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 혜리 Apr 02. 2024

4월이 다가오면


산과 들에 꽃이 피고 따뜻한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4월이 다가오면


나는 마치 온몸에 힘이 빠진 병든 병아리처럼 링거를 맞으러 병원을 찾았다.


그렇게 한동안 내 몸에 영양제를 수혈하고 나면


피를 마신 흡혈귀처럼 나는 생동감이 돌았다.


남동생과 함께 방을 얻어 자취를 하던 시절에


엄마는  농사를 지어 열심히 쌀을 보내주었지만


월세와 학비를 내고 나면 내 손에 남은 건 지폐 몇 장뿐.


하얀 밥이 되지 못한 널브러진 쌀은 습하고 비좁은 부엌에서 검은곰팡이를 피웠는데


세월이 흐르며 살림살이 또한 나아졌지만


밝은 햇살이 빛나는 날과 폭풍 같은 바람

비가 내리다가도 눈이 오는 날처럼


사계절을 그린 시슬레의 풍경화 같은 월이 다가오면


여인이 머리에 꽃을 꽂고 철길로 달려가는 것처럼


격정을 이기지 못한 나는 쇼팽의 야상곡을 들으며 조용히 혼자 흐느끼네.









매거진의 이전글 그 우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