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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Nov 25. 2019

옷걸이

여름의 가벼운 옷차림이 먼 이야기가 되어버린 날씨가 다가왔습니다.

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옷의 부피도 커집니다. 이렇게 겨울 옷을 입게 될 때면 늘 아쉬운 일이 생깁니다.

카페, 음식점, 술집 등등 실내에 들어갔을 때입니다.

몸에 걸친 커다란 부피의 옷을 걸어둘 옷걸이가 없다는 점.

가끔 옷걸이를 준비해두는 매장이 존재하긴 하나 아주 극소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영화이며 시대적으로도 과거일지도 모르겠지만, 

서양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를 볼 때면 두꺼운 외투와 모자를 따로 걸어두는 

옷걸이가 있는 것을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그것도 아주 단단하고 고급스러운 소재로 말이지요) 

그런 때면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배우의 연기, 스토리 같은 것보다는 코트와 모자를 걸어둘 수 있는 

옷걸이만 머리에 남는 일이 생겨버립니다. 

"언제쯤 우리나라의 많은 카페와 식당에 옷걸이를 두게 될까" 하고 말이지요. 

보통은 수납 바구니를 따로 마련해 두어 옷을 개어서 넣어둘 수 있는 매장이 많습니다.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보다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저는 여전히 영화에서 보던 그 옷걸이를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즐기고, 

저의 외투는 당연하게 카페의 옷걸이에 반듯하게 걸려있는 것. 

"말이 안 통하는 인간이군" 하고 정색하실지도 모르겠지만, 

한 번이라도 경험을 해보신 분이라면 -부디-저와 같은 생각을 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최근에는 저와 여자 친구가 애정 하는 카페를 방문했는데 이 곳도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부피가 큰 외투는 수납 바구니에 담아둘 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곳입니다. 

입구에 들어섰을 때 저는 눈을 의심했습니다. 

영화에서 본 것만큼 고급스러운 소재는 아니지만 콘크리트 못으로 단단히 박아둔 고리를 보았습니다. 

고리의 소재는 철이었고, 겉은 매끈한 코팅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옷걸이라고 확실하고 이미 어느새 벗어젖힌 외투를 걸으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여자 친구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것은 옷걸이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누가 보아도 고리에 옷을 걸고자 하는 자세로 멈추어 여자 친구와 카운터에 서있는 

사장 부부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았습니다.

 

여자 친구는 그만두라는 눈빛이었고, 사장 부부는 아무런 사인도 없었습니다. 

저는 사장 부부의 특별히 사인이 없음을 긍정으로 믿고 외투를 고리에 걸었습니다. 

"좋았어! 드디어 이 카페에서 옷을 걸어 둘 수 있는 곳이 생겼어!" 하고 마음속으로 환호했습니다. 

여자 친구는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지만요. 

그때 밖에서 여자 손님이 잰걸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와 고리에 걸린 옷을 보고 놀란 듯이 말했습니다. 

"어, 화장실 열쇠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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