐기던 게임이 청하로 인해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영상 광고에는 가수 청하가 술 청하를 들고 홍보하고 있다. 아, 드디어. 언제 불러주나 기다렸다. 주류광고를 찍고 싶다고 어필하던 청하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유튜브에는 광고음악이 중요해진 만큼 청하가 청하 냉장고 뒤에서 나타나 노래를 부른다. '청하는 냉장고에 있어요'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냉장고 라이브 영상들에는 '드디어 청하가 청하 광고를 한다', '이 노래 좋아하는데ㅠㅠ', '일단 광고를 찾아서 보러 온다는 점에서 성공한듯' 이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FIND

청하는 상대적으로 아저씨들이 먹는 아재술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랬던 청하는 적극적인 소통과 요즘 감성의 SNS 컨텐츠로 고객에게 접근하여 브랜드를 젊은 세대들에게 노출시키고 있다. 댓글이나 컨텐츠 소재가 2030 연령층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경쟁사를 끌어오는 유저 댓글에도 개의치 않고 동조하는 것, 자폭하는 뉘앙스의 댓글들을 보면 우리들이 친구나 지인들과 쉽게 장난치고 노는 모습과 별 다를 게 없다.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 것이다. 액정 뒤에 공간있어요?, 특: 다음주에도 저 소리함 등의 MZ세대라면 모를 수 없는 드립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센스와 재치가 느껴진다. 그만큼 고객들은 온라인에서 청하를 가깝게 여기게 되고 나아가 술자리에서도 친근해진 청하를 찾게 된다.


재밌게도 경쟁 브랜드인 #처음처럼 역시 청하 SNS에 와서 댓글을 쓰고 간다. 청하의 게시물 중 간장게장 사진에는 FLEX 사진을 단 처음처럼 계정이 날로 먹네? 라고 단 댓글이 있다. 처음처럼이 청하를 장난스레 놀리는 인스타 DM 캡쳐 사진에는 처음처럼, 더는 못 참는다.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해서 법적좋지 취할 거임 이라고 응수한다. 마냥 경쟁하고 척을 진다기보다는 경쟁 브랜드 계정끼리 쿨하게 놀고 장난치는 힙한 재미에 밀레니얼들은 빠져든다.


#어몽어술 게임의 경우, 그 게임 자체로도 술자리에는 청하라는 이름이 한번쯤 올라올 것이다. 어몽어스는 주로 MZ세대들이 즐기는 게임이니 청하 브랜드가 노출되는 연령층도 한층 낮아진다. 어몽어스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어몽어술도 즐길 수 있다. 유행하는 컨텐츠와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엮어 마케팅 범위를 확장시켰다고 볼 수 있다.


청하의 SNS 광고는 대부분 고객이 일상에서 흔하고도 밀접하게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소재로 한다. 페이스북 광고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상황을 다룬다면, 냉장고 라이브의 경우 비교적 진지하게 앞단에 술이 필요한 순간들을 풀어낸다. 고된 직장인들의 심정, 썸타는 이들의 심정을 오프닝에 구술하고 그에 맞는 노래를 청하가 부른다. 애환이 느껴지는 직장인들에게는 '달리자', 달달하게 썸타는 이들에게는 '좋아요'. 청하의 마케팅이 마냥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APPLY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컨텐츠를 양산하는 것이 대단하다. 고객은 지인과 스스럼없이 지내듯 가벼운 말투로 댓글을 달고 또 그것을 청하가 센스있게 받아친다. 실제 친구들과 할 법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반응을 끌어올리고 유쾌하게 대응하는 것이 올드한 청하를 젊고 친숙하게 만들었다. 2030의 눈높이에 맞춤인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적용하고 싶다.


또, 유행을 빠르게 읽고 자사 상품과 엮을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점이 돋보인다. 컨텐츠마다 적재적소에 유행어나 인싸용어를 사용하는 적절한 센스를 가져오고 싶다. 항상 트렌드를 모니터링하고 흐름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소통 장벽을 낮추고 친숙하게 다가가는 만큼 자칫 브랜드가 가볍게 여겨질 수 있지만, 광고 채널에 따라 때로는 진지하고 묵직한 위로를 던지고 2030 안에서도 세분화하여 컨텐츠를 만들어 무게를 주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페이스북이 YZ세대/20대초반/새내기+대학생 위주의 감성이라면 유튜브는 Y세대/20+30대 직장인 위주의 감성인 점 (*개인적인 분류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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