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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d재진 Jan 05. 2021

입차와 출차

4년 동안의 업무를 되돌아보면서

회사에서 나의 여러 가지 총무 업무 중에 사옥 주차장 총괄 관리업무 가 있다. 사실, 표현이 거창했으나 쉽게 말해서 건물 내 입주사 및 우리 회사 월 정기 주차 대상, 일일 주차에 대한 회사 사람들의 요청 승인 관리, 주차장 유지 보수, 수익관리에 대해 총괄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 설명하면 할수록 거창한 것처럼 포장하는 기분이 든다.


다른 중요한 메인 업무가 있지만, 이 주차업무 덕분에 전사 직원들과 접점이 생긴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도 많다. 그러고 보니, 회사생활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는 입, 출차 관리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새로운 임직원이 입사하면 인사팀으로부터 사원증 요청 품의를 받고, 나는 발주를 넣는다. 제작 업체로부터 입고를 받으면, 보안 프로그램에 직원 등록을 해주고 사옥 내 총무지원센터에서 찾아가게끔 안내해주는 것도 내 업무 중 하나이다. 그리고 기존 임직원이 퇴사를 할 때, 서명을 하는 6명 중 한 명에도 내가 포함되어 있다. 생각해보니 사람들의 입사와 퇴사에는 내가 같이 하는 같다. 아니다, 함께 하는 게 맞다.


오늘 또 아침부터 내 자리로 몇 명의 퇴사자 분들이 찾아왔다. 그렇게, 매일 수 차례 나를 찾아오는 퇴사 예정자들. 나는 그들의 퇴직원에 퇴사 완료 사인을 한다. 퇴사를 하는 직원들의 얼굴은 각양각색이다. 후련해 보이는 얼굴과 아쉬움 가득한 얼굴. 떠나는 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은 기껏해야 이 한마디이다. "


"그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어디 가시더라도 늘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그분들은 항상 눈에서부터 여유 넘치는 인사를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잘 지내세요 "라고 웃으며 말한다. 얼마 전에는 내 친한 선배가 이직하게 되었다. 내부 메신저로 대화하는 도중에 그 선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


"내게 늘 따뜻하게 친절했던 대리님 덕분에 회사에서 잘 버텼다."


메신저 대화를 마치고 한참 동안 PC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괜히 혼자 뭉클해진다. 선배를 보내면서 나는 웃으며 보내드렸다. 어딜 가도 잘하실 분이고, 또 우리들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닐 테니까.


문득 나를 스쳐간 모든 임직원 분들이 생각나는 새해의 첫 출근날이었다. 나는 그렇게 작년, 그리고 나를 스쳐간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속으로 또 그들의 앞날을 위해 기도한다. 늘 행복하시기를 바라며 내가 마음으로 다시 한번 반복해서 전해 드리는 말.


'감사합니다.... 어디서든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지내기를 바랍니다. ^^ 잊지 않겠습니다.'




4년 전, 우리 회사는 본사 사옥을 이전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는데, 상암동에 매물로 나온 21층짜리 사옥으로 이전이 결정되었다. 본사 이전을 준비하며 급하게 본사 이전 TF가 구성되었고, 당연하게도 우리 총무팀 또한 포함되었다. (사실 공식적인 TF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우리 팀은 건물 운영관리를 맡았고, 나도 한 부분을 맡았는데 그것이 '주차장 관리 시스템 구축'이었다.


주차장 입구에서 올려다본 사옥 첫 인상. 반갑다!
당시 빌딩은 유인 주차장으로 운영 중이었다.

사옥 매입 결정 후, 부동산 개발팀과 처음 가 본 상암 사옥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한 때 3대 휴대폰 제조 유통 기업의 사옥이었던 이 곳. 왠지 숙연해졌다. (나도 군 전역 후 그 회사 휴대폰 썼었는데.....It's different)


당시 건물 주차장은 주차요원 3명이서 24시간 교대로 근무하시는 시스템이었다. 우리 아버지보다 더 연세가 있어보이시는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께서 작디작은 주차부스에서 업무를 하고 계셨다. 


주차요금을 받으시고, 정기 주차 대상자들의 명단을 관리하고, 정산까지 해주시는 업무를 하고 계셨다.  그 위에는 관리실 서무주임님이 관리하고 계셨고. 당시 건물 주차관리 프로세스는 좀 독특해서, 출차할 때 장부에 적어서(?) 후불로 주차하는 건을 정리하거나 혹은 일일 주차하시는 분들은 10분 단위로 금액을 수작업으로 계산하고, 월 정기 주차도 일할계산으로 복잡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주차관리 선생님들도 하는 업무들이 많았고, 내가 볼 때 비용 청구하는 시스템도 뭔가 이상했다.


아무튼 그때부터 조사하기 시작해서, 본격적으로 사옥을 이전하기 전, 프로세스를 다시 수립했다. 월 정기 주차요금은 일할계산 없이 고정된 월 정액료를 도입했다.

그리고 내가 제일 크게 변화시킨 것은 무인시스템으로 바꿔서 인건비 절감하고, 시스템의 효율성, 편의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수작업으로 일일 주차요금을 계산하던 것은 30분 단위로 시스템에서 자동계산이 되어 비용이 산출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입주사마다 불편하게 주차증에 도장 찍던 것에서 벗어나서, 휴대폰이나 PC에서 차량 번호 조회해서 방문객 차량 주차를 적용할 수 있게 되어 편의성을 높였다. 내 시스템 개선안은 회장님 최종 승인까지 통과되었고, 바로 공사에 돌입했다. 아, 그전에 입주사 담당자들을 모두 모아서 설명회를 했는데, 다행히 매우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드디어 주차장 설비공사를 하는 날이었다. 긴장도 되었지만 뿌듯하게 주차장 입구에 나와서 관리실 직원분과 공사 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때였다. 옆에 계시던 건물 관리실 서무 주임님이 나를 보면서 당황한 듯이 말한다.


"어머, 대리님~~~~~ 어떡해요...... 저기 좀 보세요"


서무 주임님이 가리킨 곳은 출차구 쪽 주차요원 숙직실 창문이었다. '뭐를 보라고 하시는 거지?' 하면서 유심히 쳐다본 그곳에서는 우리 쪽을 슬픈 눈으로 지긋이 바라 보고 계시는 한 어르신이 계셨다. 그 어르신과 나는 눈이 마주쳤다. 이어지는 서무주임님의 말.


"대리님, 지금 저분들이 기존 주차 요원들이세요. 여기를 바라보고 계시네요. 대리님 회사가 건물주가 되고, 이거 설치되면서 저분들도 이제 오늘이 마지막이시거든요....."


그 말을 들은 후,

그분들일터를 뺏은 것 같은 죄책감에,

나는 한참동안 그쪽을 쳐다보지 못했다.





2021년 1월 4일. 새해의 첫 월요일.

연도는 바뀌고 새로운 달은 또 변함없이 찾아왔다. 그리고 20년 12월 업무를 모두 마감하고, 주차업무를 후임자에게 최종 인수인계했다.


업무를 도와주는 서무주임님이 1층에서 커피를 사주신다고 해서 잠시 뵈었다. 내 업무를 가장 잘 서포트해주신 분이고 늘 리액션이 강하신 분이라서 재미있게 일했다. 지난 17년 도에 우리 회사가 사옥에 들어온다고 준비한 일들, 같이 주차관리 업무하며 있었던 일말하다가 웃기도 하고, 또 간혹 몇몇 직원들로 인해 다치셨던 마음도 위로해 드렸다.

한참 어린 나를, 항상 깍듯이 윗사람으로 대접해주신 고마운 서무주임님.


서무주임님이 주차관리실로 내려가시면서 말씀하신다.

"과장님, 앞에 계셔서 그런 게 아니고 제가 본 분들 중에 제일 좋으셨어요. 오래오래 같이 이 업무 해주셨으면 했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고생 많으셨어요!"


나도 주임님이 많이 도와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다고 인사를 드렸다. 21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주차장 출구가 눈에 들어온다.



주차 출구 쪽을 바라보는데, 문득 4년 전 나를 바라보시던 주차 선생님의 쓸쓸했던 그 눈이 떠오른다. 개선(?)이라는 명목 하에 진행한 일들이 어쩌면 누군가의 일터를 잃게 만드는데 앞장선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그에 상응하도록 부끄럽지 않게 일을 잘해왔던 것일까. 


누군가 내게, 그동안 업무들을 잘해왔는지, 잘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절반만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업무 하나를 내려놓아서 후련할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후련한 마음보다는 아쉬움과 죄송한 마음으로 시작한 새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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