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P, Highly sensitive person. 아주 예민한 사람들
1.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자. 죽도록 찾아보자.
하며 보낸 시간이 참 길었다
얼마나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며 살아왔나
매 순간 얼마나 괴로웠나.
누군가 나를 심판대에 올려
'그간 현명하게 좋아하는 일을 잘 찾아왔니?'라고 물으면
'(양심상) 아무렴 그렇습니다'라고 말할 순 없으나,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해 스스로를 얼마나 괴롭혔니?'
라고 물으면
'1등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다.
2.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별 고민 없이 언제나
진취적이고 자기 앞가림은 알아서 잘 하는 사람이라고
나에 대해 정의했지만,
스스로를 드러내도 되는 시간이 허락되면
나는 불안함과 초조함에 늘 엉엉 울기에 바빴다.
3.
앞서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도태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남들은 저렇게 열정을 다 담아
이것을 이뤄내고
저것도 지나고
자신의 길과 세상을 만들어가는데,
정작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 채로,
열정만 앞서는 몇 번의 시도 역시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
진짜 시작은 엄두조차 못 내고 있으니
매 순간 소모적인 자책만이 가슴속에 무겁게 자리 잡았다.
4.
그런데 사는 게
참 미묘하고 재밌다.
주변 환경 그리고 사람/사물을 받아들이는 데
내가 남들보다 예민한 감각을 타고났다는 걸
인정하고 나서부턴
이렇게 예민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그간 얼마나 어려웠을까?
나를 이해하고 위로하게 되었다.
5.
예민한 사람의 '좋음'이란
나의 좋음은
나의 예민함의 무수한 채를 통과해야 했다.
이것은 좋아야 하고
저것도 괜찮아야 하고
다양한 감각의 걸림에 걸리지 않아야 하는데
그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던가.
내가 찾던 '좋음'이라는 감각이
나의 현실에서 과연 가능한가.
6.
잘못된 질문엔 잘못된 답이 따라온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거 말고
내가 몰입할 수 있는 걸 찾으면?
그건 조금 더 쉬운 질문이 되지 않나.
글을 쓰는 일은
나의 감각에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내가 몰입할 수 있는 행위이고,
명상을 하는 일도
어떨 때는 귀찮고,
집중이 잘 안돼서 괴롭기도 하지만
몰입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일이다.
7.
머릿속 이상형 버리고 눈앞에 집중
단지 질문을 바꾸었는데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가짓수가,
내 삶을 아기자기하게 꾸려갈 수 있는 일들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기분이다.
좋아하는 이상형을 머릿속에서 만들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괴물을 만드는 일보단,
눈앞의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에 푹 빠져
시간도 공간도 잃어버리는 그 순간이 진짜 삶이니까.
8.
나는 이제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걸 포기한다.
그리고 영원히 간직할 질문으로 대신한다.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일들이 뭐가 있을까?
지금 나에게 그 몰입의 순간은 어제인가?
신은 우리가 외롭지 않도록
누구에게나
이 질문에는 정답을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