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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세젤이맘 Jan 19. 2022

나의 인생 책이 가르쳐 준 것



당신의 인생 책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몇 권의 책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지만, 그중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고르라 하면 주저 없이 이 책을 고를 것이다. 


2013년에 1쇄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총 138쇄를 찍고 2판까지 나온 책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친구에게 자신 있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사람 안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을 향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바로 이 유명한 광고 카피를 만든 박웅현 작가님의 '여덟 단어' 다. 


여덟 단어는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는 부제에 맞게 삶을 살아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태도에 대해 총 8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해준다.


내가 책을 고를 때는 좀 더 알고 싶어서, 좀 더 깨닫고 싶어서, 불안하고 부정적인 마음 상태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이야기가 하고 싶을 때,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싶을 때 등등 그때그때 나의 상황에 맞는 이유에 따라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책이 어떤 책일까 고심한다. 이 책은 이 모든 것을 거의 완벽하게 충족시켜 준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책이 전해주는 메시지 중 가장 가슴속 깊이 박힌 내용은 '현재를 즐겨라' '이 순간을 온전히 즐겨라' 다. 


우리는 항상 미래를 위해 산다. 내일 있을 회의를 준비하고 앞으로 추진할 업무에 대한 보고서를 만든다. 주말이 되면 일주일 동안 가족들이 먹을 음식 준비를 위해 마트에 간다. 다음날 아이가 가져가야 할 학교 준비물을 챙기고, 둘째 예방접종일을 체크한다. 학생들은 앞으로 다가 올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한다. 


계획적이고 효율적인 걸 좋아하는 나는 시간을 쪼개 쓸 정도로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새벽 기상을 시작했다. 퇴근 후에도 빨리 잠자리에 들기 위해 서둘러 아이들을 씻기고 저녁을 먹인다. 좀 더 놀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너그러운 엄마가 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빨리빨리, 이러다 늦는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항상 바쁜 엄마다. 


큰애가 6살 무렵, 출근길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큰애를 거의 둘러업고 욕실로 데리고 가 세수를 씻기는데 아이가 울먹이며 물었다. 


' 엄마, 근데 왜 빨리 해야 해?'


출근시간이라는 압박 속에서 아이를 챙겨 어린이집에 데려가야 하는 엄마는 당연히 빨리 해야 한다. 그러나 6살 아이는 왜 빨리 일어나고 양치를 왜 빨리빨리 해야 하는지, 왜 밥을 빨리빨리 먹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9시라는 약속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뻔한 말로 대답을 해줬지만 6살 아이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아이에게는 빨리빨리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더 자고 싶고, 밥도 천천히 먹고 싶어 한다. 궁금한 게 많아 질문도 많고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지만 엄마는 항상 뭐가 바쁜지 건성으로 듣고 대답하기 일쑤다. 


현재, 지금 이 순간을 항상 놓치고 있었다. 

가족들과의 시간뿐 아니라, 회사에서도, 여행을 가서도 항상 다음 업무, 다음 목적지를 염두해 두고 시간을 체크하면서 계획한 일정을 소화하기 바빴다. 


박웅현 작가님은 '개처럼 살자'라고 했다.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 치기를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밥을 먹을 때는 오로지 밥과 밥을 먹는 나만 있는 것처럼, 잠을 잘 때는 머릿속에 잡생각들을 날려버리고 노곤 노곤한 몸을 이불속의 안락함에 맡긴 채 그대로 몸과 정신이 흘러가게 두면 된다. 점심을 먹으면서 저녁 메뉴를 걱정하고, 잠자리에 들면서는 내일 있을 보고회, 아침식사 메뉴는 뭘로 할지 생각하느라 따뜻하고 편안한 침대와 나를 100% 느끼지 못한다. 


심리학 박사 김경일 교수님은 여행에서 돌아온 날, 정리할 짐이 한가득인데 너무 피곤한 경우, 그럼에도 짐 정리를 먼저 하고 쉬는  사람과 일단 쉬고 나서 짐 정리는 천천히 하는 사람 중에 후자의 경우가 행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물론 나는 전자다. 짐 정리를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머릿속에는 거실에 널브러져 있는 짐들 생각로 가득 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성격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거실에 쌓여있는 짐은 생각하지 않고 지칠 대로 지친 몸을 그대로 침대에 눕혀 온몸의 근육들이 이완되고 몸에 힘이 풀리는 그 편안하고 안락함의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내가 갖지 못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순간의 행복을 느끼는 능력, 그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 말이다. 


현재, 지금 이 순간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흘러가는 시간을 잡으려고만 했지 정작 즐길 줄은 몰랐었다. 즐기지 못한 시간들은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줄줄이 흩어져버렸다. 여덞단어는 시간을 잡고 싶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최고의 방법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인생이 내 뜻대로, 내가 계획한 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크게 낙심했다. 그게 중요한 사건이건,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 사소한 일이건 간에 내가 계획한 시간과 틀 안에서 벗어나는 것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 스트레스는 특히 가족들과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이렇게 해야지~ 그렇게 했어야지~ 지금 해야지~ 

VS

안 하면 어때.. 지금 안 해도 돼.. 조금 늦어도 돼.. 다음에 하면 되지.. 


처음 문장들은 남편에게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고, 남편은 아래 문장의 말들을 많이 하는 편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은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방법도,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너무 달랐다. 걱정과 근심이 많은 나에 비해 남편은 느긋했고, 여유가 있었고 긍정적이었다. 


조급함 속에서 허덕이던 중 이 책에 소개된 보왕삼매론 읽게 되었는데  어둡고 깊었던 나의 내면이 쩍 갈라지면서 밝은 빛으로 서서히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보왕삼매론 (도솔산 선운사)

1.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2.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3.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4. 수행하는데 마(魔) 없기를 바라지 마라
5.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6.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마라
7.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마라
8.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마라
9.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
10.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



나는 그동안 허리 높이밖에 오지 않는 물속에서 빠져 죽지 않으려고 허우적대고 있었다. 허우적거림을 멈춰도 물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물속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았던  땅이 아주 가까이에 있고, 그 땅을 딛고 일어서기만 하면 나는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호흡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왕삼매론이 깨닫게 해 주었다. 

그냥 바라지 마라....

우리는 매일매일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마주하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 중에 오로지 하나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내가 지나친, 가보지 못한 선택으로 만들어진 인생이 황금빛일지, 잿빛 일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며 내가 선택한 길이 최선의 선택인지도 아무도 모른다. 

인간으로 태어나 완벽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지 않으니 병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고, 길고 긴 80여 년 시간 동안 아무런 걱정과 근심 없이 무탈하게 한평생 살아가는 사람도 없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불완전한 인간이 앞으로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수많은 선택 중에 하나가 완벽한, 최선의 선택이 되길 바라는 게 맞을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삶에 안달복달하지 않는 삶, 불확실성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즐길 줄 아는 삶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가끔은 손해 보는 것도 괜찮고 차선의 선택이어도 괜찮을 건데 악착같이 최고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는지, 잡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또는 내 것이 아닌 것을 잡으려고 주변 사람들까지 옭아매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했다. 

모든 인생에서 최선만을 선택할 수는 없다. 실수도 하고, 넘어져도 괜찮다. 기필을 버리고 한 번쯤 주저앉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앞에 주어진 전인미답의 인생을 즐겨보는 것,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실수에 휘둘리지  말아 보는 것, 어쩌면 이것이 더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나에게는 이것들이 확실하게 더 어려운 것이 맞다. 그럴 때마다 여덟 단어의 보왕삼매론을 떠올리며 주문처럼 되뇌게 된 말이 있다. 

그냥 바라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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