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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리따 Mar 08. 2023

제 각각의 역할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연결하라는 말을 들었지요. 보고 듣는 모든 것을 연결하는 연습을 하면 글쓰기 실력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오전에 글을 쓰는 저는 오늘은 수업을 듣는다고 쓰지 못했지요. 어제 일로 글쓰기를 하려다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연습하기로 변경했습니다. 


제가 앉아있는 이곳 책상에서 정면을 보면 노트북이 보입니다. 그 오른쪽에는 아로마 오일이 들어있는 병이 있어요.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감정오일테라피 수업을 들었어요. 이른 새벽으로 기억을 합니다. 강사의 둘째 아이가 일어나서 엄마에게로 와서 "엄마, 저 이것도 만들었어요." "엄마, 미용실 놀이해요"라고 말한 것이 떠오르네요. 오일 테라피 이야기는 들어서 한 번은 들어야겠다 생각했는데 그게 이때였습니다. 


총 열 가지의 아로마 향을 택배로 보내주었습니다. 뚜껑에는 아로마의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 봐도 모릅니다. 그래서 택배 받자마자 고대로 보관해 두었지요. 수업 시간에 꺼내려고요. 하나하나씩 설명을 해 주었어요. 스트레스받을 때, 잠 못 자서 피곤할 때, 무기력해졌을 때,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을 때 등등 받아 적었습니다. 제대로 활용을 하려면 내 몸과 마음 상태를 알고 거기에 맞는 향을 뿌려야 합니다. 


향을 맡고 좋다고 생각한 향은 계속가지 않습니다. 내 상황 즉, 정신적 신체적 심적 상태에 따라 좋은 향과 별로인 향으로 나눠져요. 좋아하는 향 두세 가지를 선택해 스프레이 형태의 병에 몇 방울 떨어뜨립니다. 다 쓸 때까지 수시로 뿌려주면 도움이 된다고 했어요. 


잠을 못 이루는 날에는 시트러스 블리스 향을 맡습니다. 초고를 쓰고 나서 여름 방학일 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었죠. 그때는 엘리베이션을 뿌렸습니다. 하반기에 일을 연달아할 때는 밸런스를 뿌렸습니다. 이렇게 제 상태에 따라 아로마를 찾았습니다. 


 


고개를 왼쪽 아래로 내리니 다이어리가 보입니다. 형광펜과 여섯 가지 색으로 기록해 놓았네요. 어제는 초록색(사회적 관계) 형관펜이 칠해져 있는 게 보입니다. 저는 자기 계발, 일, 일을 위한 공부, 집안일, 육아, 사람들과의 관계, sns 하는 시간을 색으로 정해놓았습니다. 계획할 때도, 실제 보낸 시간을 기록할 때도 정해 놓은 펜을 사용합니다. 다양한 색깔로 적어 두었기 때문에 한눈에 어디에 어떤 일을 했는지 파악할 수 있어요. 누군가는 화려하다고 하지만 균형 있는 하루를 보내기에는 색으로 구분해 놓는 일만큼 도움 되는 건 없었어요.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하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투두리스트만 쓴 적도 있고요, 리스트 옆에 얼마 동안 할 것인지 적어 놓은 적도 있어요. 한눈에 파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T자형으로 글 왼쪽은 계획, 오른쪽은 보낸 하루를 적고 있어요. 


이렇게 작성하는 다이어리, 다양한 형광펜과 펜을 사용해 기록한 다이어리는 시간을 내가 계획하고 살기 위한 노력을 담고 있는 하나의 방식이고 도구입니다. 


고개를 들어 왼쪽으로 돌렸습니다. 책이 보입니다. 글 쓸 때 다르게 쓰려 참고할 때 보는 책, 필사책 두 권, 한자 쓰기 책, 예쁜 글씨 쓰기 연습하는 책, 읽고 있는 책이 꽂혀 있습니다. 저의 목적에 맞게 책을 활용하고 있어요. 


필사 책은 주로 새벽에 꺼냅니다. 책상에 앉아 첫 번째 하는 일이 사자소학과 대장경 필사입니다. 사자소학은 이제 몇 장 남지 않았습니다. 간혹 저의 가치관과 달라 필사하고 나서도 계속 생각할 때도 있지만 '역시 고전은 고전이구나'를 알게 해 준 책입니다. 대장경은 이제 한 달쯤 되어가는데 한 권 끝나고 나서도 단어 설명과 필사를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매일 나오는 책과 그렇지 않은 책으로도 구분이 되네요. '그래, 해 보자!' 하며 시작한 책 중 꽂혀 있기만 한 책도 있고요, 필사나 읽기처럼 매일 제 손이 닿는 책도 있습니다. 


아로마도, 형광펜과 펜 그리고 책은 제 각각 역할이 있습니다. 아로마는 심신의 안정을, 형광펜과 펜은 삶의 균형을, 책은 일기 쓰기 그리고 도움의 일을 하고 있지요. 그럼 저는 어떤 역할이 있을까요.


 저는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종이책 두 권, 전자책 두 권을 출간했지요. 책뿐만 아니라 브런치, 블로그를 통해서 일상의 이야기를 남기기도 합니다. 

글쓰기 책 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코치이기도 합니다. 제가 21년 1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이 년 정도 먼저 쓴 사람이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강사이기도 합니다. 글쓰기 책 쓰기도 하지만 다이어리 작성법에 대해서 알려드리고 있어요. 그동안 쓰면서 겪은 이야기 그렇게 만든 저의 가치관을 나누고 있습니다. 

모임을 운영합니다. 다이어리를 꾸준하게 쓰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쓰고 있어요. 책의 목차에 핵심 내용을 적는 독서 모임의 리더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역할도 합니다. 엄마가 되고 나서 경력이 중단된 엄마들이 공부하고 자기계발하는 데 도움을 주고요, 아이의 메타인지를 높이기 위한 학습법을 엄마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엄마, 아내, 딸, 며느리, 이웃집 엄마, 친구, 학교 선후배 등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상담을 하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과는 여행도 가고요, 육아가 힘든 엄마에게는 도움 되는 말을 건네고요, 책 읽는 방법에 대해 문의가 오면 소개해줍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일까요, 경험이 많아져서일까요. 직업, 역할에서도 한 가지 정도씩의 일만 했다면 지금은 손가락을 접어가며 말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하고요. 아로마, 형광펜과 펜, 책이 저를 안정을 찾아주고, 균형을 잡게 해 주고, 삶의 깊이를 더해 줬습니다. 제가 도움을 받았듯 저도 타인에게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지요. 지금처럼 하루를 충실하게 쌓아가야겠습니다. 저의 역할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 내밀어 힘을 주어야겠습니다.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 그래서 더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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