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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chstellar Aug 22. 2020

나, 결국 코딩을 배우다.

코딩 지식 습득 프로젝트



나, 코딩을 배우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퇴사 이후 내 공백기도 길어지기 시작했다. 그간 포토샵 자격증을 따고 운전면허증도 땄다. 슬슬 다시 취업을 위해 취준 시장에 기웃거렸을 때, 나는 전보다 훨씬 좁아진 취업문을 발견했다. 평소 1대4, 1대10이던 일자리가 1대 57, 1대287이 되어버린 시국. 훨씬 밀도 높고 무겁게 몰려든 구직자들을 보며 취업 상황을 뒤늦게 실감한 것이다. 


  하여, 오래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것에 또 하나 손을 대기 시작했다. 코딩이었다.



말로만 코딩코딩 울었는데 진짜 배우기 시작하다니




  왜 코딩이었냐. 

  지극히 주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지금 영어를 습득하지 못한 노년 및 장년층의 안타까운 미래를 내가 지나갈 수도 있겠다고 보았다. 물론 이 생각은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생긴 시각이다. 비록 다른 어문학 계열로 진학했지만 중국어를 배워놓지 않으면 근미래에는 영어를 모르는 사람처럼 중국어를 몰라 위축되는 세대가 생길 것이라 보았고, 맥도날드 키오스크가 도입되었던 대학생 때에는 스마트폰을 접하지 못한 노년층의 어려움이 내 미래가 될 수도 있겠다고 보았다. 미래를 점쳤을 때, 나보다 어린 세대들이 더 많은 것들을 일찍이 경험하고 배우고 습득해서 지금의 내 나이가 되었을 때, 그들은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지닌 세대가 되어 나를 도태시킬 것이란 걱정이 크다. 물론 걱정을 품고만 살았지, 실행에 옮겨 의지로 버틴 적이 길지 않아 무엇도 끝을 보지 못했지마는. 어쨌든 지금 코딩을 놀이로 자연스럽게 습득하며 자라온 세대들이 올라오고 있다. 나는 밀려나고 싶지 않다.



도태되고 싶지 않아서 일단 시작했읍니다




  왜 코딩에 관심이 생겼나.

  이전 직장이 개발자 컨퍼런스를 기획하는 분야였다. 기획을 하고 제안을 하고자 하면 내가 우선 개발자가 되어야 했고 내가 그들의 언어와 영역을 알아야 했다. 물론 내 팀장이자 사수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하다못해 네트워킹 파티 아이디어를 내려고 해도 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무엇을 이용하고 내세워야 그들이 참여를 주저하지 않을지를 알 수 있지 않나. 카카오 개발자 컨퍼런스인 if kakao 만 해도 행사 키비주얼이나 타이틀 자체가 그들의 언어인데.


  그렇게 혼자 조사를 하고 개발자들의 언어를 얕게 습득하면서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겠지만 기획자, 마케터로서 코딩을 습득해두면 어느 분야에서든지 참고적으로나마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예를 들면, 전직장에서의 업무를 빗대어 보자면, 개발자와 디자이너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의 갭이 있었다. 개발자들의 감성과 디자이너의 안목이 상충하는 것이다. 그것을 가운데에서 절충시키는 것이 내 몫이었다. 솔직히 개발자들의 감성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지만 (내가 개발자라해도 그런 감성은 고집하지 않겠지만) 개발자들이 원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만의 미적 요소가 어딘가에는 있겠지.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라 미처 눈에 들어오지 못했을 뿐. 예쁜 것은 누구의 눈에도 예쁜 것이다. 다만 개발자들은 조금 다른 예쁜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라며 디자이너를 설득했다. 그 부분이 무엇이냐 라고 묻는 디자이너에 나는 몇 안 되는 어휘를 끌어와, 지는 노을의 어스름처럼 흐릿하고 모호하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뚜렷한 가독성이나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느낌이 드는…. 그런 거요.  


  꼭 이러한 지난 업무의 나날들 속에서 불편해서 개선하고자 하는 면이 아니더라도 코딩은 배워야만 한다. 당장 인크루트, 잡코리아만 들어가도 개발직군, 비개발직군을 나누고, 대기업, 유니콘기업을 검색하면 프론트엔드부터해서 플랫폼 개발자까지 끊임없이 리스트업되는 미래 창창한 직업이니까.






  왜 코딩으로 글을 쓰는가.

  나는 명확히 싫어하는 분야는 숲의 나무 보듯하고 주차장 자갈 보듯한다. 봐도 있는듯 없는듯 스치는 풍경처럼 아예 스루한다는 뜻이다. 같은 '리'로 끝나더라도 세계지리, 한국지리, 경제지리는 빼곡하게 보았어도 수리, 물리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극단적인 인문계 문과 출신에 어문학과 졸업생으로서 수학, 과학, 컴활 이외에 처음 습득하는 이공계 지식이다. 이는 충분히 기록할 만하다. 새로운 도전을 글로 남기면 다른 무엇을 또 도전할 때에 마음을 다잡고자 꺼내보기에도 좋다. 이것이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주어도 좋고. 


  어쨌든 내가 시작한 코딩 지식 습득 프로젝트는 짧은 코딩 지식으로도 일상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앞날을 위해 미리 준비하고자 함이다. 업으로 삼고자 하기보다는 일단은 새로이 접하고 알아두기 위함. 어쩌다 이 배움의 길 도중에 적성을 찾아버린 내가 혹시나 개발자가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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