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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 Jul 05. 2024

프롤로그 : 어느 여름의 기록

2015년, 뜨거웠던 어느 여름 기록의 시작

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가봤어?


2015년의 뜨거웠던 한여름의 산티아고 순례길의 시작을 더듬어보자면 그 시작은 어느 주말, 엄마와의 전화 통화였을 것이다. 그때 당시 나는 혼자 하는 여행의 재미를 막 느끼기 시작한 때라 기회가 될 때마다 이곳저곳 여행을 열심히 다니던 시절이었고, 텔레비전 광고로 대한항공이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편"을 방영했던 시절이었다.


"처음 들어보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이 어디야?"

"요즘 대한항공 광고에 1위라고 나오던데, 너 거기 몰라?"


대한항공 광고 하나는 정말 잘 만든 듯 @ 대한항공 "도전해보고 싶은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을 해봤다는 자부심을 가지기 시작한 열정 가득했던 초보 여행자에게 "너 거기 몰라?"라는 말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타이밍 좋게도 마침 2주간 스페인을 여행하고 돌아왔을 때라 그 충격은 두 배였다. 엄청난 검색을 통해 스페인은 다 보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스페인에 내가 모르는 곳이 있다고? 근데 거기가 꼭 가봐야 하는 곳 1위라고?


엄마와의 전화를 끊자마자 열심히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산티아고 순례길, 유럽에서 도전해봐야 할 곳 1위라는데 내가 가봐야 하지 않겠어? 답을 찾는 곳이라니, 마침 졸업을 앞둔 나에게 딱이네. 가서 답을 찾아봐야겠다! 가지 않으면 왠지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던 초보 여행자는 그렇게 자기 합리화 성공!


바탕화면에 이 사진을 걸어놓고 열심히 공부했다 @ Pinterest


자기 합리화를 해버린 열정 넘치는 초보 여행자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졸업 논문 마감일을 기준으로 산티아고 순례길 중 프랑스 길 (Camino Frances)의 시작점인 생장 피에드포르 (Saint-Jean-Pied-de-Port) 행 티켓을 과감하게 질러버렸다. 티켓을 미리 구매해 놓으면 열심히 논문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럴싸한 이유와 함께.


그다음으로는 친한 언니를 꼬시기 시작했다. 마침 언니가 내 졸업 시기에 맞춰 함께 여행을 다니기 위해 인생 첫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가고는 싶은데 혼자 가기는 뭔가 무섭고, 이때다 싶어 위의 사진을 보내며 언니에게 러브콜 보내기를 수차례, 결국 언니가 나와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가주기로 결정!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논문을 잘 쓰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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