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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다시 Jan 11. 2023

나이 드는 것, 늙어 가는 것

<나이 드는 것과 늙어가는 것>

우열회는 남편의 고등학교 동기들 모임이다. 졸업식이 끝나고 학교 주변에서 서성이던 친구들이 만나, 그 자리에서 바로 모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첫 모임엔 6명이던 회원이 시간이 흐르며 9명이 되었다. 친구의 친구까지 모임에 불러들여서 그렇게 되었단다.


우열회 회원들이 결혼하니 각자 아내가 생겼고 아이들이 태어났다. 아내와 아이들도 우열회 모임에 자연스럽게 참석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모임을 하면 공통 화젯거리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시간은 흘러 아이들은 학생이 되었다. 아이 엄마들은 아이들 뒷바라지로 우열회 모임은 뒤로 제쳐두었다. 아이 아빠들은 여전히 모임을 지속하며 우정을 이어갔다.


어느새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갔다. 아이 엄마들은 남편이 가는 우열회에 함께 하기를 원했다. 여자들이 마지막으로 우열회에 참석했던 때는 10년 전이었다. 여자들은 못본지 10년 만에 남편과 함께 우열회에 참석했다. 그게 작년 이맘때의 일이다.10년 만에 나도 우열회에 나갔다. 남자든 여자든 얼굴살은 탄력을 잃었고 주름살 그늘이 보였다. 그런데 세월의 흔적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전한 목소리와 성격으로 금새 예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찾아왔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듬직한 친구들이었다.


작년에 이어, 오늘도 우열회 모임을 했다. 작년엔 잠시나마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을 보았지만 오늘은 볼 수 없었다. 1년 전이지만, 내 뇌는 그들의 모습을 잘 인지시켰나 보다. 그런데 이번엔 새로운 것을 보았다. 1년 새에 많은 이들의 건강이 나빠져 있었다. 그중 나도 포함된다. 요즘 나와 같은 증상이 모든 여자들에게서 나타나고 있었다. 온 몸의 뼈마디에 통증이 있고 기운이 없었다. 나이 들면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이다.

..

이번 모임을 하며 나이가 든다는 것, 늙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을 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몸이 약해지니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젊은 시절 무턱대고 했던 많은 언행들은 당시엔 최선이라 믿었다. 지금 그 일과 직면한다면 같은 선택을 하지 않겠지만, 또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다. 당시의 '나'와 '상황'은 변함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땐 힘이 세었기에 용감했다.


나이가 들어가니 몸이 아프고 마음도 약해진다. 이는 축복이다. 인간은 누구나 말년과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 직전까지 젊음의 패기로 산다면 갑자기 찾아오는 죽음을 준비할 수 없을 것이다. 약해지기 때문에 죽음을 생각할 여유가 생긴다.


이번 우열회에서 '갑자기 죽은 사람들' 이야기를 했다. 아직은 회원들 모두 건강하지만 언젠가는 슬픈 소식을 들을 것이다. 누군가의 "30년은 더 살아야죠"라는 말에, 30년을 더 살 이가 이 중에서 얼마나 될까 의아해했다. "20년만 더 살아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 지 모르겠다. 이젠 정말로 세상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을 때이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다. 욕심 부리지 말고 내면을 호수의 물처럼 잔잔히 채워야겠다. 노년을 건강히 보내도록 제 2의 삶을 살아야겠다.


'기억의 뇌 과학'의 저자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는 '인지적 비축분'이 풍부하면, 치매 있어도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7-9시간 숙면과 매일 운동하기,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과 같이 평생을 학습하라고 한다. 과거로 플래시백 하는 것을 멈추고, 현재에 머무르는 연습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하는 연습을 하라고 한다. 모든 것을 기쁜 마음으로 하라고 한다. 명심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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