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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네리와인드 Aug 13. 2019

'고래사냥' 배창호, "새로운 관객과 만나는 재미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 '고래사냥' 배창호 감독 Q&A

온라인 영화 매거진 '씨네리와인드'

(www.cine-rewind.com)


▲ Q&A 현장     © 안지영


지난 8월 9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한국영화 100년, 시대의 노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배창호 감독의 <고래사냥 (1984)>이 상영됐다. 상영이 끝난 후, 배창호 감독은 Q&A에 참석해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고래사냥>은 1984년 개봉 이후 토크 콘서트나 특별전에서 다시금 상영된 적이 있지만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은 오랜만이다. 이에 대해 배창호 감독은 “세월이 지나서 새로운 관객들과 만나는 것이 즐겁고,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정서에 공감해주시는 것에 대한 기쁨이 있다.”라고 감회를 밝혔다. 실제로 관객석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영화가 여전히 공감을 얻고 있음을 증명하듯이 말이다.

 

<고래사냥>은 개봉과 함께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서울에서 40만 관객을 동원했는데, 이는 오늘날의 1000만 관객과 비기는 인기였다. 배창호 감독은 이와 관련해서 “5공화국 시절에는 검열이 굉장히 심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사회 비판적인 내용이 들어가면 검열에서 통과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당시 젊은이들이 암울한 사회적, 정치적 분위기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심리를 유머러스하게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예상이 적중해서 많은 젊은이의 호응을 얻은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 포스터     © 네이버영화



한 관객이 자신은 배창호 감독의 작품을 보고 자란 세대라고 말하며 질문을 이어나갔다. 80년대에 배창호 감독의 작품과 함께 몇몇 청춘영화들이 개봉했는데 그 이후에 청춘영화의 맥락이 이어지지 않은 것 같다는 의문이었다. 배창호 감독은 “그래도 소위 청춘영화라고 불리는 장르는 계속 이어져 왔던 것 같다. <기쁜 젊은 날 (1987)>나 <엽기적인 그녀 (2001)> 등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 젊은이들만의 좌절, 꿈, 희망, 사랑 등을 다룬 영화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긴 하다”라고 말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영화 연출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 관객은 연기 경력이 없던 신인 가수 김수철을 캐스팅한 이유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를 지도했는지 질문했다. 배창호 감독은 “<고래사냥>의 주인공은 꼭 신인이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주위의 실제 대학생과 신인 연기자를 많이 찾아보았지만 마음에 와 닿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에 신인 가수였던 김수철의 모습과 성격이 주인공에 들어맞는다는 추천을 듣고 다방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김수철이 다방으로) 들어오는 순간 걸음걸이와 모습 등 외형이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고, 이야기를 나눈 결과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연기 걱정은 하지 말고 편하게 임하라고 말했고, 안성기와의 케미에만 중점을 두었다”라고 답변했다. 

 

다른 관객은 화면 비율에 관해 질문했다. 요즘 유행하는 시네마스코프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2.35: 1로 표준규격보다 가로의 비가 큰 화면을 사용한 영화) 화면 비율을 80년대에 사용한 의도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대해 감독은 “오히려 70년대와 80년대 중반까지는 시네마스코프가 더 많았다. 요즘에는 특수현상을 통해서 시네마스코프 비율을 만드는데 그때에는 시네마스코프 렌즈 자체를 사용했다.”라고 답변했다. 더불어 “당시에 시설에 대한 투자가 없어서 아주 오래된 렌즈를 그대로 사용했는데, 촬영이 정말 힘들었다. 추운 날씨에 배터리가 얼기도 했다”라고 말하며 뒷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오늘날 우리나라 영화에 대한 의견을 묻는 관객도 있었다. 배창호 감독은 “투자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대중영화가 있고 독립영화가 있다. 대중영화는 대부분 킬링타임용 작품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흥행 결과를 최우선 목표로 해서 영화가 만들어지다 보니 영화가 사회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 부족하고 영화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남는 문화적 결정체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요즘 영화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너무 과장해서 그려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 산업이 크게 성장한 것과 촬영이나 연기, 연출이 세련되고 디테일해 진 것은 (우리나라 영화의)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연기자들이 다양해져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볼 수 있게 됐고, 옥에 티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졌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드는 관객이 남아있었지만, 시간 관계상 Q&A는 30여 분 간 진행되다가 종료되었다. 배창호 감독은 “이 영화가 여러분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라는 인사말을 남기며 자리를 떠났다.




글 / 씨네리와인드 안지영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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