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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d재진 Dec 27. 2020

오늘도 총무팀에 전화하는 사람들에게

사회 초년생들과 부서 막내들을 위해 "총무팀" 담당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 OO팀 OOO 입니다.

어디에 여쭤봐야 할지 몰라서 전화드렸어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받는 전화 내용 중 하나이다. 회사에서 우리 팀은 전화나 사내 메신저 메시지가장 많이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소속은 "총무팀"이니까.

회사 생활 10년 중, 총무팀에 몸담은 지 6년이 넘었다. 그래서 어지간한 임직원들을 알고 있고, 그들도 나를 안다. 임직원들이 모르거나 지원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을 한다. 특히 업무와 연관없는 일조차도 나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신대리님~ 별일 없죠? ㅎㅎ 저 물어볼 거 있어서 전화했는데.....ㅎㅎㅎ"


어떤 때는 주말이나 저녁 늦게도 임직원 분들의 연락을 받을 때가 있다. 귀찮거나 힘들 때도 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도움이 필요할 때, 내가 제일 먼저 떠올랐나 보군. 후후후' 라면서 혼자 착각에 빠져보기도 한다. 일을 즐기는 가장 현명한 자세라고나 할까. (아니다, 자기 합리화 최면을 걸었을 수도)


오늘은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사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총무팀>의 업무에 대해 설명이 많지 다. 재직자들이야 다들 총무팀이 대충 뭘 하는지는 알고 있겠지만, 신입사원들이나 취준생들에게는 큰 매력이 없는 부서일 수도 있다. 사실 대부분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는 아니라고 생각들 하시니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자, 이제 실무자의 입장에서 한번 이야기해보겠다.

아니, 소개해보겠다.




총무팀이란


어느 기관이나 회사에 있는 총무팀. 심지어 각종 모임에서도 총무라는 직책은 꼭 있다. (요새처럼 더치페이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그 의미도 좀 퇴색되었지만) 총무, 총무팀이란 과연 무엇일까?


"어떤 기관이나 단체의 전체적이며 일반적인 사무. 또는 그 일을 맡아보는 사람"


표준국어대사전에서의 정의이다. 한자로 "總務" 라고 쓴다. 모두 '총'에, 힘쓸 '무'. 영어로는 "General affairs team"이다. 한자와 영어 단어 모두를 고려해서 해석하면 "전반적인(일반적인) 업무를 맡아보는 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총무의 이미지. 별로 좋지는 않다.


일반적인 회사들은 제조업, 유통업, 서비스업 기반의 부서가 있고 해당 부서를 지원하는 팀들이 각 부서에 포진되어 있다. 그리고 각종 스탭부서들이 있고, 인사, 재무 등 핵심 인적 / 물적 자산을 관리하는 팀들이 있다. 그런 팀을 최종적으로 지원하는 팀이 총무팀이라고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각 회사마다 특정 팀을 중요하게 여기는 정도, 즉 소위 "힘이 있다"와 "힘이 없다"를 구분하기도 하는데 예전부터 우리 팀은 은근히 힘이 없었다. 여기저기 우선순위에서 가장 밀려져 있는 부서 중 하나였다. 지원부서 중 가장 잡일(?)이 많다고 인식되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부서는 다행히 힘이 생겼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재작년 즈음 우리 부서를 맡게 되신 부서장님이 사내에서도 다른 매우 중요한 업무를 하고 계시는 분이라서. 하하하. 농담이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자산과 안전부문에서 중요성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부서에 대한 중요도도 높아졌다.




총무팀의 주요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자산관리 / 안전관리 / 지원업무


물론 세분화하면 시설관리, 부동산 관리, 문서관리, 법인차량 관리, 임원 행사 관리, 비품관리, 주주 총회 관리 등  정말 다양한 업무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 자산관리

총무팀의 가장 핵심 업무는 회사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자산에는 물적 자산 외에도, 인적 자산도 포함된다. 그래서 회사에 따라 인사팀과 노무팀이 총무팀과 같이 묶여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는 10년 전에는 인사총무팀으로 두 팀이 묶여 있었다. 지금은 총무팀, 인사팀, 노무팀까지 모두 구분되어 있다. 그래도 인적 자산에 대한 지원은 변함없기에 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예로는 직원들의 복리후생지원, 비서실, 임원 수행기사 관리, 임직원의 각종 혜택 지원 등이 있다.


물적 자산은 회사에서 구매하는 차량, 사무기기, MRO 용품, 그리고 법인 보험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부동산 관리도 포함된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는 전국에 매장들과 사무실이 많아서 부동산 계약을 관리해야 하는 곳이 많다.


2) 안전/보안관리

현재 나의 메인 업무 중 하나이다. 팀에서 자산관리파트에 있다가, 작년부터 급작스럽게 안전관리파트 업무를 맡게 되었다. 30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산업안전 / 산업재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에 회사에서도 큰 관심과 함께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매달 각 부서 주요 팀장님들과 함께 산업안전 관련 회의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직원들 모두가 가장 안전하게 업무에 임할 수 있을지'에 대해 토론한다. 비전문가인 내가 전국의 모든 사업장을 총괄하고 규정을 만들고 관리해야 하기에 매우 힘들지만, 그만큼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뉴스에서 접하는 안타까운 사고들을 보면서 늘 다짐하고는 한다.


3) 지원업무

흔히 생각하는 총무팀의 업무이다. 타 부서에서 비품이나 사무용품, 근무환경 개선을 요청하면 이를 지원해주는 것.

요청받은 업무를 주로 처리하면서 규정에 적합한지를 판단하고,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유지 보수하는 것에 집중한다. 공과금 납부, 주차장 관리, 임직원 행사 지원, 해외출장 관리, MRO비품 및 행랑 관리, 다이어리 / 캘린더 등 제작, 배포 관리 등.


이렇듯 총무팀의 업무는 회사 전반적인 것에 뻗어있다. 가끔은 '왜 이걸 여기다가 물어보는 거야?'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고,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지치기도 하다. 흔히들 이야기한다. "스탭부서는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역적이야!". 웃으며 넘기기에 너무 현실성 짙어서 씁쓸한 웃음이 난다.


이 글을 봐주시는 분들이 총무팀이 하는 업무가 무엇인지와 총무팀원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전화를 걸어보시라고, 쭈뼛거리지 말고 편하게 문의를 해보시라는 당연한 말도 하고 싶다. 총무팀은 항상 당신의 곁에 있으니까.




총무팀 하루의 시작


나의 평소 일과는 이렇다.

일단 5시 반에 기상한다. 그리고 부지런히 씻고 꾸민다. 8시가 출근시간이지만, 7시 전에 사무실에 도착한다. 내가 성실해서라기 보다는 조금만 늦어도 확 밀려버리니까. 열심히 운전해서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열심히 달려서 상암동 사옥에 도착한다.


1층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서 출입구 스피드 게이트를 통과한다. 내가 근무하는 21층에 사원증을 태그 한다. 자리에 앉으면, 가볍게 SNS를 열어서 훑어보고(어쩔 때는 가볍지 않게 계속 보게 된다.;), 밤새 올라온 사람의  피드나 스토리를 읽어 본다. '이런! 밤 사이에도 사람들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올리시네, 아휴~ 이분은 좀 사진이 웃긴다 ㅋ' 혼자 말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회사 노트북을 켜고 내부 인트라넷에 접속을 한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타 부서와 외부 거래처의 메일 내용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인사발령 내역을 확인한다. 회사의 자산과 안전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보니 신규직원이 채용되거나, 기존 직원들이 퇴사하면 그 정보가 아침마다 인사팀과 나에게 발송이 된다.


그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직원이 입사하면 해당 임직원의 사원증 출입 권한을 부여하며 이것저것 지원사항을 체크하여 안내한다. 추가 지원사항은 내부 전자품 의가 올라오면 최종 승인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퇴사 정보가 올라오면, 내 손으로 직접 그들의 사원증 정보도 삭제한다. (인사정보는 인사팀에 보존됨.) 한마디로 회사 임직원의 시작과 끝에는 내가 있다. 하하, 이거 이거~ 좋은 건가.


항상 변함없이 친절하고 밝은 표정으로 업무 협조해주는 타 부서 사람들, 내게 좋을 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어떻게 알았는지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사람들. 내가 회사 업무에서 종종 받는 상처들도 있지만 내 주변의 동료들로 인해 그렇게 나는 하나하나 극복하고 강해져 갔다. 그렇게 나는 강해져 갔다.


다시 돌아와서, 내가 몸담고 있는 부서가 총무팀이다 보니, 각 부서 전 임직원들이 내부적인 도움 요청과 고충 토로하는 곳도 우리 부서가 된다. 그중에 거의 최선임에 속하는 나는 지금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많은 대화를 한다. 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즐겁다. 타인의 좋은 일에는 응원을, 힘들어하는 일에는 위로를.


사무적인 이야기 외에도 나는 틈틈이 농담도 하거나 규정을 완전히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재량을 발휘한다. 나의 이러한 호의를 받은 사람 중에는 당연시 여기고 고마워하지 않는 이도 있고, 또 나는 잊었음에도 끝까지 잊지 않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분들도 있다. 그럴 때마다,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내가 더  힘을 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제까지 이 부서에서 이 업무를 할지 모르지만, 나는 회사 생활하면서 지금은 그들의 오랜 친구 같은, 그리고 때로는 아빠 같은 든든한 존재로 기억되고 싶다.



참 별거 아닌데도 보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타 부서들과 많은 연관이 있다 보니, 두루두루 많은, 좋은 동료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올해로 영업부서에서 4년, 총무팀에서 6년째 근무 중이다. 우리 팀은 회사 사옥의 가장 꼭대기 층 지원부서에 속해 있다. 지원부서의 특징은 대부분이 비슷할 것이다. 많은 임직원들에게 시달리다 보니 다들 규정대로 간소한 말로 사람을 상대하게 되는 곳이다. 말로 상처를 받고, 상처를 줄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더 독서를 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타인을 생각하려 한다. 그리고 지금은 글을 쓰며 하나하나 기록을 남기는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꿈꾼다. 퇴근 후, 퇴사 후의 삶. 그리고 다른 직업을 가지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하지만 어느 직업도 쉬운 직업이 다. 사람은 필연적으로 일을 하며 살아거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일을 즐기지는 못하더라도 일하는 시간 동안 그 안에서 가치를 찾고,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내가 귀인(貴人)이 되어야 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다른 회사의 인사총무팀 선배님들의 인터뷰 같은 자료들을 찾아보았다. 그중 한 인터뷰 자료가 인상 깊었다.


"인사 총무는 사람을 귀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위 말해서 윗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사람, 자신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사람은 안돼요. 수치화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사람들을 믿고 따라오게 할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음이거든요. 그 마음이 통해야 해요."


나는 오늘도 마음에 새기며 전화를 받는다.


"안녕하세요? 총무팀 신대리입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도움이 필요하세요? 총무팀

 

하루 외근을 다녀오니, 부재중 통화만 50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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