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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네리와인드 Jan 01. 2020

오인천 감독, "꾸준히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 ②

[신년특집 인터뷰] 'DMZ', '악의 제국' 영화 감독 '오인천'

온라인 영화 매거진 '씨네리와인드'

(www.cine-rewind.com)




씨네리와인드에서는 새해를 기념해 특집 인터뷰를 기획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장르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오인천 영화감독이다. <소녀괴담>으로 첫 장편영화 데뷔를 한 오인천 감독은 공포, 스릴러, 코미디, 액션 등 장르영화를 꾸준히 만들어 오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인터뷰 ①에서 계속됩니다)

 

오인천 감독의 커리어 중 눈에 띄는 두 개의 장르는 공포와 스릴러다. <소녀괴담>을 필두로 <월하>, <아경: 죽음의 택시> 등 공포영화와 <데스트랩>, <디엠지: 리로드> 등 스릴러 영화를 감독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공고히 만들어 왔다. 감독은 공포 장르와 스릴러 장르에 따른 연출 방법의 차이를 최근작 <악의제국: 13일의금요일 챕터2>의 장면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공포 장르는 관객 분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기대하는 측면이 있어요. 단순히 놀래켜주는 요소만 넣는 게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에 공포를 주는 게 중요해요. 요즘 관객 분들은 웬만한 공포로는 놀라지 않거든요. 제 영화는 저예산이기 때문에 CG 효과를 사용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타이밍을 어떻게 뺏느냐가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스릴러는 전반적으로 긴장감을 이끌어 가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떻게 긴장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가냐가 핵심이에요. 개인적으로 공포에도 스릴러의 요소가, 스릴러에도 공포의 요소가 반영된다고 봅니다. 최근작 <악의제국: 13일의금요일 챕터2>를 예로 들자면 옥상에 모인 인물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이 있어요. 공포와 스릴러의 요소를 동시에 갖춘 장면이자 <첩혈가두>나 <첩혈쌍웅> 같은 홍콩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꼭 표현하고 싶었던 장면이에요.


▲ 오인천 감독의 '폴리스 스파이' 스틸컷.  © 영화맞춤제작소


‘장르 스페셜리스트’란 별명답게 공포와 스릴러 뿐만 아니라 코미디 장르에서도 남다른 능력을 선보였다. 앞서 <최가박당>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밝힌 오인천 감독은 코미디 장르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공포영화로 성공적인 장편 데뷔 후 두 번째 영화로 코미디를 택하였고 ‘디엠지 3부작’의 두 번째 영화인 <폴리스 스파이>는 티키타카로 주고받는 대사가 매력적인 블랙코미디를 보여줬다.

 

공포로 데뷔하고 코미디 영화(잡아야 산다)를 하게 된 건 어릴 적부터 <최가박당> 같은 홍콩코미디 시리즈를 좋아했던 취향이 자연스럽게 반영되었다고 생각해요. <잡아야 산다>는 하룻밤 동안 소동극을 다룬 영화인데 액션적인 측면도 많이 강화했습니다. 원하는 시나리오를 각색했고 김승우 선배가 캐릭터 부분에 아이디어를 많이 주셨어요.

 

(티키타카로 주고받는 대사를)좋아하는데 평소에 캐릭터에 따라 생각나는 요소를 많이 적어놔요. 그러다 1차 초안이 나오면 대표님과 이사님이 많이 봐주세요. 제 최근작의 주인공이 대부분 여성이다 보니 제작사 박지영 대표님((주)영화맞춤제작소 영화공장의 박지영 대표는 오인천 감독의 아내다)께서 여성의 심리로 자연스럽게 수정해주세요. 박건우 이사님께서도 많은 도움을 주시고요. 개인적으로 대화로만 이뤄진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 애리조나 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영화 '데스트랩'.  © 영화맞춤제작소


초저예산 영화를 택한 이유에 대해 영화적인 실험을 강조했다. 힘들다기 보다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어 즐겁다는 오인천 감독의 말에서 다시 한 번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직접 촬영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이를 통한 노하우의 적립도 이야기했다. 가장 좋아하는 촬영기법으로는 핸드헬드를 뽑았다.

 

예산이 많지 않아 짧은 촬영 회차에 스탭을 최소화해요. 자금적인 측면에 있어 아무래도 이사님과 대표님이 많이 고생해주시죠.(웃음) 촬영 스탭을 최소화하다 보니까 촬영도 제가 직접 해요. 힘들다기 보다는 물리적인 거리가 없다 보니 배우 분들에게 아이디어를 제공받으면 바로 반영할 수 있어서 좋아요. 보통은 감독들이 카메라 뒤에서 모니터를 보고 촬영하잖아요.

 

직접 촬영을 하다 보면 조금 더 과감해질 수 있어요. 극단적인 클로즈업도 자주 활용하게 되고요. 상업영화를 할 때 실험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니까 시행착오를 안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데스트랩> 같은 경우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경사앵글을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또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핸드헬드 기법도 좋아해서 이번에 직접 해보니 더 과감하게 핸드헬드와 퀵 줌을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올해만 네 편의 영화를 찍은 다작의 비결에 대해 앞서 말한 직접 촬영을 한다는 점이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최근 <부산행>, <킹덤> 등을 통해 확인된 국내에 공포장르 소비자층 확대에 대해 다양한 소재의 공포영화가 등장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촬영에 있어서 아무래도 배우 분들 일정이 가장 중요하죠. 배우 분들도 그렇고 스탭 분들도 일정이 있으면 피해서 시간을 조율합니다. 촬영 회차는 최대한 짧게 구성하고요. 제가 직접 촬영을 하다 보니 배우 분들과 거리감이 없고 콘티나 아이디어를 바로바로 현장에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비결이 아닌가 싶어요.

 

최근 몇 년 들어 <야경: 죽음의 택시>를 준비할 때보다 관객분들이 공포란 컨텐츠 자체를 더 즐기시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공포는 여름에만 보는 장르로 여겨졌거든요. 납량 특집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말이죠. VOD 시장이나 유튜브 컨텐츠가 발달해서 그런지 더 많은 분들이 공포를 즐기시는 거 같아요.

 

대중 장르로 확 떠오른 건 아니지만 매니아층이 탄탄해지고 있다는 걸 해가 다르게 체감합니다. <곤지암>이나 <변신>의 예상치 못한 흥행도 그렇고 말이죠. 그만큼 많은 공포영화가 나왔으면 해요. 관객의 입장에서는 현실공포, 슬래셔공포, 심리공포 등 다양하게 공포영화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데스트랩 당시 오인천 감독.


최근 논란이 된 윤지혜 배우와 영화 <호흡> 제작진 사이의 갈등에 대한 진중한 의견도 있었다. 오랜 시간 저예산 영화계에서 활약한 만큼 시장의 제작환경을 잘 알고 있는 오인천 감독은 매우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

 

각자가 오죽하면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상황이 마찬가지겠지만 서로 이해하고 대화를 나누었으면 해요. 각자 생각이 다르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 개봉 직전에 이런 사건이 발생해서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해요. 객관적으로 양쪽 이야기를 들어봤으면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초반에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모든 상황을 오픈해요. 현장에서도 사전 동의를 많이 구하는 편이고요. 빠르게 잘 찍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웃음) 배우 분들은 항상 준비를 잘 해주셔서 외부상황이나 대사 NG가 아니고는 촬영을 멈추는 일이 없어요. 배우 분들이 성실하게 준비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해외보다는 국내에서 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해외 영화제에서 많은 분들이 제의를 주었지만 내실을 다져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차기작 <유령사진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하우스 호러 스타일의 작품으로 다시 한 번 장르 스페셜리스트의 면모를 뽐낼 예정이다.

 

감사하게도 영화를 가면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내실을 다지고 싶어요. 기회가 오면 가는 게 맞겠지만 당장은 먼 해외 계획보단 국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첫 번째라 생각합니다.

 

<유령사진전>은 다시 상업영화 예산으로 준비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준비한 하우스 호러 스타일의 영화입니다. <헌티드 힐>을 현대식으로 변환시켰는데 사진 속 귀신이 튀어나와 사진을 보는 사람을 사진에 넣어 박제시킨다는 이야기입니다. 1월에는 <아경: 죽음의 택시> 후속편이 개봉 예정입니다. 전편에서 실종된 탐사팀을 유튜버 학생들이 취재하려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지금 막바지 후반 작업 중입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꾸준히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명확한 꿈을 말했다. <월하>를 통해 양준일의 팬임을 드러낸 오인천 감독은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3> 양준일 편을 보고 감동에 눈물을 흘렸다고. 후대에 자신을 매우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으로 기억해주었으면 한다는 말에서 영화 매니아 오인천의 순수한 열정과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3>를) 눈물을 흘리면서 보았어요.(웃음) 양준일 님이 큰 주목을 받고 국내에서 팬미팅도 하신다는 기사를 보니 오랜 팬으로서 정말 뿌듯하고 저 말고도 기뻐해줄 팬이 많다는 사실이 좋더라고요. 만약 후대에 누군가 절 기억해 주신다면 '영화를 매우 좋아했던 사람이었구나, 영화에 미친 놈이었구나'라는 한 마디로라도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창작하시는 모든 분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만들고 싶은 작품을 꾸준하게, 하다못해 스마트폰으로라도 만들고 싶어요. 꾸준히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고 예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지만 그 유무는 관객 분들이 선택하시는 거니 저는 순수하게 만들고 싶은 걸 만들고 싶어요. 데뷔할 때부터 목표였고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단기간에 많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글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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