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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Apr 03. 2024

감자전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려 집안에 머물렀다.


비 오는 날에는 전을 부쳐먹는 것이 습관이라도 되듯이 나는 오랜만에 감자전을 만들어 보기로 하였다.


날씨가 따뜻해서 그런지 지난주에 사놓은 감자는 벌써 싹이 나는 중인데 물에 감자를 담가 흙을 씻어내고 채칼로 껍질을 벗겼다.


그러고 나서 한번 더 씻어내고 도마 위에 얹어  조각을 내어 믹서기에 넣고 적당한 입자로 갈았다.


전에는 일일이 손으로 무즙을 내듯 강판에 놓고 갈았는데 어깨가 아픈 후로는 웬만하면 주방기구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간 감자를 담고 냉장고를 열어 찹쌀가루나 쌀가루가 있는지 찾아보니 없어서 대신에 밀가루를 두 스푼 넣고 소금 한 꼬집을 넣어 기름을 두르고 전을 부쳤다.


고소한 기름 냄새를 맡으며 요리를 하다 보니  엄마를 도와 부엌에 드나든 때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오 학년인가 육 학년즈음에 엄마가 가마솥에 밥을 하면 나는 아궁이 앞에 앉아 불을 때곤 하였다.


그리고 좀 더 자라 내가 도시로 나왔을 때

나는 생전 처음으로 뒷집에 사는 이모가 알려준 대로 시래기를 넣은 된장찌개를 끓였다.


멸치다시물도 내지 않고 쌀뜨물에 된장을 풀어 삶은 시래기와 두부를 넣은 찌개맛은 구수한 맛이 아닌 오묘하였는데 그 이후로 오감을 발휘하여 열심히 요리한 덕분에 솜씨는 차츰 늘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 그렇게 갈고닦은 솜씨로 음식을 만들어 이웃에 나누기라도 하면 맛있다며 이 집에는 매일 맛있는 음식냄새가 난다는 칭찬도 들었다.


이제 나이를 먹어 부엌에서 조금 벗어나길 원하지만 내가 요리한 음식을 먹고 맛있다고 말해주는 가족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열심히 요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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