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를 데리고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 상황이다. 비행기가 사고로 추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부모는 아이의 산소마스크를 먼저 착용시켜 주고 본인이 착용해야 할까? 아니면 본인이 먼저 착용하고 아이를 착용시켜줘야 할까? 재난상황에서는 언제나 어린이가 최우선 구출대상이다. 도덕적 중력은 우리를 아이를 먼저 챙기도록 밀어낸다. 그러나 정답은 부모가 먼저이다. 이는 누군가의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공식적인 기내 안전수칙이다.
왜 이런 수칙이 있는 걸까? 비행기가 추락하면 엄청난 기압차가 생기기 때문에 10초 안에 기절할 수도 있다. 훈련되지 않은 사람이 눈앞의 산소마스크를 재빨리 착용하기에도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다. 이때 아이를 먼저 챙겨주고 본인이 기절하면 아이는 부모의 마스크를 챙겨줄 수 있는 확률이 적다. 그럼 부모는 마스크도 못쓰고 기절한 상태로 충격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나 본인이 먼저 마스크를 쓰면 아이가 기절한다 해도 마스크를 씌워주고 충격에 대비하는 것도 도와줄 수 있다. 즉, 자신을 먼저 돕고 자신의 안위를 먼저 챙겨야 타인을 도울 수 있다. 자신이 무너지면 아무도 도울 수 없다.
세상은 원래 겁나 빡쌘 곳이고 가혹한 시험은 사정 봐주지 않고 찾아온다. 그 사람이 어리고 나약한지 혹은 충분히 강인한지, 자신을 믿고 지혜로운지 혹은 염세적이고 우매한 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풍파 속에서 타인을 도우려면 스스로가 바로 서야 한다. 진정한 도움은 강한 사람의 잉여력에서 나온다. 그래야 부담스럽지 않고 고맙다. 본인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이 도와준다고 해봤자 부담스럽기만 하다.
inspired by <빠른 손절이 답입니다. 결국은 내 인생만 병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