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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쏟아낸 끝에 만난 하나님

by 하정

혜진은 요즘 마음이 불안했다. 심장은 두근두근. 혜진이 추구하는 것은 평온한 마음인데 최근 들어 여러 가지 일이 발생하면서 불안이 커졌다. 사실 어찌 보면 엄청나게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불안해할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단지 직장 업무는 불안의 하나일 뿐 여러 가지 사건과 그녀에게 닥친 일들. 주변 사람들이 건넨 말들이 혜진에게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혜진은 이것을 해결해야 했다. 그녀가 가장 참을 수 없는 게 바로 마음이 불편한 증상이니깐.


이럴 때 그녀가 쓰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마음속 말을 그대로 글로 옮기는 것이다. 혜진은 어떻게든 불편한 마음을 해결하고자 한글 빈파일을 띄어놓고 마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직장일로 스트레스 받았던 것. 누군가에게 들었던 기분 나쁜 말, 어떤 사건에 대한 상대방의 태도, 말 그리고 그런 사건으로 혜진이 받았던 스트레스, 감정 등등. 글로 토해내다 보니 한글파일 4장이 가득 찼다.

'내 마음이 이렇게 악으로 가득 찼구나.'

글의 대부분이 욕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불편한 마음을 계속 토해내다 보니 조금씩 불편함이 덜어지는 기분이다. 혜진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글을 쓰다보니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결국 인간은 죄인이구나. 이렇게 마음이 악하다니. 악한 마음을 안 가진 사람이 있을까?'

'왜 내 마음은 이렇게 악으로 가득 차 있는 걸까. 내가 쓴 글을 사람들이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인간이 다 그렇지 뭐~ 라며 이해할까 아니면 정말 더러운 마음을 가졌구나 할까.'


크리스천인 혜진은 또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교회를 다니면서 항상 든 의문은 인간은 왜 태어나는 걸까. 하나님은 인간을 왜 창조하시는 걸까? 였는데 글을 쓰다 보니 나이가 든다고 마음이 선해지는 것도 아니고 성숙해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단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한 가면을 쓰는 것 뿐이라는 생각까지. 과연 하나님께 가는 날에 내 마음은 정결할 수 있을까?'

혜진은 그렇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종교를 갖고 수행을 하고 고행을 하고 책을 읽고 여러 가지 행동을 하겠지. 이렇게 더러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


그러던 중 작년 즈음 성경 읽기를 통해 가깝게 만났던 하나님이 떠올랐다. 크리스천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하나님과 첫사랑 같은 시절 말이다. 항상 하나님과 동행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긴 하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교회를 다니며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고 그렇기에 하나님을 만난 순간이 크리스천들에겐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처음 하나님을 만나면 그 은혜에 눈물을 흘리고 감격하여 정말 열심히 성경 읽고, 예배드리고, 기도 하고, 선교도 가며 교회에 미친 사람처럼 푹 빠진다. 하지만 그런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으며 어느 순간 열정도 사라지고 말라비틀어진 메마른 마음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 어떤 고난의 시간이 찾아오고 그 시간의 여정 끝에 하나님을 다시 만나고 다시 하나님과 동행의 시간을 보낸다. 아마도 이런 반복이 믿음 생활이 아닐까?


어쨌든 혜진 역시 현재는 메마른 시기를 보내고 있다. 광야 같다고나 할까.

혜진은 거의 20년 전 처음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난 이후로 메마름, 만남, 메마름, 만남을 반복하고 있다. 보통은 고난이 크게 왔을 때 하나님을 만나기 쉽다. 그래서 고난이 축복이란 말도 있다.

혜진 역시 재작년쯤 메마른 시기에 엄청난 고난의 사건을 통해 하나님을 다시 만났다. 다시 만난 하나님과의 동행이 너무 좋아 매일 말씀 읽고 큐티를 했다. 그 시기에는 교회 가고 예배드리는 것도 어찌나 기쁘고 즐거운지.


그때 혜진은 깨달았다. 내 마음이 하나님과 멀어지면 교회 가는 게 도살장 끌려가듯 힘들지만 하나님과 가까울 때는 너무 기쁘다는 것을.


하지만 현재 혜진은 하나님과 아주 먼 시기다. 매일 주식창을 바라보며 단타로 몇 만 원이라도 벌어볼까 전전긍긍하고 시간이 남을 땐 유튜브 쇼츠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니 하나님이 들어올 틈이 없다. 그러다 온갖 악이 가득 찬 마음을 글로 토해내다 보니 마주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온갖 불만, 상대방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 찼던 글이 쓰다 보니 본인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하나님과 동행했던 2년 전 그때를 그리워하고 있는 마음을 마주하게 됐다.


'뭐야. 내 마음의 끝은 하나님을 다시 가까이 만나고 싶어 하는 거였구나'


불평불만을 토해냄의 끝이 하나님과의 만남 갈구라니. 참 아이러니다.

혜진은 2년 전 매일 성경 읽고 큐티하며 하나님과 동행했던 그 시절이 떠오르며 다시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로봇처럼 루틴으로 무미건조하게 큐티를 했다. 그전에는 큐티 채널을 틀어 놓고 주의 깊게 듣지 않아 내용도 잘 몰랐는데 오늘은 집중했다. 내용은 '물질에 집착하지 마라'였다. 요즘 주식창에 빠져있는 혜진에게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성경 채널을 틀었다. 집중해서 성경을 읽었다.

불안했던 마음이 완화되고 평온한 기분이다.


'그래. 인간의 삶은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어. 살다 보면 기분 나쁘고 억울한 일도 당할 수밖에 없지.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니깐. 그렇지만 그 시간을 하나님과 동행해서 살다 보면 견딜 수 있을 거야.'


혜진은 다시 2년 전처럼 성경을 매일 읽고 큐티에 집중하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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