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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혜리 Apr 20. 2024

빈집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찾아간 고향집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 년여 전에 리모델링한 집은 새것인양 벽지마저 깨끗한데 새로 집을 단장하면서 함께 바꾼 밥솥과 냉장고도 새것 그대로였다.


어머니가 늘 머무시던 안방의 미닫이문을 열고 옷장을 여니 계절마다 입은 옷들이 금방 세수를 한 듯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었는데 주인 잃은 살림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구십사세의 일기로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그러냐 하시며  만면에 웃음을 며 씩 하고 미소를 지으셨다.


시어머니처럼 오래오래 살고 싶어 하시던 어머니.

 

이웃에 사는 사람들보다 오래전부터 허리가 좋지 않은 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실까 나는 늘 노심초사하였다.


앞집에 사시던 큰댁 두 분이 먼저 돌아가시고 그 옆집에 사는 친척 아주머니가 돌아가시자  다리 건너에 사는 아주머니와 뒷집 친구의 어머니가 작년에 돌아가시면서 다행인지 나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가끔 마을에 어른이 돌아가시면 도시에 살던 사람이 들어와 벽을 허물고 새집을 짓고 살며 오십여 가구가 옹기종기 마을을  빈틈없이 채웠는데 몇 년 전부터 하나둘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빈집이 늘기 시작하였다.


고향집을 찾을 때면 오며 가며 반기던 얼굴들, 어머니집으로 마실 오던 이웃들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되고 말았는데 조금만 어머니가 버텨주었으면 하는 바람들은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머니가 떠난 집에서 서글픔이 밀려오는 것을 참으며 이런저런 것들을 정리하다  날을 잡아 나는 다시 빈집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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