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아이 방을 꾸며주기 위해 연차를 썼다.
5세 아이가 있으면 청소든 요리든 하기 힘들다. 옆에서 계속 "나도~ 나도~"를 외치며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오늘 배송 오기로 한 책장을 기다렸다.
아이는 책을 좋아한다. 책을 읽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집에 책이 넘쳐나는데 그걸 수납할 책장은 거의 없다. 그에 반해 남편과 나는 핸드폰과 일체가 되어 매일 핸드폰만 들여다보기 일쑤다. 이러다 아이의 독서습관이 사라질까 봐 얼마 전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렸다.
유튜브 영상을 들여다보기 전까지 가끔 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도통 책을 보지 않는다. 뇌는 이미 영상에 중독된 듯하다. 심각성을 느끼고 남편, 나, 아이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딱히 읽고 싶은 책이 없던 나는 겨우겨우 인테리어, 아이 방 꾸미기 책을 빌렸다. 집을 예쁘게 꾸미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데 인테리어가 잘 된 집은 부러웠다. 그렇게 책을 빌려 집에 놓으니 아이와 남편이 그 책을 읽었다.
<전 세계 아이들 방>에 관한 책이었는데 국가별로 아이 방 꾸며준 사진이 주를 이루는 책이었다. 남편은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며 마음에 드는 방을 골라보라고 했다. 아이는
"난 핑크핑크. 이 방처럼 꾸며줘."
아이는 분홍색으로 넘쳐나는 2층 침대가 있는 방을 선택했다.
'오 마이 갓. 저건 어려운데.'
딸아이가 원하는 방처럼 똑같이 해주긴 어렵지만 남편은 그때 이후로 세로로 길게 책을 수납할 수 있는 책장을 주문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지만 책을 100권 정도 꽂을 수 있었다.
이제는 아이 방에 들어갈 가로로 넓은 책장을 주문했다. 아이 방 벽지도 새로 바르기로 했다.
오늘은 그 책장이 오는 날이다. 남편은
"하은이 어린이집 보내고 커피 마시고 시간 보내다 와"라고 한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잠깐 카페 가서 내 시간을 보내고 오고 싶었는데 그렇게 말해주니 참 고맙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근처 카페로 향했다. 요즘 빠져있는 주식창을 들여다보고 단타를 치며 홀라당 시간을 뺏겼지만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노트북을 폈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다 돼 간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책장은 와서 설치는 끝났어. 책 내가 꽂고 있을까?"
"응. 종류별로 꽂음 될 것 같아."
"그래. 쉬다가 이따 올 때 벽지 바를 물 풀 사 오고."
"알았어. 들어갈 때 뭐 먹을 거라도 사갈까?"
"그럼 나야 좋지."
"뭐 사갈까? 뭐 먹고 싶어?"
그러자 남편이 조금 고민하더니
"햄버거"라고 한다.
"햄버거? 햄버거 먹고 싶어?"
"응."
"알았어. 햄버거 사갈게"
대화를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갑자기 "찡~ 찡~" 이러면서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뭐지?'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맥도날드와 버거킹 광고 알림이 떠있다.
'맥날맥날 새로운 할인 혜택!'
'와퍼+와퍼 주니어 7700원부터'
'햄버거 광고? 뭐지?'
통화로 햄버거 얘기 하자마자 햄버거 광고가 뜨니 뭔가 섬뜩하다.
'뭐야? 도청되는 거야 뭐야?'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유튜브 광고도 요즘 관심 있는걸 귀신같이 알아내고 광고를 띄워준다.
어떻게 아는 걸까?
참 무서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