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찾아간 고향집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 년여 전에 리모델링한 집은 새것인양 벽지마저 깨끗한데 새로 집을 단장하면서 함께 바꾼 밥솥과 냉장고도 새것 그대로였다.
어머니가 늘 머무시던 안방의 미닫이문을 열고 옷장을 여니 계절마다 입은 옷들이 금방 세수를 한 듯 가지런하게 정돈되어 있었는데 주인 잃은 살림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구십사세의 일기로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그러냐 하시며 만면에 웃음을 띠며 씩 하고 미소를 지으셨다.
시어머니처럼 오래오래 살고 싶어 하시던 어머니.
이웃에 사는 사람들보다 오래전부터 허리가 좋지 않은 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실까 나는 늘 노심초사하였다.
앞집에 사시던 큰댁 두 분이 먼저 돌아가시고 그 옆집에 사는 친척 아주머니가 돌아가시자 다리 건너에 사는 아주머니와 뒷집 친구의 어머니가 작년에 돌아가시면서 다행인지 맨 나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가끔 마을에 어른이 돌아가시면 도시에 살던 사람이 들어와 벽을 허물고 새집을 짓고 살며 오십여 가구가 옹기종기 마을을 빈틈없이 채웠는데 몇 년 전부터 하나둘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빈집이 늘기 시작하였다.
고향집을 찾을 때면 오며 가며 반기던 얼굴들, 어머니집으로 마실 오던 이웃들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되고 말았는데 조금만 더 어머니가 버텨주었으면 하는 바람들은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어머니가 떠난 집에서 서글픔이 밀려오는 것을 참으며 이런저런 것들을 정리하다 날을 잡아 나는 다시 빈집을 방문하기로 하였다.