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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움직여야 사는 여자 Apr 25. 2020

경직된 나의 인생 풀어주기

"가치 있게 같이 움직이자"


”파워 포즈를 하면 내가 진짜 강한 사람이 된다.”

2012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세계적 사회심리학자 에이미 커디가 <사람의 몸이 마음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테드 강연에서 한 말이다. 파워 포즈란 자신의 몸을 거만스럽게 보일 정도의 큰 포즈를 취하는 걸 의미한다. 


나는 이 영상을 한 자리에서 10번 이상 반복해서 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파워 포즈에 관한 이론을 삶에 대입했다. 왜냐하면 나는 몸이 정말 아팠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최대의 위축 기였던 병이 발견되었을 때였다.


나는 어릴 때부터 움직임을 게을리할 수가 없는 무용 전공자이다. 대학에 가서도 늘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졸업 후에도 아이들과 학생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내 몸이 무기력하다거나 움직임이 귀찮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내 몸에 아주 큰 병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나서 내 인생에 최대 위기이자 위축기가 찾아왔다. 나는 완전히 달라졌다.      

”왜 나야?”     

나는 질문하고 또 질문했다. 끊임없는 그 물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렇게 절망하고 자포자기하는 날이 수십여 일.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냥 누워만 있고 싶었다. 어쩔 수 없이 수업할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바닥에 누워서 죽은 사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내 암 치료 주치의 선생님이 제안했다. 

“이제부터는 매일 꾸준히 몸을 움직여서 운동하셔야 해요. 그래야 활력을 찾을 수 있어요. 병을 이겨야 하잖아요.”


나는 그날부터 집 근처 산을 등산하기 시작했다. 산 정상까지 매일 오르락내리락하니 몸이 상쾌해졌다. 산꼭대기에 올라갈 때마다 나는 그곳에서 한참 동안 명상과 스트레칭을 했다. 가급적 움직임의 패턴을 만들어 적용해 보았다.      


그렇게 석 달 정도가 지났을까? 몸이 훨씬 가벼워지고 힘을 되찾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명상에 관한 책을 읽어가며 연구하고 공부했다. 

명상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고, 나만의 회복 스트레칭을 직접 개발하기도 했으며,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아침엔 늘 명상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나는 매일 같은 길로 다니지 않고, 다른 코스를 바꾸며 운동했다. 



그런 시간이 쌓여 2년이 흘렀다. 몸이 훨씬 좋아지고 움직임이 한결 편해졌다. 늘 아침이 기다려졌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내 몸의 변화다. 병은 점점 회복되어가고 있었고 나의 마음도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나는 효과적인 걷기에 많은 연구를 시작했다. 에이미 커디의 파워 포즈 이론을 나는 파워 걷기에 대입했다. 팔을 앞뒤로 크게 흔들면서 마치 공기를 칼로 가르듯이 날렵하고 힘 있게 걷는 방식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면 ‘내가 화가 나서 팔에 분풀이 하나보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팔을 힘차게 휘젓는 움직임이었다. 파워 걷기의 두 번째 포인트는 성큼성큼 발 보폭을 크게 하며 걷는 것이다. 힘 있게 걷다 보면 마치 내가 원더우먼이 된 듯한 느낌을 받으며 세상에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사실 나는 발레를 전공했지만, 나의 목표는 발레리나가 아니었다. 대학에 들어갈 때부터 나의 꿈은 무용과 교수였다. 

교수가 되기 위해 대학원을 가고 박사과정을 거치며 강의를 하고 커리어를 쌓던 도중에 결혼을 하게 됐다. 동시에 아이도 낳았다.      

출산으로 인한 몸의 변화는 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컸다. 몸무게가 48킬로에서 66킬로의 만삭이 되었으며, 아이를 낳은 후 몸무게는 64킬로였다.      

발레리나인 나는 그때 몸무게 눈금을 보면서 희로애락을 동시에 느꼈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출산 직후 나는 2주 만에 10킬로를 감량했다.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4주 후 강의를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그 시절에도 역시 위축된 나의 몸을 살린 것은 움직임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축복받아야 하고 인정받고 싶을 때가 언제일까? 결혼식이 아닐까? “     

사실 나는 시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한 채 결혼식을 올렸다. 내 삶의 첫 번째 위축 기는 아마 그때였던 것 같다.      

사람은 왜 옷을 예쁘게 입고 왜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며 왜 성형외과에 가며 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일까? 인정받고 싶어서이다. 나 자신에게 또는 타인에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가장 인정받고 싶었던 배우자의 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했다. 피가 끓던 젊은 시절에 겪은 일치 고는, 나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박살 난 엄청난 사건이었다.      

자존감은 몸의 상태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보통 자존감이 낮아지면 몸까지 위축되기 마련이다. 위축된 몸을 다시 원래의 상태나 그보다 더 나은 상태로 끌어올리려면 움직임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는 일어나면 매일 자신의 집인 아파트 34층에서 1층까지 걸어 내려간 후 다시 걸어 올라오는 것을 루틴으로 정해놓고 반복해서 움직이는 분이 있다.      

그분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기분이 좋은 날보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날이 계단을 걸어 올라왔을 때 더 상쾌해지고 즐거워요.”     

이 말은 몸을 움직여서 정신을 맑게 해 감정상태를 긍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내 몸에 거짓말하지 말자. 솔직하게 내 몸에 말을 걸자. 그래서 나는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다. 


”가치 있게 같이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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