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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5세 아이가 만든 냠냠 요리책

by 하정

어린이집 선생님이 작성해 주는 키즈노트에 이런 내용이 쓰여 있었다.

"박스 종이를 반 접고 또 다른 박스 종이를 겹쳐서 붙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여 테이프로 붙일 수 있다고 하니 테이프를 들고 붙여 요리 책을 만들었어요. 요리 이름 쓰는 것은 도와주고 그림은 하은이가 그려 요리책이 완성되었습니다."


'요리책이 완성되었다고?'


어떤 건지 궁금해진 나는 어린이집 가방을 열어 보았다. 안에는 상자 종이를 재료로 해서 만든 손바닥 크기의 <냠냠 요리책>이 있었다.

열어보니 우동, 감자튀김, 햄버거, 치킨, 샐러드, 아이스크림, 김치, 아이스크림, 쌀밥, 카레라이스 레시피를 그림으로 표현해 놓았다.


책을 보고 놀란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이거 하은이가 만든 거야?"

그러자 아이는

"응. 선생님은 글씨만 써주고 내가 그려서 만든 거야."라고 한다.


하은이는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매일 저녁 5권 이상은 그림책을 꼭 읽고 자는 아이다. 요즘에는 그리스로마신화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너무 재밌다고 계속 읽어 달라고 한다. 이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서 '이제는 책까지 만들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레시피를 보면서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이건 감자야. 감자를 불에 구워. 그리고 이건 케첩이야."

"이건 토마토야. 이건 고기고. 이건 야채야. 이걸 합치면 햄버거가 돼"

"이건 딸기야. 이걸 컵에 넣고 냉장고에 얼리면 딸기 아이스크림이 돼"

"이건 고춧가루야. 이건 배추야. 이걸 섞으면 김치가 돼. 배추 그림은 선생님이 그려줬어."

"이건 쌀밥인데 그릇에 쌀을 넣고 씻은 다음 불에 끓이면 쌀밥이 돼."

"이건 카레라이스야. 카레에 당근 넣고 가지를 넣고 끓이면 돼."


엄마가 물어보니 신이 나는지 열심히 요리책에 대해 설명해 준다.


어린아이가 요리책을 생각하고 만든 게 기특하고 대견하다.


여동생에게 요리책을 보여주니

"감자튀김이 맥도날드네" 라며 웃는다. 하은이와 맥도날드에 자주 가서 감자튀김을 먹기 때문이다. 말을 들으니 나도 웃음이 나온다.


아이가 커서 이 책을 만날수 있도록 잘 간직해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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