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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Aug 22. 2019

고양이의 선글라스

나는 고양이다.

흰색 털을 바탕으로 검은색 털이 포인트.. 아니,

검은색 털을 바탕으로 흰색 털의 비중이 많은 편인 고양이랄까.

평범한 고양이들과 다른 점이라면 나는 선글라스를 쓴다.

동료 고양이들은 어째서 인간들의 물건인 선글라스를 쓰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길에서 처음으로 선글라스를 쓰고 걷고 있던 인간을 보았을 때

나는 선글라스를 유심히 관찰하고는 마을로 돌아와 선글라스를 만들기로 했다.

마을에는 잡아먹지 않는 대신 고양이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주는

꼬리가 절반은 잘려 나간 늙은 회색 쥐가 있다.

그림. 홍슬기

녀석은 선글라스에 대한 설명을 듣더니 그런 물건은 쥐나 고양이에게는 

전혀 필요 없을 것 같다면 삐죽 올려다보았다.

나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발톱을 내밀어 보였다.

제작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나에게 꼭 맞는 선글라스가 되어 손에 들어왔다.

그 후로 나는 단 하루도 선글라스를 쓰지 않는 날이 없었다.

동료 고양이들은 여전히 나에게 물어온다.

그런 아무짝에 쓸모없는 인간의 물건을 왜 쓰는지에 대해서.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적어도 눈을 통해 마음을 읽히는 일은 없도록 만들어주는 물건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선글라스를 쓰게 됨으로써 특별한 고양이가 되었다.

인간도 선글라스를 쓰면 특별한 인간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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