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ad재진 Nov 29. 2020

랜선콜링

SNS 속 인간관계, 그 찬란한 빛과 어두운 그림자에 대하여

대표적인 SNS 채널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보통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떠올리고는 한다. 현재는 영상으로 바로 보여주는 유튜브가 '원탑'이 되었지만, 아직도 SNS에서 페/인/트 저 3개의 앱이 인기가 높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회사에도 공식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또 그것을 관리하는 팀도 있다. (심지어 외부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 적히는 글도 모니터링하는 것을 알고 놀랐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 ^^;) SNS가 우리 생활에 이제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출처 : 나스미디어 (100명당 기준으로 이용률 평가)


위의 통계에는 빠져있지만, 유튜브는 한국인이 카카오톡보다도 2배 가까이 더 오래 사용하는 앱이라고 한다. 카카오톡은 메시지가 오거나 대화할 때만 사용하지만, 유튜브는 계속 영상을 보게 돼서 그런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나도 어제 치킨을 시켜 먹으며 유튜브로 영화 리뷰 영상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어...'치킨'과 '유튜브' 라니..... 합쳐서 "치유"인가. 나의 월요병을 치유해주는 것들. 다른 게 뭐 있나, 맛있는 거 먹고 좋은 사람들과 수다 떨고 취미 생활하면 그것이 치유지 뭐.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다


"선배 인스타그램도 안 하세요? 어후~ 아재네 아재~"

2년 전 회사후배에게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작 본인들의 인스타는 활동도 안 하고 눈팅을..... 내 인스타를 보고 틈틈이 리액션을 하길래 차단 버튼을 고민하는 중. 미안, 우리 오프라인으로만 ㅋ)

작년 2월 1일부터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동기는 대단하지 않았다. 후배에게 저 이야기를 들었던 것과 추가적으로 헬스장 트레이너 쌤들이 인스타를 수시로 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된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정도로 필수가 되버린 건가?" 싶어서 부랴부랴 계정을 만들었다. .


인스타에서는 페이스북과 반대로 프로필에 본인이 자신의 스펙을 기재하지 않는 한 실제의 나를 드러낼 일이 없다. '본캐'인 메인 계정 외에도 '부캐'도 만들어서 익명성을 활용할 수 있기도 하다. 부캐를 만들어서, 평소 올리는 피드 게시물과 다른 피드를 올리면서 관리하는 사람들도 많다. (세컨, 삼컨 아이디로 타인의 게시물을 염탐하는 사람들도 있다.!! 옵저버?)


스펙은 모두 가려놓고 오직 즉흥적인 대답으로 나의 모든 것을 평가받는 블라인드 면접처럼. 혹은 '복면가왕'에 복면을 쓰고 오로지 당일 한 곡의 노래로만 평가받는 것처럼, 일상에서는 만나기 힘든 다양한 사람들이 오직 서로의 피드 게시물과 피드백을 통해서 공감을 하고 친해지면서 친구가 되는 인스타세상이 있다.


이렇게 좋은 점만 있으면 참 좋으련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오늘은 SNS 속 인간관계, 더 나아가 나의 생각과 소소한 에피소드들에 대해서 슬쩍 이야기해보겠다. 뒷광고와 다단계 문제 등은 추후 더 자세하게 정리해보기로. 아무튼 인스타의 그 특징을 잘 알고 있으면 더 긍정적인 교류를 할 수 있기에 이 글을 적으며 생각도 정리해본다.



랜선으로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는 곳


처음에는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는 게 너무 어색하고 어려웠다. 오글거렸다. 하지만 이제는 편하게 매일 들어가서 인친(인스타 친구)들의 일상, 피드 게시물을 구경하고 공감한다. 나도 편하게 올리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피드에 (최대한 공손하게) 댓글을 달기도 한다. 인스타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평소라면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과도 소통이 가능해졌다. 늘 얼굴을 보는 동료들이오랜 친구들과 다르게 다양한 사람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 ~ 신세계였다.


어른이 되어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간다는 것, 비즈니스로 얽히지 않고 순수하게 취미생활과 서로의 이야기들로 친목을 다진다는 것은 큰 기쁨 중 하나이다. 몇몇 분들은 오래된 친구만큼 친해졌고 항상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속 깊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좋은 일에는 앞장서서 축하해주고, 안 좋은 일에는 따뜻하게 위로를 해주는 분들. 때로는 서로에게 불편할 수도 있는 말, 서로 따끔한 말도 서슴지 않지만 점점 깊어지신뢰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모두가 그렇게 연결되어있다. 서로 따뜻한 랜선공감을 통해 더 나은 오늘과 내일을 꿈꾸게 한다.



진정성 있는 공감이란


인스타의 엄청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스타 속 몇 가지 단점들 때문에 종종 지칠 때가 생긴다. (과시와 엿보기, 그리고 모방과 영혼 없는 찬양, 질투) 다들 사진과 글을 자신의 기준으로 쿨하게 올리지만, 한편으론 누군가가 표면적으로 호응해주고 소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이해한다, 그게 SNS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몇 달 전까지 '좋아요'와 '댓글'로 활발히 소통을 하다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끊어지는 관계가 비일비재하다. 얼굴을 마주 보고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관계의 척도는 그저 '팔로우'와 '좋아요'로 가늠된다. 끊어진 관계를 보며 내 글이 상대방에게 전혀 공감이 안되는구나 싶었고, 조금은 서운한 맘이 들 때도 있긴 했다. 맞다, 나도 그랬다. (인스타 초창기라서 지금은 절대 아님)


문득 생각해보았다. 반대로 내가 상대방 블로그와 인스타 방문 그리고 소통이 뜸해지던 때가 언제인지...

서로 관심사가 다른 글과 사진이 올라오고, 게시물에 공감이 안돼서 흥미가 떨어질 때였다. 상대방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니 아쉬울 것도 없고, 이상한 것도 아니다. 나쁘게 생각하고 것도 없다. 혹여 서로에게 오해였더라도, 훗날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크게 바뀔 것은 없다. 깊은 신뢰가 있었다면 애초에 그렇게 되지 않았을 테니까. 인연은 거기까지인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관계의 약화 및 악화는 한순간 폭발하는 게 아니라 불치병처럼 서서히 마음을 잠식한다. 어떤 이는 초기에 그 싸늘함을 알아챈다. 그래서 관계 개선을 위해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이는 말기 직전에 그 싸늘함을 알아챈다. 뭐가 되든 급작스럽게 이뤄지는 건 없다는 사실. 혹은 처음부터 그 정도 깊이라서 아예 눈치도 못 챘거나. 우리들은 모두와 잘 지낼 수는 없고 억지로 그럴 필요가 없다.



떠남과 떠나보냄, 그리고 변치 않음


'인생에도 '떠남과 떠나보냄'은 늘 있기에,  반복되는 또 다른 새로운 갈림길에서 내가 선택한 길을 후회 없이 걸어가면 될 듯싶다.'   -  [영화 '캐스트 어웨이' 리뷰에서]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인스타에 짤막하게 리뷰하면서 쓴 내용 중 일부이다. 내 인간관계 지론 중 하나이다. 사람들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최선을 다하되, 인연이 아닌 것 같은 사람들은 구질구질하지 않게, 멋있게 보내주자!(그래서 연애도? ^^;)



** 나에게도 SNS로 멀어진 분들이 당연히 있다. 그중에는 매우 특별하게 생각했던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점점 소통이 뜸해지면서 어느 순간 언팔까지 하게 된 사람도 있다.

약간 충동적인 언팔이었지만, 상대방 반응을 보니 언젠가는 끊어질 인연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한때 존경했던 분은 찬란하게 빛나던 분이었다. 그러나 그 모습이 점점 어두운 그림자같이 변해갔다.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본인만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여러 가지 오해까지 겹쳐서 다시는 회복 불가한 상태가 되었다. 풀어내기 위해서는 제3자가 저지른 잘못을 드러내야 하지만, 그냥 나 혼자 안고 가기로! (난 멋있으니까!ㅎ)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이 남의 믿음을 저버린 건  생각하지 않는다. 남에게 배신당한 것만 생각하고 자신의 배신에는 한없이 관대하다.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무조건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자기주관이 뚜렷했던 사람조차도, 인스타 속 "좋아요"와 "댓글" 속에 서서히 갇혀버릴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보내주는 무조건적인 지지 속에서,점점 사람들의 맞춤형 반응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비록 랜선이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나의 진심에 대해서 (내가 좋아하는) 잘 알아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처음에는 이해 못했지만, 이제는 그분들이 무조건 틀렸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원래 그런 인거고 나와는 결이 맞지 않고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습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 아무튼 고마웠던 예전의 마음만큼은 나역시 좋게 기억할 것이다.



"인생에 직진은 없습니다. 있다 한들 아름답지 않습니다. 구불구불 굽이지고 굴곡진 길이 아니었더라면 죽음을 향해 직진했을 것입니다. 죽음의 공간인 것 같았던 청산과 무인도가 생명을 살린 것처럼, 그 고독의 경지가 인생의 진경眞景을 보게 해 주고 삶과 예술의 진경眞境에 들어서게 해 준 것처럼, 둘러간 곡선이 그리도 고맙고 값진 겁니다." -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것들_정재찬]


추가적으로 며칠 전 감명 깊게 읽은 권석천 작가님의 <사람에 대한 예의>에도 이런 구절이 나온다.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한 발 한 발이 두렵고 떨린다. 그러나 어른이 되지 않으면 영원히 누군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남의 인생에 전세 사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어른과 어른으로 일하다 서로의 길을 찾아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거다.

<파워풀>의 마지막 장 제목은 이것이다.


'멋지게 헤어져라.'


두 작가님 모두 공통적으로 말한다. 아니다 싶을 때는 과감히 결심하고, 또 멋지게 헤어져야 한다고. 당장은 구불구불한 길 같고, 두렵기도 하겠지만 그래야 또 다른 것을 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래, 타인들은 나와 같지 않지만, 틀린 게 아니다. 내가 스스로 여러 가지 면모를 갖고 있듯이, 타인도 다양한 면면이 있음을 인정하면 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선택에 나, 그리고 당신이 반드시!! 꼭 함께여야 할 이유는 없다. 지나간 것은 당시의 좋은 기억만 남겨두고, 지금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게 어른 아닐까?


나만의 세상이 조금씩 금이 가고, 내부가 노출되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때로는 기쁨과 슬픔에 무덤덤해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순수했던 과거의 나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래도 나는 오늘에 충실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 지금 내 옆의 좋은 사람들과 만들어나갈 좋은 추억들이 기대되기에 마냥 서글프지만은 않다. 떠남과 떠나보내는 과정을 거치면서도 변치않는 사람들만 남게 된다. 지금 나에게는 기쁨과 격려가 되고 든든하고 고마운 사람들이 내 옆에 있다. 내가 금이 가고 무너질 때조차도 변함없이 내곁에서 날 응원하고 일으켜주는 사람들이 있다.


인스타의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면 기왕이면 그 사실을 멋지게 인정하자. 그리고 햇빛을 받기 위해 더 좋은 방향으로 내 몸을 돌려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Maroon 5의 Memories에서 몇 개의 가사를~ 소개하며... 이만 마치고자 한다.


자, 마음속에 있던 서운함이나 불편함, 안좋았기억과 그리고 떠나간 사람들까지.....나는 그들의 앞날을 위해 멋지게 건배하며 보낸다.! 그리고 다가올 나의 빛나는 미래와 지금, 변함없이 고맙고 소중한 친구들을 위해 또 건배하겠다!



Toast to the ones here today! 

오늘 여기 있는 사람들을 위해 건배!

Toast to the ones that we lost on the way!

지금은 떠나간 사람들을 위해 건배!


'Cause the drinks bring back all the memories.

술은 모든 기억들을 떠오르게 하니까.

And the memories bring back, memories bring back you.

그리고 그 기억들은, 바로 너희들을 떠올리게 해.


Everybody hurts sometimes.

모두들 가끔씩 아픔을 겪어.

Everybody hurts someday, ayy-ayyy.

모두들 언젠가는 아픔을 겪겠지.

Everything gon'be alright.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Go and raise a glass and say, ayy!

잔을 높이 들고 외쳐!

작가의 이전글 진짜인간, 가짜인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