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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두나 Feb 19. 2020

너무 서운해하지 않았으면...

임신, 출산을 앞둔 예비 워킹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아니, 임신 계획이 있거나 임신을 하게 되면 빨리 이야기해달라고 하는 게 그렇게 문제가 되는 말인가요? 도통 이해할 수가 없네."


어느 날 팀장과 1:1 미팅을 하는데 팀장이 다른 팀원의 이야기를 하면서 씩씩거렸다. 그의 이야기인 즉, 30대 중반에 몇 개월 전 결혼 한 다른 팀원에게 앞으로의 일정과 업무 역할 이야기를 하면서 혹시 임신을 하게 되면 업무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니 가능한 한 빨리 말해달라고 했는데 해당 직원이 발끈하면서 대답했다고 한다.


"그런 발언 조심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어떻게 보면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받여 들여질 수도 있는 문제라구요."


팀장 자신은 순수하게 팀의 운영에 필요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알려달라고 한 것뿐인데 갑작스러운 팀원의 부정적 반응에 너무 당황스럽고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나는 팀장과 그 팀원의 반응 모두가 이해가 됐다.


사실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것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팀장은 미혼+독신주의를 외치는 사람이라서 임신에 대한 이해나 공감대가 많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단지 팀원의 신상에 변화가 생기거나 공백이 있게 되면 팀 내 업무 조정을 다시 해야 하니 그 시점을 가능한 한 빨리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질문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많이 당황스러운 질문일 수도 있다. 왜냐면 임신 이후에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능성들이 두렵기 때문이다. 임신으로 인한 업무 소외, 원하지 않는 업무 전환, 휴직 기간 동안 나의 존재감이 희미해질 것 같은 두려움, 복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등등... 게다가 그 팀원은 안타깝지만 팀장과 종종 부딪히고 한 달 가까이 대화를 하지 않는 등 누가 봐도 문제가 많은 사이였다. 그런 상황에서 팀장이 임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니 자신에 대한 공격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나 역시 임신해 있는 기간 동안 여러 가지 불합리한 환경이 나를 감싸고 있다고 느꼈고 그 당시의 팀장에게 서운한 부분이 많았다. 승진에서 누락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아무런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고 이후에도 어떤 위로의 말이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피드백을 듣지 못했다. 



'왜 아무런 조언도 말도 해 주지 않는 거지? 그냥 이렇게 출산하고 나면 복직하지 말고 나가라는 건가? 아니면 나를 다른 팀으로 보내려는 걸까?' 


수많은 질문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출산을 하기 전까지의 회사생활은 하나도 즐겁지가 않았다.


그런 시기가 지나 출산을 했고,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내가 그동안 해 왔던 직장생활을 되돌아보았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걱정을 아무리 해도 나의 환경이나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내가 서운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나의 상황에 대해서 상대가 전혀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타인의 상황과 감정 등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공감해주기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팀장은 팀을 관리하여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때문에 팀에 공백이 생길 경우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직원 한 명이 휴직하는 동안 그 업무를 다른 사람들에게 배분할 것인지, 대체인력을 채용할 것인지, 그 사람이 담당하는 기획성 업무는 당분간 멈추고 루틴한 업무만 다른 팀원에 의해서 유지되도록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은 팀장의 몫이다. 그리고 그 대안에는 그 팀원이 휴직 이후 돌아오지 않을 경우의 리스크도 모두 포함되어 있다. 만약 그런 부분을 충분히 생각해놓지 않는다면 팀이 원활히 움직일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는 팀장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는 것이다.


임신, 출산을 앞둔 예비 워킹맘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입장이 고려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리고 제도적으로 충분히 자신의 공백이 보완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불만과 감정만으로는 변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걱정하고, 배려받지 못하는 처지에 상처 받기보다는 가 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나은 것을 찾아서 행동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그래서 나의 상황과 감정,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정리해 보았다. 


상황 : 승진이 되지 않았다

나의 감정 : 회사에서 내가 인정받지 못한 느낌이다. 출산 이후 복직한다고 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나의 역할이 축소될 것 같아 두렵다. 그리고 복직 시기가 승진 가능 시기가 맞지 않아서 총 3년은 승진에서 밀리게 된다. 승진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3년이나 늦어진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행동>

1안: 승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 복직해서 때를 기다린다. 계획보다 1~2년 늦어지긴 하겠지만 결국 그 회사에서 기회가 다시 올 것이니 묵묵히 내 할 일을 하면서 기다린다. 

2안: 회사가 그 회사만 있는 것은 아니니 이직을 택한다. 승진 여부와 상관없이 대학원을 마치면 경력개발을 위해 타 조직으로 이동을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순혈주의를 주장하는 회사에서 경력직인 내가 오래 있어봤자 상황이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내가 결국 택한 것은 2안이었고 그 결과에 대해서 충분히 만족한다. 물론 사람마다 다른 대안이 있고 각자의 상황에 따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선택을 하는 데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했던 언행이나 팀의 상황 등은 크게 고려사항이 되지 않았다. 결국 내가 걱정하고 기분 나빠했던 것들은 나의 행동과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불안감은 보통 부정적인 감정을 함께 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다. 나의 이런 불안감을 헤아려주지 않는 사람들의 언행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내가 계획하거나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좌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나의 사회생활이나 경력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팀장이나 다른 팀원이 나의 상황을 고려해주지 않음에 서운해하고 그 서운한 감정을 그대로 표출해도 결국 상대방은 나에 대해 이해하기는커녕 오히려 나를 감정적이고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복직 이후 내 상황은 오히려 악화될 수도 있다.


혹시 임신, 출산 이후의 삶에 대해서 불안해하거나 그로 인해 상사나 동료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끼는 예비 워킹맘이라면 그럼 걱정과 감정은 잠시 덮어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출산을 하면 더욱 중요한 일들이 많다. 나의 생각과 감정은 내 아이에게 쏟아붓기에도 부족한 시기가 온다. 나의 인생을 이해해 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서운해하는 것보다 좀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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