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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혁 delivan Jan 03. 2021

[회고] 나는 어떤 2020년을 살았나

2021년은 어떻게 살 것 인가

일(직업)

2020년은 일 관련해서 변화가 많은 해였다. 그동안 평범한 개발자였다가 2020년이 되자마자 다니고 있었던 회사인 구름에서 제품, 그로스 매니저 역할을 자처했다. 책 <인스파이어드>의 영향을 받아 이전에 없던 제품팀을 구성해 3개월간 이끌었고, 이후엔 책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의 영향을 받아 그로스 팀을 구성해 다시 3개월간 이끌었다. '누구나 매니저가 될 수 있다는 대표님의 가치관 + 책 내용을 현실에 적용해보고 싶은 욕구'가 합쳐져 짧은 기간 동안 2개의 팀을 매니징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돌이켜보면 매니저 업무보다 개발 업무를 좀 더 한 것 같지만 팀의 목표와 방향 설정, 효율적인 회의 진행, 고객과 잘 대화하는 방법 등에 대한 고민을 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구름에서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


7월쯤 구름을 떠나면서 그로스 컨설팅 회사인 마켓핏랩(HKG 팀)에 파트타임으로 조인했다. 사실은 풀타임과 파트타임을 동시에 해보고 싶다는 욕심과 두 회사 대표님의 배려로 4월부터 3개월간 같이 하다가 몸이 너무 힘들어서 풀타임을 그만뒀다.(??)


HKG 팀에선 데이터 분석, 마케팅 자동화 도구들을 셋팅하고, A/B 테스트를 설계하고, 데이터 정밀성을 체크하는 업무를 주로 했다. HKG는 클라이언트의 제품과 사업 검증 및 성장을 전방위로 돕는 팀이기 때문에 일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위 사이클을 준비하고 경험하는 걸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클라이언트사 의사 결정권자와 그의 직원, HKG 팀 동료)들과 어떻게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행해보는 과정에서 더 많은 걸 배웠다. 예를 들면 이런 맥락을 가진 사람에겐 이런 톤 앤 매너로 커뮤니케이션 하기,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때 이러한 근거 기반의 주장을 하기 같은 것들이다. 특히 매주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폴(마켓핏랩 대표님)의 말과 행동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7개월간 그로스 고수님들과 즐겁게 일했다. 지금은 그 무섭다는 창업병(창업을 해보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병..)에 걸려서 HKG 일을 쉬고 내 제품을 만드는 중이다. 수입이 없는 삶을 살고 있자니 내심 불안하긴 하지만, 지금만큼 창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없겠다 싶었다. 일하러 다시 돌아오는 건 언제나 환영이라는 HKG 팀원들과 대표님 덕분에 사실 그렇게 불안하지도 않다. 어쨌든 나는 당장 해야 할 일을 하고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HKG 벌써 그립다ㅠ


사이드 프로젝트   

1. 더히트 - 여깄다, 내가 찾던 서비스

내가 걸린 창업병의 원인은 바로 이 녀석이다. "여깄다, 내가 찾던 서비스"라는 카피에서 알 수 있듯이 더히트는 유용하고 흥미로운 서비스들을 찾고 홍보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6월에 처음 배포를 했고, 9월부터 인스타 콘텐츠를 시작했고, 2번의 비전 변경이 있었다. 아직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MVP 단계이고 이렇다 할 성과는 없지만, 최근 더히트에 자발적으로 서비스를 올리는 사람이 생겨서 기뻤다. 


자기 서비스를 올리는 사람에게 더히트가 매력적인 플랫폼이려면 당연히 서비스를 소비하는 사용자가 많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더히트에서 서비스를 찾고 소비하는 유저들에게 어떻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제품 개선과 시장 검증에 더 속도를 붙여서 더히트가 궁극적으로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게 제일 이루고 싶은 목표다.

서비스들의 서비스, 더히트!


2. 집에서와인 - 와인, 비싸지 않아요

가장 최근에 시작한 프로젝트이자 가장 빨리 손을 놓은 프로젝트다. 집에서와인은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매달 집으로 배송시켜주는 서비스인데, 실제로 완전히 동작하는 서비스를 만든 건 아니고 사람들이 가치를 느낄만한지 테스트해보는 프리토타이핑 단계에 있다. 


처음에 와인을 잘 아는 분 1명 + 나를 포함해 와인 잘 모르는 2명, 이렇게 3명이 모여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와인 잘 아는 분 1분이 개인 사정으로 프로젝트에서 빠지게 되면서 이걸 아이디어를 실행하고자 하는 동기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와인에 대해 잘 알고, 와인을 대중화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분을 찾아야 다시 불이 붙을 것 같다(관심 있는 분 연락 주세요!).

와잘알 찾아요!


3. 북스타그램 

프로젝트라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팔로워 수도 작고 콘텐츠도 많이 없지만 나에겐 나름 새로운 시도였다. 풀타임 일을 할 땐 독서를 짬 내서라도 열심히 하다가 막상 퇴사를 하니 독서를 안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해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목표는 매일 책 1시간 이상 읽고 한 챕터를 요약한 콘텐츠를 올리는 것이다. 2달간 귀엽게 팔로워 100명을 만들어 놓고 우선순위에 밀려 손을 놓은 상태다. 1월 내로 북스타그램이 됐든 블로그가 됐든 다시 책 관련 콘텐츠를 시작하는 게 올해 첫 목표다.


독서 & 글쓰기

책은 읽을 때마다 기록해놓진 않아서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30권 정도 읽은 것 같다. 매주 1권을 읽기로 했던 2020년 목표에 비하면(총 52권) 한참 못 미쳤다는 걸 회고하면서 알게 됐다. 권수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얼만큼 독서에 소홀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기록을 해놓는 게 좋은 것 같다. 이제는 독서 모임이 아니어도 꾸준히 독서할 것 하겠지만 한계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독서 모임(코로나 관련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을 만들어 지속할 생각이다.


정혁이가 뽑은 2020년 최고의 책은~ 바로 <팩트풀니스>~!!!! 이 책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하는지를 알려준 책이다. 2021년에도 꼭 재독 할 것이다. 안타깝게 후보에서 고배를 마신 책들은 <콘텐츠의 미래>, <초집중>,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폴리매스> 다.

대상 축하드려요~


글은 브런치에 15개를 발행했고, 페이스북에 40개 정도, 인스타그램에 카드 형태로 31개 포스팅했다. 처음엔 블로그 하나에 모든 글을 쓰려고 했는데, 글의 목적과 형태에 따라 플랫폼을 다르게 가져가는 게 적절한 독자층을 타겟하는 데에 더 맞는 것 같다. 19년엔 열심히 글을 썼던 개발 블로그에 20년엔 하나도 안 쓴 게 좀 아쉽다. 그래도 예전에 썼던 글 덕분에 방문자가 꽤 유지되고 있어서 신기했다. 올해에는 개발 블로그에 그동안 배운 개발 지식과 그로스 관련 글을 올릴 생각이다.


운동   

1. 러닝 

5km 마라톤 출전 목표를 가지고 꽤 꾸준히 했었는데,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거의 못했다. 아니, 못했다기 보단 안 한 거에 더 가깝다. 그래도 러닝을 통해 운동의 중요성과 효과를 많이 알게 됐고, 홈 피트니스를 꾸준히 하는데에 영향을 주었다.


2. 피트니스

8월부터 헬스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꾸준히 30분 ~ 1시간 정도 맨몸, 덤벨 운동을 하고 있다. 기록을 안 해놔서 얼마나 했는지는 모르겠다(운동도 기록하자!). 적어도 이틀에 한 번 꼴로는 한 것 같다. 피트니스 열심히 하시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지만, 몸에 근육이 붙은 게 보여서 뿌듯하다. 올해에도 다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목표다.


3. 요가

11월에 요가 선생님 지인에게 추천받아 아쉬탕가 요가를 시작했다. 다른 요가에 비해 역동적이고 빡센 편인데, 그래서 근육을 단단히 하는데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유튜브에 10주짜리 훈련 영상이 있는데 내겐 아직 어려워서 2주 차에 머물러 있다. 시작한 지 2달이 채 안됐지만, 유연성이 아주 조금 늘었고 특히 요가는 호흡법을 중요시 여겨서 호흡을 의식적으로 잘하려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도 역시 피트니스와 번갈아가면서 꾸준히 해야겠다.

영상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EE9AnSsd40E


커뮤니티/모임   

라이프 & 창업: 논스

독서 & 글쓰기: 씽큐베이션 - 웅벤져스, 한달

영어: 딥 컬쳐, YC Startup School 뿌시기

그 외: 넷플연가 - 사이드 프로젝트, 프롬 - UX/UI 스터디, 힙해질 담당자들의 비밀, APE 등

'2020년엔 모임 활동 많이 해야지!' 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종종 브레이크가 걸렸다. 다행인 건 지금 살고 있는 쉐어하우스 & 커뮤니티인 논스에 들어오고 나서 그 걱정이 많이 줄었다. 여기엔 다양한 분야의 열정적이고 훌륭한 분들이 같은 집 혹은 도보 5분 내 거리에 함께 살고 있어 쉽게 모임을 만들고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스엔 7월에 입주하고 나서 지금까지 너무 잘 지내고 있고 큰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여기에 계속 머물 것 같다. 훌륭한 사람들이 많은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올해는 여기 안에서 더 여러 가지 모임들을 시도해 볼 생각이다(물론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키는 선에서!!).

빨리 코로나 풀려라ㅠㅠ


취미   

1. 요리

퇴사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자연스레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거창하게 뭔가를 배우는 건 아니고 '이왕 밥 먹는 거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가면서 먹자' 정도로 레시피 찾아서 따라 만들어보고 있다. 가장 많이 해봤고 자신 있는 요리는 토마토 파스타고 도전해보고 싶은 요리는 잡채, 갈비, 수비드 토마호크 스테이크, 닭볶음탕이다. 최근엔 처음으로 지인에게 미역국을 끓여줬었는데 맛있게 먹어줘서 뿌듯했다. 


요즘 제일 자주 해 먹는 건 와플과 크로플이다. 예전에 와플 전문 카페에서 일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홀린 듯이 와플 기계랑 반죽 가루(무려 10kg...)를 구입했고 거의 하루에 한 번 꼴로 먹고 있다. 논스 4호점에 놀러 오는 분들에게 대접하고 있는데 다들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요즘은 더 맛있는 와플 반죽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고 있다ㅎㅎ

사진 보니까 또 먹고 싶당


2. 미디 작곡

대학교 3학년 때 휴학하고 한창 방황하던 시절에 음악 공부를 짧게 했었다. 잠깐 작곡가 & 래퍼를 꿈꿨다가 군대를 다녀오고 다시 마음이 바뀌어 개발자가 되는 데에 집중했다. 그래도 여전히 내 음악을 만들고 좋은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는 꿈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언젠간 다시 음악을 배우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읽은 <폴리매스>라는 책에서 성공한 사람들 중 몇몇 사람들은 훌륭한 음악가이기도 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어 홀린 듯이 미디 작곡 영상 콘텐츠를 결제했다. 결과적으로는 만족하며 배우는 중이다. 예전에 잠깐 음악을 배울 때에 비해 더 저렴한 장비와 좋은 콘텐츠로 배울 수 있어서 시작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 이제 재미와 동기를 잃지 않고 꾸준히 음악을 만들어 보는 일만 남았다.

기리보이 형, 잘 부탁해요


2021년에 뿌셔버릴(?) 목표, 액션 아이템 정리   

- 더히트 1000명의 찐 고객 만들기, 수익 창출 모델 만들기

- 책 50권 이상 읽기 - 주당 15시간 이상의 독서 시간 확보, 독서 기록 남기기

- 글 100개 이상 쓰기 - 짧은 글이라도 주당 2편 이상의 글 쓰고 발행하기, 개인 블로그 살리기

- 매일 피트니스/요가 30분 ~ 1시간 하기, 운동 기록 남기기

- 논스에서 주도적으로 모임 만들기, 특히 독서 모임 - 코로나 조심!

- 잡채, 갈비, 토마호크 스테이크, 닭볶음탕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기

- 나만의 비밀 와플 레시피 3개 만들기 - 10kg짜리 와플 가루 다 써버리기!

- 내 첫 믹스테입 만들어서 사운드 클라우드와 유튜브에 올리기

+ 추가

- 그랩이랑 재밌는 거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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