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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Feb 11. 2022

뜻밖의 찰리 브라운

어느덧 입춘을 지나 봄을 기대해 볼 만한 날이 되었다. 

때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하루아침에 굉장한 추위가 찾아왔던 어느 날 지하철 계단에서의 일이다. 

지하철 환승을 위해 가던 중 에스컬레이터 앞으로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는 질려서 계단을 이용했다. 

계단 통로 폭이 좁고 계단의 높이도 낮아서 잰걸음으로 올라가던 중 

나와 걸음을 나란히 하는 남자가 나타났다. 

그의 심정까지야 모르겠지만 익히 알고 있는 모습이다. 

거처를 두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남자의 모습이다. 

갑자기 닥쳐온 추위로 달라진 복장은 그 남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자는 잠시 나와 나란히 걷더니 이내 빠른 걸음으로 나를 지나쳐 계단을 성큼 올라갔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입은 밀리터리 스타일의 물 빠진 녹색 재킷이 눈에 띄었다. 

그의 뒷모습이 보일 쯤에는 왠지 모를 반가운 얼굴의 패치가 붙어있었다. 

찰리 브라운....


추웠던 어느 날 지하철 계단에서 찰리 브라운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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