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10분 내로 (김연자)
벚꽃이 모두 진 4월의 어느 날, 운전대를 잡고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때로는 직선으로 때로는 곡선으로 이어진 도로를 따라,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서른아홉 살의 내가 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10분 내로'를 가열차게 부르고 있었다.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채, 그러나 너무도 정확한 가사와 음정으로 노래와 혼연일체가 되어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따라 부른 것일까, 나는 왜 이 곡의 가사를 알고 있나, 김연자도 아니면서 왜 마이크가 입에서 멀어지는 순간을 모두 알고 있나. 그리고 나는 왜 이 순간 트로트를 듣고 있나.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서 드라이빙은 곧 트로트였다. 멀미가 심해 겨울에도 창문을 모두 열고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조악한(당시로선 고성능이었을)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조악한(당시로선 최선을 다했을) 오디오에 집중하며 아빠가 선곡한 트로트를 듣곤 했다. 아빠의 플레이리스트에는 물론 이선희도 있고 조용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날들에는 한 가수가 모두 불렀을 법한 '뽕짝'이 들어있었다. 그 노래가 그 노래 같은 비슷한 선율에, 그 와중에도 하이라이트가 확실한 롤러코스터 같던 노래들. 그리고 대부분이 슬픔을 말하는 것 같던 그때의 노래들. 어쩌면 그때부터 내 귀와 온 마음은 트로트의 바다에 이끌려 뽕짝이라는 심해에 닻이 묶여버리고 만 듯 하다.
다시 4월. 달리는 차 안에서 '꽃이 될래요, 10분 내로오~'를 목청 높여 부르며 깨달았다. 내가 쓸 것은 '아무튼 트로트'라고. 트로트 디엔에이가 있음을 수십 년 지난 봄날에서야 인지한 '트로트 키드의 생애'가 여기 있다고. 트로트를 좋아한다고 즐겨듣는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던 나의 과거에 사과하며, 부르나 마나 한 노래처럼 쓰나 마나한 트로트 이야기를 써내려가려 한다.
*트로트 가수 분들은 모두 내게는 선생님이지만 글에서는 글의 흐름을 위해 존칭을 생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