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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d재진 Jan 31. 2021

처벌보다는 예방을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에 대한 나의 생각


벌써 21년 1월의 마지막 날이다.

새해가 되고, 신문이나 뉴스를 볼 때마다 2가지가 연일 헤드라이트에 자리 잡고 대서특필 되었다.


1. 산업안전보건법 강화 및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2.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구속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나는 현재 2년 동안 산업안전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비록 사무실에 앉아 상대적으로 편히 있지만.) 그래서 이번에 강화된 산업안전 관련 법들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최근 노무팀 담당자와 머리를 맞대고 당장 21년, 금년부터 적용되는 대표이사의 안전보건계획을 수립하느라 정신없었는데, 또 같이 봐야 할 일들이 늘었다. 공부해야 할 내용들이 많아서 심신이 힘들기는 하지만,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들을 다뤄야 하는 담당자로서의 책임감도 크다.


1월 내내 신문과 각종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이 글은 공부한 내용에 대한 복습이자 나의 생각 정리이다. 자료를 정리하며 우리나라가 산재사망사고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정말 많이 놀랐다. 지금 이글은 다소 딱딱할 수 있지만, 나름대로 평소의 생각을 포함해 그동안의 무지함에 대한 반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글을 적어본다.




"산업안전보건법"이란 무엇인가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은 산업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자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을 의미한다. 즉, 노동을 제공하는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산업재해"란 무엇일까? 많이 들어왔지만 조금 헷갈리는 용어이다. 산안법에서 "산업재해"는 '노무를 제공하는 자가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 · 설비 · 원재료 · 가스 · 증기 · 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한다. 추가적으로 "중대재해"는 산업재해 중 사망 등 재해 정도가 심하거나 다수의 재해자가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재해는 중대재해로 구분한다.



1)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2)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3)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


일하다가 다친다고 무조건 산업재해의 개념은 아니다. 다만 회사 내규에 따라 실비처리 가능한 경우들이 많이 있다. 일례로, 임원 수행기사님이 해당 임원을 모시고 지방에 가는 도중 휴게실에 들렀다. 그런데 도착시간을 초과할 것 같은 급한 마음에, 휴게소 화장실에서 뛰어나오다가 계단에서 크게 넘어졌다. 회사 내규에서 산업재해는 아니지만, 업무 중 발생된 과실로 인정되어 치료비가 실비로 지원되었다.


많은 기업들에게 작년은 '산업안전'이 강화되고 강조된 해이다. 28년 만에 산안법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28년 만이라. 그동안 수많은 산재사고들이 발생되었기에 산안법의 개정이 엄청 대단해 보였으나, 알면 알수록 좀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직업이 다양화되고, 현장의 위험요인들은 증가되었는데 28년 동안 뭐 하고 있었던 건가 싶었다. 그래도 보호하는 대상들이 확대되었고, 법인과 대표이사의 처벌 수위와 벌금이 상당히 높아졌으니 이제 근로자 개인의 인권이 존중되는 것인가. 물론, 이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으나 잠시 미뤄두고 이따가 언급하도록 하겠다.



이번에 바뀌었다는 건 무엇인가?


엄밀히 말하면 아직 최종 확정은 아니다. 다만 양형기준 수정안이 의결되었으므로, 이변 없는 한 거의 그대로 따를 것이다. 기존에는 사업주가 산안법 제38조와 제39조 인 안전조치, 보건조치를 소홀히 해서, 사망사고가 발생된다면 그 죄질에 따라 최대 10년 6개월까지 구형하겠다는 내용이다.


법이 효력을 발생한다고 해도 사실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되었을 때 "너! 무조건 10년 6개월!" 이런 건 아니다. 기존에 발생된 사망사고의 요인으로 인해, 재발이 되거나 혹은 다른 요인으로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될 경우, 사업주와 법인이 충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서 최대 저렇게 양형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아시다시피 양형기준은 판사들이 형을 선고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기준이다. 그리고 실제  사망사고들이 발생되어도, 경영진이 처벌받는 일은 극히 드물다. 뉴스를 통해 해당 기업에 대한 기사만 한동안 나올 뿐이고.


2월 5일 공청회를 거쳐 3월 29일 최종 의결 예정이라고 한다. 과연 변화가 있을지, 그리고 언제부터 수정안이 공포(公布)될지 지켜봐야겠다. 실효성이 낫건, 높건 일단 첫걸음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중대재해 기업 처벌법"이란 무엇인가


중대재해 기업 처벌법(이하 '중대재해 법')은 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되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중대재해 법은 사업주 · 경영책임자가 의무를 위반해 사망 · 중대재해에 이르게 한 때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를 형사 처벌하고 해당 법인에 벌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 수위를 명시하고 있다. 내부 근로자에 대한 '중대산업재해'와 외부 제삼자에 대한 '중대 시민 재해'로 구분된다. 자세한 내용 설명은 추후에 다시 하기로. 앞서 이야기한 산업안전보건법과는 별개의 법이다.


산안법과 중대재해 법의 차이는


산안법이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하고 사업주의 경우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을 하는데 반해, 중대재해 법은 법인과는 별도로 사업주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큰 차이가 있다. 중대재해 법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의 사업주에 대해 최대 1년 이상의 징역과 10억 원 이하의 벌금형이 동시에 부과될 수 있고, 이와 별개로 법인에게는 최대 5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제 법이 본회의 심의를 통과해 제정 진행 중이다. 그 후 법제처, 차관회의, 국무회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야 최종적으로 공포(公布)될 예정이다.




우려되는 것은 무엇인가


산안법은 사망사고 시 사업주에 대한 징역 및 벌금의 하한선이 따로 없지만 중대재해 법은 하한선(2~5년 이상 징역, 5000만~5억 원 이상 벌금)을 만들어 처벌의 수위를 높였다. 상한선도 산안법 1억 원 이하의 벌금에서 중대재해 법은 10억 원 이하로 높였다.


법 의무 준수 범위가 '유해ㆍ위험방지' 수준으로 추상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인이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처벌 수위가 너무 높다고 난리, 다른 한쪽에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졸속적이라고 난리가 났다. 솔직히 내 생각은 (기업의 활동이 퇴조되거나 위축된다는 말은 별로 와 닿지 않는다. 사람의 목숨을 중시하지 못하는 기업이 과연 활동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산안법이나 중대재해 법이나 태생적으로 큰 취약점을 가지고 생겨났다. 둘 다 사업주나 현장관리자의 의무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했다. 사업주와, 안전관리책임자, 현장관리자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수하고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신경 써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가 없다.


즉, 사고에 대한 예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후 책임에 대한 처벌만 강화되었다. 물론 '엄벌주의'가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강력한 처벌이 있음을 주지시켜, 기업이 더 주의해서 활동을 하고 모든 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해 저 신경 써주는 계기가 된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처벌, 물론 필요하다. 이번에 신경 쓴 처벌기준만큼, 실효성 있는 안전 가이드와 비정규직과 도급관련 세부 지원 규정, 그리고  범국민적인 안전의식 캠페인에 더 집중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절반의 아쉬움이 있다. 또한 산업현장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만큼 많은 교통사고, 특히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 수위도 같이 높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산재 사망사고의 감소를 위해서는 사업주·근로자의 노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협력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사업주 처벌과 책임만을 강조하는 측면이 크다. 사업주 측은 사업주 측대로 큰 불만과 우려를 자아냈고, 노동자의 인권에 대해 소리 높여온 분들도 허탈하긴 매한가지이다. 사후처리가 아닌, 사고예방에 대해 계속 강조해오고 있으나 실질적인 방안이 나온 것 같지는 않다. 


처벌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다.




이번 산안법 일부 개정과 중대재해 법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너무나 부족하지만, 각 기업들마다 산업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어 경영진이 사전적 예방인 '준법경영(complince)'을 강조하고 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기업 내부적으로 산업안전과 보건에 관련된 원칙과 절차를 수립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게 되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지금 당장은 처벌만 너무 높아 보이고, 모호한 법령으로 인해 구체적인 하위 법령과 가이드가 필요하지만 계속해서 노사가 소통을 통해 보완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 주 전, 사업부서장님과 연간 사업계획에 대한 회의를 했다. 부서장님은 팀원들에게 우리 팀의 최우선 목표는 무엇인지 물어보셨다. 다들 여러 가지 팀 미션이나 개인 목표에 대해 말을 했다. 그리고 부서장님은 마지막으로 내게 물어보셨다. 팀원들이 각자 말한 내용을 토대로, 어디 한번 정리해서 말해보라고.


(순간 매우 움찔했으나, 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우리 팀의 최우선 미션은 <안전한 사업장 구축>입니다. 내부 직원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더 나아가 외부의 고객들도 우리 회사의 매장에 방문했을 때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이라는 회사의 모토를 실현할 때, 다음 미션들은 <효율적인 자산관리>를 통해 경영진을 보좌하고, 임직원 모두에게 효율적인 지원을 해서 업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산안법과 중대재해 법과는 별개로, 경영진 측에서는 회사의 내외부 직원들이 다치는 일 없도록 가장 안전한 사업장을 구축하기 위해 고민하고, 내부규정을 만들어서 적용해 나가야 할 때이다. 몸과 마음에서 안정을 얻은 직원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내고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임인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실무 담당자들은 사전 예방을 완벽하게 해서 더욱더 경영진이 안전의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하고 또 제시해야 한다.  


안전이라는 가치가 건설/제조업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직업인에게 해당됨을 명심하자.


언론은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안전불감증'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열악한 환경에 내몰려져서 설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들에게 할 소리 인가. 안전한 환경 구축을 위해 예산을 아끼고 또 아끼도록 결정해주신 분은 누구인가. '안전불감증'을 대서특필하며, 반복하는 언론이 왜 기업의 안전책임이나 규제, 처벌 강화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것인가.


아직은 많은 부분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그동안 많은 부분에서 문제점이 노출되어 왔고, 어디서 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들이 많다. 그 시작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발생되어온 사고 유형과 피해자들의 호소를 들어보면 예방과 사후 지원에 대한 공통된 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노사가 끊임없이 소통하고 직원들 모두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존귀한 존재라는 점을 잊지 않으면 될 것이다. 추가적으로 나 역시도 끊임없이 사회의 이슈들을 돌아보며 관심을 갖겠다.


안전한 근로 환경을 만들어서 근로자가 작업 및 업무 도중 생명을 잃는 일이 더 이상은 반복되면 안 된다. 1994년부터 2016년까지 23년 동안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 21번을 했던 '치욕적인 1등'오명은 이제는 버리자. '아름다운 꼴찌'가 되어야 할 시기이다.



글을 쓰면서, 2달 전 읽은 이 책과 그리고 김미숙 여사님의 인터뷰가 너무나 생각났다......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참고 문헌]

- 이해하기 쉬운 산업안전보건법_강만구 저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주요 내용과 법률 이슈 _ 월간 노동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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