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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na H Nov 29. 2021

풍요 속 빈곤을 겪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진정한 가치

<존 메이너드 케인스> 제커리 D. 카터

모든 구성원이 행복했던 세상은 없었다. 이상적일 것 같은 사회 시스템에 결함이 발생하고, 누군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 고친다. 일시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후 또 다른 새로운 형태의 문제가 발생한다. 누군가는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다른 누군가는 있는 것도 빼앗겨 고통을 받는다. 그러다 또 다른 누군가가 획기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세상은 다시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는다.



18 - 19세기 초반 영국, 세계의 판도를 바꾼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산업혁명'이다. 생물의 노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기계의 힘을 빌려 물건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물건 하나를 만드는 데 들였던 시간은 몇 배로 단축되었고 시간 대비 생산성은 수십 배로 증가했다. 이전보다 물건 값은 저렴해졌고 경제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으며 삶의 질 또한 상승하기 시작했다.


당시 유럽을 지배하던 경제사상은 애덤 스미스가 주창한 '자유방임주의'였다. 개인의 경제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고, 이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가능한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국가의 간섭은 '악'이었으며 시장을 내버려 두면 경제는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자유방임주의의 핵심 철학인 '보이지 않는 손'은 이 사건으로 인해 한계가 드러났다. 바로 '대공황'이다.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20세기 초 세계 기축통화는 영국 파운드화였다. 세계 1차 대전 이후 영국 파운드화는 과대평가되어 미국 주식 가치를 동시에 높였다. 동시에 영국은 미국 수출업자들에게 자금 대출로 쉽게 수익을 낼 기회를 만들어 미국 제조업체들에게 경쟁우위를 마련했다. 미국 중앙은행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금리 수준을 계속 유지해 기업들이 저금리고 빌린 돈으로 사업을 확대해 신기술과 생산에 투자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세계의 투자자들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쏟아부었고, 모든 일이 잘 되리라 생각했다.


20세기 영국 파운드화

그러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빌린 돈으로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모든 돈을 잃었다. 이들은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차를 팔고, 집을 팔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팔아 나빠진 상황을 빨리 탈출하고자 했다. 주가는 계속 떨어졌고 더 많은 사람들이 투자한 것을 더 팔기 위해 중건 거래소로 몰려들었다. 결국 주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곤두박질쳤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었고 사업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직원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실직으로 수입이 끊긴 사람들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없게 되고, 매출이 감소한 회사는 더 많은 근로자를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이때 한 경제학자는 금본위제( 중앙은행이 통화량과 같은 금을 보유하고 있고, 지폐를 가져오면 일정 비율을 금으로 바꿔주는 것)를 거부하고, 과감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의 이름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이다. 케인스는 대공황을 극복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하고, 물건을 사고, 뭔가를 만들어내서 활동을 확장시키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을 강조했다.



"소유물로 돈을 아끼는 태도는 삶의 즐거움과 현실적인 것들의 수단으로써 돈을 아끼는 태도와 구별되며, 전자는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다소 범죄적이고 병적인 성향 중 하나로 인식될 것이다. p.304"


전체적으로 자원이 부족할 때는 모두가 근검절약을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고, 생산성이 증가한 시대에서는 무조건적인 절약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케인스가 말한 핵심 가치였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보수주의자의 심기를 건드렸고, 자본주의를 무너뜨리려는 '공산주의자' 취급을 받았다. 정부가 시장경제에 개입하는 것은 잘못되었고, 돈을 더 쓸수록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은 케인스의 사상을 받아들여 낮은 금리와 탄탄한 공공사업을 추진하며 경제 '산출량'소비자 '구매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루스벨트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정부 지출을 통해 국민들의 구매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굉장히 강조하는 바입니다. 정부가 지출할 돈은 기존 수입이나 세수뿐 아니라 채권을 팔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습니다. 단언컨대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p.364"


대공황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저금리 정책과 회폐 공급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경제가 다시 돌아가게 만들려면 정부가 만들어낸 새로운 돈을 '소비자가 실제로 소비하게 만들어야 했다.' 케인스는 이렇게 말한다. "통화 정책에만 의존하는 것은 큼지막한 벨트를 사서 살이 찌기만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 경제는 케인스의 해법을 활용한 덕분에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중산층의 규모가 두터워졌고, 냉장고, 세탁기, 라디오 등의 백색가전 소비가 증가했다. 기술이 점점 발달해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적은 노력으로 훨씬 더 많은 것을 생산하게 되었다. 더 이상 자원은 아껴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더 자주 더 빨리 소비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케인스는 그의 저서 <평화의 경제적 결과>에서 이렇게 말한다.


"수확량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부족한 노동력, 비료, 강수량이 아니라 부족한 투자, 그리고 부실한 돈과 신용 관리였다."


경제에는 자기 정화 능력이 없었다. 만약 이 말이 맞다면 정책 입안자들이 잘못된 정책을 내도 시스템 스스로 회복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대공황을 겪으며 케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외부 충격으로 인한 경제 위기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금리를 인하하고, 더 많이 돈을 쓰게 만들어야 회복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첫 문단에 언급한 것처럼, 세월이 지나면 진리라 믿었던 사상의 한계가 드러나는 순간이 찾아온다. 천재라 불리던 경제학자 케인스의 사상도 마찬가지다.


"빈곤과의 전쟁 프로그램은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려는 작고 단편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빈곤이라는 것은 개인이 직장을 얻고 유지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겪는 결과가 아니기 때문에 결국 빈곤 퇴치에는 실패했다. 일자리 기회는 충분하지 않았고, 일자리가 있어도 대부분은 가난을 면치 못한 수준의 임금을 지불했다. p.659"


"케인스는 경제 전문가들에게 대공황이라는 전례 없던 대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케인스식으로 경제를 관리한 4분의 1세기는 제2의 위기로 이끌었다. 숨 막히는 공해, 수많은 빈곤층, 냉전, 그리고 여러 번의 치열한 전쟁처럼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빴는데, 이제 유력 경제학자들은 본인들이 이런 문제들을 실제로 해결했다고 믿거나 그런 것들은 경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p.667"


케인스 사상은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든다는 비판이 거세다. 자신이 일하지 않아도 정부가 지원금을 제공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사회에서 화두로 떠오르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로 인한 신종 전염병'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놀라운 기술적 변화로 평균적인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높였지만 엄청난 불평등자본주의의 남용을 초래한 결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케인스식 경제 시스템은 대공황 같은 경제위기에 빛을 발했다. 절대 빈곤에서 구제했으며 얼어붙은 경제를 활성화시켰다. 그러나 1930년대와 지금은 그 맥락이 완전히 다르다. 그때와 지금의 시대정신이 다른 것이다. 케인스의 정책을 진리로 믿고 그대로 따르기는 힘들다고 본다. 현대인은 배고픔을 겪을 일이 없지만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정서적 빈곤'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배고프지 않은 선에서 돈만 지불한다고 그들의 정서적 허기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완벽하지 않지만 날마다 개선되고 있다. 케인스는 영국의 패권을 빼앗긴 상황에서도 낙관성을 잃지 않고 현실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미국은 공황을 극복했고, 그의 정책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중이다.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새로운 위기가 발생하면 새로운 누군가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이니 말이다.


"내일을 향한 그의 베팅은 재고하지 않았다. 우리는 빅토리아 시대의 자기부정이나 구조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오늘 행동을 취함으로써 미래를 만들 것이다. p.776"


"이는 단지 적자재정이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거나 금리가 유동성 선호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으며, 갈 곳이 미래밖에 없기 때문이다. p.777"


종국에는, 모두가 죽는다. 하지만 종국에는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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