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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easureADD Feb 26. 2023

백지공포증은 병이 아니에요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다 보니 글쓰기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분들을 만나게 된다. ‘백지 공포증’이라는 말이 있다. 뭘 만들어보자고 씩씩하게 빈 공간을 펼쳐놓고 보니 막상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는 마음을 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단언컨대 그건 병이 아니다. 병이라고까지 높여 부르고 싶은 무력감 뒤의 진정한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목표와 자신의 거리를 알 수 없는데서 생겨나는 막막함이다.



두려움의 원인

사람이란 원래 시도해 볼 엄두도 안나는 과제를 보면 겁먹고 포기하기 마련이다. 글쓰기를 하던, 줄넘기를 하던 마찬가지이다. 수행평가 이후로 줄넘기를 처음 하는 사람에게 줄넘기 50개 연속으로 뛰기 같은 목표를 줘야지, 무턱대고 2단 뛰기, 3단 뛰기를 시키면 보통은 줄넘기를 싫어하고 무서워하게 될 것이다.


글쓰기에 처음 도전하는 분들은 보통 부적절한 과제의 형태를 떠올리고 포기하게 된다. 그 형태는 바로 ‘나만의 독창적인 작품’이다. 잊을만하면 ‘표절논란’이라는 제목으로 들썩이는 뉴스기사의 영향일까. 100% 나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지 않으면 아이디어를 도둑질하는 비겁한 사람라는 잘못된 프레임에 스스로 갇히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작품은 역사적으로 정말 희박하다. 좋든 싫든 우린 모두 모두에게 영향을 받는다. 가장 최근의 100% 독창적인 작품이라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정도나 꼽을 수 있다.



독창적인 작품이란

지금이나 예전이나 논문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은 기존의 다른 좋은 논문을 얼마나 많이 적절히 인용했는가로 판단한다. 인용을 했다는 건 결국 타인의 작업물을 학습해서 본인이 재가공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든 우리는 이런 행동을 표절이라고 하지 않는다. 상대성 이론은 그 독창성 때문에 역설적으로 독창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사장될뻔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은 똑같은 원재료를 전혀 다른 요리로 탈바꿈시키는 셰프의 그것처럼 접근해야 한다. 진흙으로 사람을 빚는 조물주를 흉내 내려고 하면 뱁새처럼 가랑이만 찢어진다. 즉, 좋은 글이란 기존의 좋은 재료들을 내 방식대로 얼마나 잘 조합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러니 처음에는 너무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려고 하지 말고 도움이 필요한 친구에게 무언가를 친절히 서술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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