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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d재진 Jan 31. 2021

우리의 인생에는 '소울'이 있기에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관람 후기



지난 주 개봉한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에는 단순하지만

의미 깊은 명대사들이 나온다. (약간의 의역을 해보면;)


"My life wad meaningless"
- 내 삶이 무의미했구나.....

 "A spark isn't a soul's purpose"
- 스파크(흥미)는 영혼의 목적이 아닙니다.

 "Life is full of possiblities.
You just need to know where to look."
- 삶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만 잘 알고 있으면 됩니다.

 "I'm going to live every minute of it"
- 매 순간을 소중하게 살아갈 거예요




'soul'소울. 사전적으로는 '마음', '정신'을 의미한다.
영화의 배경인 Jazz 음악에서는 기교보다는 애정과 신념을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믿고 보는 픽사 애니에이션 '소울'이 개봉해서 오랜만에 극장에 갔다.


내용은 이렇다.
뉴욕의 어느 중학교 시간제 음악교사 '조 가드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재즈 밴드에서 음악을 하는 것을 더 꿈꾸는 40대 중년 남성이다.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뉴욕의 유명 재즈 뮤지션  도로테아가 운영하는 밴드 오디션을 보게 되지만 하필 그날 도로의 맨홀에 빠져 코마 상태가 된다.



조의 영혼은 곧 <그레이트 비욘드>라는 최종적인 죽음의 공간으로 갈 위기에 처한다. 평생 꿈꿔온 인생 최고의 날에 죽을 수 없다며 도망친다. 그리고 <그레이트 비포>에 도착!

그곳에는 지구에 태어나기 전 단계의 영혼들이 모여 있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운명이 될 개성과 적성들을 찾아 채우게 되고, 7개 모두를 채우게 될 때 비로소 지구로 내려가 아기로 태어난다. 7개의 spark를 채워야 한다는 부분은 '매슬로우의 욕구 7단계'와 연관 있어 보였다. 마지막 자기실현의 욕구인 7단계.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발휘하여
자신이 소망하는 모든 것을 성취하려는 최고 수준의 욕구. (모두 아시죠? 약간 재수 없는 말투로)


아무튼 그곳에서 조는 영혼 '22'를 만난다. 22는 7번째 스파크를 찾지 못했고, 찾고 싶지도 않다. 지금 있는 곳이 편해서, 굳이 지구로 내려가 힘들게 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다른 멘토들을 계속 거부해왔다.


살고 싶지 않은 영혼과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의 조합. 아무튼 영혼들은 7번째 스파크를 찾으면 지구 통행권이 생기는데, 22는 그 지구 통행권이 생기면 조에게 주기로 하고 같이 찾아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게 된다.



22와 조는 서로의 소울에 큰 영향을 주게 되었고 서로 잊고 있던 일상의, 인생의 스파크를 찾아가게 되는 부분도 매우 감동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살아 돌아온 조. 그리고 무사히 공연을 마친다. 조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자신을 평생 꿈꾸어 왔지만 막상 무대에서 최고의 공연을 펼치고 나자, 기분이 묘했다. 특별한 스파크가 느껴지지 않았다. 왜 그런 걸까. 누구나 그런 경험과 깨달음이 있을 것이다. 재즈 뮤지션 도로테아가 조에게 말해준다.


 《어린 물고기가 있었어.
그는 바다에 가고 싶어서 나이 많은 물고기에게
다가가 자신은 바다라고 부르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지. 그러자 나이 많은 물고기는 되물었어.
"바다?"
그리고 나이 많은 물고기가 다시 말했지.
"지금 여기가 바로 바다야!”
어린 물고기는 말했어. "여기는 그냥 물인데요?"》


영혼 상태일 때의 조는 자신의 일상들이 전시된 모습을 보게 된다. 특별한 꿈 외에는 그저 자신의 일상들을 하루하루 무감각하게 흘려보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놀란다.


"아.. 내 인생은 무의미했구나.."


라며 이야기하는 장면. 나는 눈물이 났다. 맞다, 나도 한때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으니까.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때때로, 거의 매일 특별한 삶의 목적을 찾아 고민하고 찾아 헤맨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일상의

익숙함 속에 많은 것을 잊고 지냈으리라.


이야기 속 작은 물고기처럼, 《삶의 목적》이라는 뭔가 특별한 바다를 찾아다닌다. 하지만 나이 많은 물고기가 알려준 것처럼 바다는 이미 우리가 존재하는 곳이다. 모든 이의 삶의 목적에 특별함이 필요할까? 언젠가 도달할 특별한 부와 명예, 인맥, 외적인 세련됨 만이 특별한 것일까.


일상생활 속, 가까이에서 함께할 수 있는 일들과 가족, 지인들, 취미들이 삶의 목적이라 느껴졌다. 지금 순간과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하고 배우고 늘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삶의 목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일 세상을 떠난다 해도 후회 없을 것 같다.
삶에 대한 소울과 소울 메이트들이 있으니까.


영화평 중 단연 최고였던 평을 한번 소개하며 리뷰를 마친다.


"무대에는 완벽하게 조율된 악기가 있지만 삶은 무질서하다. 난기류에 휘말리기도 하고 균형감을 잃은 악기처럼 엉뚱한 소리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무대에 올랐다면 중간에 삐끗하더라도 연주를 끝낼 책임이 있다. 조는 '22'와 갈등과 불협화음, 작용과 반작용을 주고받으며 절정을 향해  나아간다.


‘소울'에는 스카이다이빙을 닮은 장면이 많다. 태어날 때도 아득한 지구를 향해 영혼이 몸을 던져야 한다. 낙하산도 안전장치도 없다. 우리는 그렇게 이 행성에 도착한 영혼들이다. 행복에 이르기 위해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대신에 용기를 내고 작은 순간들을 즐기라고 이 영화는 말한다.


추파춥스, 실타래, 먹다 남은 베이글 등 일상의 조각들을 앞에 두고 연주하는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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